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도 밀어붙였던 안상수·홍준표 "내가 언제?"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자 토론회... 서로의 '과거'로 공방
▲ 한나라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5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회의실에서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는 '클린 선거' 서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모여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서병수, 나경원, 한선교, 정미경, 남경필, 정두언, 이성헌, 이혜훈, 홍준표, 김대식 후보. (김성식, 조전혁 후보 불참) ⓒ 권우성
2007년 8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서로 번갈아 가며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안상수, 홍준표 의원은 5일 당 대표 후보로 만나 서로 '밀어붙이기 원내대표'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후 SBS에서 생방송 된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 토론회에서 맞닥뜨린 두 후보는 서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당시의 강경책을 언급하면서 13명의 후보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언쟁을 벌였다.
홍 후보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 1년간 독주해 온 분들은 자숙해야 한다, 친이-친박 갈등의 중심에 있던 분들도 자숙해야 한다, 쇄신 대상인 사람들이 쇄신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안 후보를 공격했다.
반격에 나선 안 후보는 "홍 후보는 '지금까지 언제나 국회를 평화적으로 운영했다'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재작년 (홍 후보가) 원내대표일 때 국회에서 '쇠망치 사건'이 발생해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지 않았으냐"며 "당시 원내대표로서 아무런 책임이 없느냐"고 물었다. 2008년 12월 18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한미 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 야당 의원들이 문을 부순 사건이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 후보의 협상력 부족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한미FTA를 상정하는 문제인데, 당시 야당이 외통위를 강제적으로 점거하려 했기 때문에 우리(여당 의원들)가 문을 잠갔고 야당에서 문을 부순 것"이라며 여야 충돌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다. 홍 후보는 곧바로 안 후보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지적하면서 역공했다.
홍준표 후보 :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어야 할 순간이 있다. 1년에 한 두 번 밀어붙여야지, 1년 내내 밀어붙여서야 되겠는가."
안상수 후보 : "(나는) 1년 내내 밀어붙이지 않았다."
홍준표 : "'안상수 원내대표'시절 1년 내내 밀어붙이지 않았나. 미디어법부터 시작해서 예산까지."
안상수 : "미디어법은 홍 대표가 처리 못한 것을 내가 한 것이고, 예산은 반드시 그 때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한 것이 아닌가."
홍준표 : "미디어법은 내가 '표결처리 하겠다'고 야당과 합의서를 써놓은 것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 야당과 더 타협했으면 (밀어붙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남경필, 안상수·홍준표 공략
안 후보와 홍 후보가 서로 공방을 펼쳤다면, 남경필 후보는 안 후보와 홍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했던 일들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당-청 관계 정상화' '친이-친박 화합'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경필 후보 : "안상수 후보에게 묻겠다. 4대강 사업을 원안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안상수 후보 : "4대강 사업은 반드시 해야할 사업이라는 것이 나의 확고한 소신이다. 이제는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 해당 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서 반영할 것은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경필 :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반드시 예산을 처리 해야 한다고 했던 지난 연말 예산안 처리 때와는 입장이 바뀐 것 같다."
안상수 : "확고하게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지금은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표출됐으니 여러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경필 후보 : "홍준표 후보에게 묻겠다. 지난해 4·29 재보선 참패 뒤 '대통령 직할체제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홍준표 후보 : "그런 얘길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이 아닌 청와대가 직할체제를 해야 한다는 말은 한 적이 있다."
남경필 :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독불장군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탈당을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홍준표 : "독불장군이라고 한 일은 없다. 정책을 하는 데에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대통령의 정책을 보완할 수 있으면 보완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친박계의 유력 후보로, 4대강 사업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는 서병수 후보도 4대강 사업에 대해 홍 후보가 분명한 견해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홍 후보는 "4대강 사업 문제는 김대중 정부때 예산이 들어간 게 27조이고 노무현 정부 때 들어간 게 43조"라며 "이 정부 들어 4대강 정화의 방법을 다르게 하는 것인데, 국민들이 환경 훼손을 우려한다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이었던 한선교 후보는 박 전 대표와 친박계를 향해 거침 없이 비판 발언을 해왔던 정두언 후보의 예전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한선교 후보 : "정두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과거의 제왕적 총재보다 더 하다' '대통령이 다 된 줄 안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많이 써왔다."
정두언 후보 : "많은 얘길 한 것에서 일부분만 뽑으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아무나 비판할 수 있다. 나는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비판한다. 의원들끼리 하는 것은 비판이고, 권위있는 존재에게 하면 공격이라고 하는 것에는 권위주의가 깔려있다."
한선교 : "정 후보는 '나는 양지를 지향하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하는데, 대통령과 1 대 1로 식사도 하는 사람인데 누가 이 얘길 믿겠나."
정두언 : "나는 당직을 맡은 적이 없다. (정권 창출 공신 중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당직을 못 맡은 사람이다."
이혜훈·정미경, '늦은 출마' 나경원에 '날 밀어내려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나경원·이혜훈·정미경 3명이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던 이 후보는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나 후보의 출마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이혜훈이 친박이니까 (지도부 입성을) 저지하겠다는 일종의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런 것이 바로 당의 화합을 깨는 것이 아니냐, 당원들이 이혜훈을 선택해줘야 한나라당이 화합을 선택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의 출마가 사실상 친박계인 이 후보 자신의 지도부 입성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것이다.
정미경 후보도 "나경원 후보는 맨 마지막에 출마하면서 '주변에서 나오라고 해서 어절 수 없이 나왔다'고 했다"며 "당 대표가 아니라 여성 최고위원 몫을 차지하기 위해 나온 것 아니냐"고 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규정은 1~5위에 여성 당선자가 없으면, 5위 후보 대신 가장 많이 득표한 여성 후보를 최고위원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또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출마를 주저했다"며 "그러나 책임 있는 정당인이라면 개인보다 정당을 생각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고, 뒷짐 지고 당을 바꾸겠다고 할 것 아니라 내가 전면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언론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감동을 못준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나 후보는 지난 2009년 7월 22일 높은 반대 여론과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뚫고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 처리에 자신이 앞장 선 것에 대해 반성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나 의원은 "많은 후보들이 정부와 청와대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당부터 변해야 한다"며 "국정과제만을 맡아서 추진하는 데에 급급하다 보니 민생과제를 추진하지 못했다, 이제 필요한 일은, 국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법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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