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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기 너무 불편, 장애인 이동 편의 챙겨야

[동행 취재] 정하균 국회의원 등과 섬에 가다

등록|2010.07.06 15:14 수정|2010.07.06 15:14

▲ 정의화 국회부의장 일행이 배를 타기 위해 이동 중이다. ⓒ 임현철



육지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섬은 아직까지 제 자리 걸음이다.

지난 일요일(4일) 오전, 정책토론회 참석 차 여수에 온 정의화 국회부의장(한나라당, 부산 중구ㆍ동구), 정하균 의원(미래희망연대 비례대표), 김성곤 의원(민주당, 여수 갑) 일행과 함께 사도 등 섬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섬에 가는 길이라 처음에는 신바람이 났다. 그러나 이내 탄식이 터졌다. 정하균 의원이 문제였다. 정 의원은 교통사고로 경추가 손상된 사지마비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배를 타기 위해 지나는 계류시설부터 말썽이었다.

배에 오르기 위해 설치된 계단도 큰 장애물이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그가 혼자 배에 오르기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그는 장애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애인의 비애란 이런 걸까.

정하균 의원은 주위의 도움으로 배에 오르기에 성공했다. 어찌됐건 배 안에서 그의 표정은 밝았다.

▲ 배에 오르기 전 지나야 하는 계류시설도 장애인인 정하균 의원에겐 시련이었다. ⓒ 임현철



▲ 정하균 의원이 계단 앞에서 활짝 웃었다. 장애물 앞에서 웃음짓는 건 그의 일상이라고 한다. ⓒ 임현철

▲ 정하균 의원은 이렇게 배에 올라야 했다. ⓒ 임현철





공룡의 섬 '사도', 장애인을 결국 품지 못하다

'공룡의 섬' 여수시 화정면 사도에 도착했다. 그에게 시련은 또 이어졌다. 바닷물이 빠져 배와 선착장 간격이 큰 이유로 선착장에 발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그를 제외한 일행만 사도에 올랐다.

이후 다른 섬 일정이 취소됐다. 대신 여수시 가막만 일대를 선상 유람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위해 오동도로 향했다. 정하균 의원이 비서의 등에 업혀 이동했다. 내리기 마땅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배에서 먼저 내려 이를 지켜보던 정의화 국회부의장 얼굴에 미안함이 어렸다. 정 부의장을 바라보던 한 공무원이 옆에 있던 부하 직원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걸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잘못 됐네. 장애인이 배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라."

▲ 오동도에 전동 휠체어가 이렇게 먼저 내려졌다. ⓒ 임현철



▲ 정하균 의원이 오동도에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 임현철



'편의증진법'은 있으나마나한 사문화 된 법?

사실 우리나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이하 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동행에서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의증진법'제4조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하고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 법 조항이 효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언감생심, 사문화 된 규정일 뿐이었다. 사문화된 법이 어디 이뿐이랴! 정하균 의원에게 "다니기 불편한데도 여기저기 다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불편해도 내가 다녀야 고쳐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섬에 가려다 느낀 게 많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육지도 열악한데 바다는 더욱 열악하다는 걸 간절하게 체험했다. 앞으로 낙후된 시설을 고치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해한다. 하지만 큰 돈이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빨리 고쳐야 한다."

육지 여행에서 섬 여행으로 관광 패턴이 변하고 있는 요즘, 섬으로 가는 장애인들의 불편함도 줄이려는 노력, 이제는 절실한 시점이다.

▲ 정하균 의원(앞)이 배에서 내리자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우), 김성곤 의원(좌), 김광현 여수상공회의소회장(중).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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