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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4년이나 됐는데, 농사 또 망쳤다

"세상에 이런 논이 다 있냐, 쯧쯧쯧"... 농사는 날이 갈수록 어렵다

등록|2010.07.07 10:39 수정|2010.07.07 11:06
한 해 농사의 손길이 가장 바쁜 7월 초, 내가 지은 주변의 농사를 둘러보니 한숨과 함께 나도 몰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귀농한 지도 햇수로는 어느덧 4년째,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4년차인 나에게 농사는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작년 한해는 집짓기에 매달려 그렇다 치고, 올해는 포도농사 첫 수확에 벼농사도 두 번째 짓고, 밭작물 농사는 햇수로 7년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란 모습을 보면 낙제점을 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포도에 어설프게 약치다 벌레 먹고... 실수로 가지도 짧게 잘라

▲ 포도밭에서 포도알을 속고 있는 아내 ⓒ 이종락


귀농 전부터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했지만 포도의 어린 유목은 반드시 약을 쳐서 나무를 살려 줘야 한다는 주변의 강력한 권고에 작년 포도나무를 심고 약을 수차례 쳤다. 특히 8월엔 세 번 약을 쳐주라는 말을 무시하고 한 번이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임하다가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올해 봄 새순이 나올 무렵, 결국 '포도호랑하늘소 애벌레'라는 놈들이 나뭇가지 속으로 파고 들어가 순을 파먹고 있었다. 당연히 나무는 절단해야 될 지경에 이르고 나와 아내는 근 보름 동안 나무 속의 벌레를 잡았으나 전체 나무의 20% 가량을 중간 중간 잘라내야 했다.

가지를 자르는 전정 작업도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고 감행(?)한 대가로 수확의 20% 가량을 줄이는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게다가 거름도 부족하게 주었는지 포도나무 세력이 약하다는 주변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돌이켜보니 농법에 대한 확신과 중요한 작업에 대한 안이함이 빚어낸 '인재'라고는 달리 말할 거리가 없었다.

올해도 풀 매느라 애꿎은 부모님만 생고생

논풀매기논에서 풀을 매는 부모님 ⓒ 이종락


작년부터 시작한 벼농사는 500평 정도의 소규모지만 우렁이 농법을 시도하면서 난생 처음 내 손으로 밥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을 추수할 무렵, 벼보다 무성하게 자라난 일부 풀 때문에 부모님께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며칠 동안 논의 풀을 베다 몸살이 나셨고 죄송한 마음으로 내년부터는 잘 짓겠다고 굳세게 약속을 했었다. 그리곤 올해 다시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시작했으나, 이번엔 초장부터 풀이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고르지 못한 바닥의 풀들이 포도밭 일로 바쁜 틈을 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난 것이다.

마을 이웃의 긴급한 권고로 나와 아내는 포도일도 잠시 미룬 채 근 일 주일 동안 뙤약볕 아래서 풀을 뒤집어 묻는 노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약 보름 후, 농부의 발걸음이 뜸한 사이 논의 풀들은 곳곳에서 다시 무섭게 자라나고 있었다. 열흘 동안 이런 저런 농사일 거들어주시다 다음날이면 상경하실 부모님은 논의 풀을 보더니 기가 막힌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세상에 이런 논이 다 있나?"
"작년에도 이러더니 올해도 이게 무슨 꼴이냐?"

"논농사 그만 포기하는 게 낫겠다"라는 말까지 들었으나 말해 무엇하랴. 이틀 동안 논에 난 풀을 매신 부모님은 노구를 이끌고 답답한 심경으로 상경을 하셨다. 그토록 귀농을 반대하신 부모님께 맘고생에 몸 고생까지 시켜 드리니 천하의 불효자가 따로 없는 것 같아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집 아래 300평 밭에 심은 사과나무 60그루도 어설픈 무농약에 도전한답시고 지금 현재 거의 가사 상태에 이르고 있다. 한 두 번 약을 치곤 자연의 힘에 맡기고 있으니 과연 올해 살아날지가 의문이다.

자급자족하겠다고 심어 놓은 감자와 고추, 열무, 배추 등의 채소류도 가뭄과 관리 소홀로 다른 집 것의 절반도 크질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남이 볼까 은근히 신경이 쓰일 지경이다. 심기만 하고 제대로 돌볼 줄 모르는 지금의 농사 성적표는 귀농 4년차의 농사라고 하기엔 퇴출 당하기에 딱 어울릴 수준인 것 같다.

소농이냐 농업 CEO냐... 선택의 문제

그렇다고 일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같은 때는 매일 10시간 이상을 노동해도 마음은 급하고 몸은 척척 움직여 주지 못하니 일머리 없는 도시 출신의 농사가 그림처럼 될 리가 만무한 상황이다. 기술력의 발달로 온갖 다양한 농기계는 대규모의 농사를 효율적으로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나의 머리와 가슴은 가능한 인간의 노동력으로 짓는 소규모 농사를 선호하고 있으니 농사로 경제자립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귀농해서 성공했다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농사는 완전 자급형 소농이 되던가 아니면 농사 CEO가 돼야지, 중간 규모의 농사가 가장 고생한다."

시골에서 살아 보니 정말 일리 있는 말이다.

결국 지금 나의 농사는 어정쩡한 소농으로 소득은 적고 몸만 고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와 아내의 노동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평가가 요즘은 절실히 요구된다. 무턱대고 농사 평수 늘리고, 남들처럼 따라하다간 더 낭패를 볼 것 같기도 하다.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먹고 살 것인가? 귀농 4년차, 농사는 날이 갈수록 어렵고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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