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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전담 온누리부대? 젊은이들이 무슨 죄라고

[주장] 전담부대 창설은 '한국군의 글로벌 호구화'일 뿐이다

등록|2010.07.05 16:29 수정|2010.07.05 19:38

▲ 7월 1일 파병전담부대 '국제평화지원단(온누리부대)'이 창설됐다. ⓒ 국방부


육군은 지난 7월 1일 '온누리 부대'라는 파병 전담부대를 창설했다. 파병 과정에서 병력 선발이나 훈련 등에 수개월이 걸리는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파병 전담부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군이 설명한 창설 배경이다. 이 설명에 따르자면, 온누리 부대는 '국제평화지원단'으로서 임무 부여시 1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파견되어 유엔 평화유지 활동이나 다국적군 평화활동을 수행할 것이란다.

파병을 '전담'하는 군부대의 창설 자체도 문제이지만, 부대 규모를 본다면 더욱 논란의 소지가 크다. '국제평화지원단' 자체는 1천 명 규모이지만, 임무교대를 맡는 '예비지정부대', 공병, 수송, 의료 같은 기능별 '별도 지정부대'를 합하면 전체 규모는 3천 명에 달한다. 현재 해외에 파병된 국군 병력은 소말리아와 아프간 등 14개국 1200여 명 정도다. 결국 파병 전문부대를 통해서 이제 한국군 파병을 전면화하겠다는 것이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은 7월 1일 온누리 부대의 창설식 격려사에서 "파병 전담부대인 국제평화지원단 창설과 함께 해외파병 상비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에 중대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부대의 창설이 '국운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현재 국제정치 상황에서 해외파병 상비체제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군의 '글로벌 호구화.'

한국군, 글로벌 호구가 되려고 하는가

이름부터가 말이 안 된다. 온누리 부대. 군대가 무슨 선교단체인가? 국군조직법은 국군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 정하고 있다. 나라 지키라는 군대가 왜 온 세상, 온 누리를 누비라는 이름을 다는가? 군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국제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높아진 위상에 부합하고자 해왔던 다국적군 활동, 평화재건활동의 대표적인 예는 결국 미국이 벌인 전쟁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이라크 파병, 아프간 파병이었다. 물론 소수의 UN 평화유지군 활동도 존재했다.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UN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위해 3천 명 규모의 파병전담 부대를 창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UN 평화유지군(PKO)에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국군 내 상비부대 설치내용을 담고 있는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PKO 신속파견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런 상태에서 만들어진 온누리 부대는 결국 미국의 뒤치다꺼리를 위한 '전문' 부대라는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PKO 신속파견법이 논의될 당시 국방부는 이 법률에 다국적군 파병을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때문에 작년에 통과된 PKO법에는 다국적군 파병이 적용 대상에 제외됐지만, 온누리 부대의 창설 배경에는 이 다국적군 파병이 노골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다국적군 활동이란 바로 미국 주도의 이라크, 아프간 침략을 거드는 일이었다.

▲ 2009년 9월 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칼라이 나우 지역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이 있은 후 미 해병대가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ATLAS PRESS


재론의 여지도 없는 침략전쟁인 이라크 전쟁에서 한국은 파병 규모 3천 명으로 미국과 영국 다음인 3위를 자랑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국의 군사 패권전략에 동조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것은 어떤가. 결국 2007년 선교하러 아프간에 갔던 민간인들의 죽음을 계기로 철군했지만 다시 오바마의 '댕큐' 사인을 받고 재파병을 강행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온누리 부대의 창설이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위한 준비라고 예측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아프간 상황은 어떤가. 베트남 전쟁보다도 길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은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오바마는 빠른 시간 내에 '출구'를 만들고자 하지만, 미군 아프가니스탄 현지 사령관은 '항명'에 가까운 방식으로 당장의 철군이 불가함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현지 상황이 암담하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이란 군사주권을 계속 맡아달라고 떼쓰면서, 만약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렁 속으로 빠진 미국을 위해 추가 파병까지 한다면, 그것을 위한 온누리 부대라면, 이것이야말로 한국군의 진정한 글로벌 호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유럽 국가들 모두 철군 계획을 발표하며 발을 빼고 있는 아프간의 상황에서, 용감하게 재파병을 강행한 이 정부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정이다.

천안함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억한다면

▲ 이명박 대통령이 4월 19일 오전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TV·라디오 생방송 연설을 하던 중, 희생장병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에서 죽어간 46명 젊은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이후 이들은 "기억하겠다"고 수없이 반복했다. 부탁이다. 제발 좀 슬퍼하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온누리 부대 창설식 전날인 6월 30일 아프간에 파견된 한국의 지방재건팀(PRT)은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이 지방재건팀은 이명박 정부가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 보내야 한다며, 숫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떠나보낸 군인과 민간인들이다. 천만다행으로 이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 공격이 경고성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땅에 '침략한' 미국과 함께 온 한국군은 떠나라는 '경고'였다.

'국제평화지원단'이라 명명된 온누리 부대가 마주해야할 것이 이 아프간 민중들의 로켓포라면, 그렇게 파병된 우리 군인들이 지원해야 할 '국제평화'란 과연 무엇일까? 만에 하나, 그 속에서 사상자가 생긴다면 그는 무엇을 위해 죽은 것일까? 그 때도 아프간 무장단체를 거품 물고 비판하며 '용사'니 '조국의 아들'이니 하며 그 슬픈 죽음을 미화할 것인가? 책임질 수 있는가?

북한 국가 예산보다도 많은 돈을 국방비로 쓰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는 것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말하는 '쪽팔린'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도 받지 못할 만큼 열악한 안보상황이라면서 4대강 판다고 군인들 동원하는 '천박한' 한국군. 젊디젊은 젊은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 가는데 군 수뇌부는 상황파악조차 못했던 이 '한심한' 한국군이 진정 국제평화에 기여하고 싶어서 3천 명의 군인들을 파병 상비군으로 준비하는 것일까?

길게 말할 것도 없다. 군대가 다른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늘 침략이나 침략을 돕는 행위였을 뿐이다. 진정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위해서라면, 총을 든 군대가 아닌 전문가와 자원봉사단으로 이루어진 평화봉사단을 보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 원조를 전면적으로 늘려야 한다.

3천 명 규모의 파병 상비군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 권력 놀음에 결국 희생당할 이들은 우리 젊은이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는 그 어느 곳의 또 다른 젊은이들이다. 왜 이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눠야 하는가. 제발 그만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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