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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새 시 장르, '영상+문자' 디카시

이상옥 창신대 교수, <앙코르 디카시> 펴내... 곳곳에서 행사도 열려

등록|2010.07.07 14:45 수정|2010.07.07 14:45
"디지털 매체의 발달, 특히 디지털카메라의 발달과 대중화도 새로운 문학 장르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예가 '디카 시(詩)'다. 디카시는 간단하다. 사진과 짧은 글이 결합되어 있다. 사진과 글이 결합됨으로써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채호석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어교육)가 펴낸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에 실린 내용이다. 2004년 4월 이상옥 창신대 교수(문예창작)가 온라인 서재(카페)에 새로운 시 장르 개념인 '디카시'를 올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다. 이제 '디카시'는 우리 문학사에서 새로운 시 장르로 우뚝 선 것이다.

▲ '디카시'를 다룬 시집과 무크지, 평론집 등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 윤성효



이상옥 교수는 이번에 디카시에 대해 정리한 책 <앙코르 디카시>(국학자료원 간)를 펴냈다. 이 교수는 "6년 넘게 디카시 운동을 전개하여,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디카시를 찍고 쓰며 디카시론을 스스로 구축하여 디카시 운동을 주재하였다"고 밝혔다.

'디카시'는 무엇인가?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작 형상(날시)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다시 문자로 재현하여 '영상+문자'로 표현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장르다. 문득, 한 편의 시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건 시인이 쓴 시라기보다 자연이 혹은, 신이 쓴 혹은, 선물한 시라고 하는 편이 옳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을 뿐인, 완벽한 시적 형상을 발견하고, 저건 바로 시인데 하고 놀랄 경우가 있다. 그걸 새로운 세대의 편인 디카로 찍어서 한 컷의 영상프레임으로 가져와서 문자로 재현하는 것, 그게 디카시다."

이상옥 교수는 첫 디카시집 <고성 가도(固城 街道)>를 2004년 9월에 펴냈다. 집인 고성과 창원 창신대학까지 오가면서 포착한 장면을 디카로 찍고 글을 써서 시집을 낸 것이다.

그는 "<고성가도>가 이제는 하나의 에꼴을 형성하여 개인의 실험을 넘어 명실상부한 신종 시의 장르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후 '디카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2004년 9월 '디카시 마니아'라는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이 운동이 벌어졌다. 2006년 무크지 <디카시 마니아>가 창간됐으며, 이후 정기간행물 <디카시>로 변경되었는데 지난해까지 통권 7호가 나왔다.

백일장, 강연 등의 '디카시 페스티벌'이 2008년부터 고성에서 열리고 있으며, 지난해 고성생명환경농업 현장 일원에서는 전국 문인을 초청해 '디카시 체험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디카시' 낭송 행사가 열리고 있다. 무대에 대형 화면을 만들어 놓고 사진을 함께 보여 주며 시를 낭송하는 것이다. 서울시 등이 마련한 "시가 흐르는 서울" 행사의 하나로 지난 3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는 문덕수, 이상옥 시인 등이 참석해 '디카시'를 선보였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경희대 교수는 '디카시'를 '전례 없는 문학 유형의 창안'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마도 이 시대의 첨단에 선 시운동은, 1930년대 김광균 등의 모더니즘 시운동이 그러했듯이, 고성의 '공룡 엑스포'와 더불어 지역적 명성을 강력하게 환기하는 문화 규범이요 축제로 발전해 가리라 여겨진다."

▲ 이상옥 시인이 지난 3일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린 '시가 흐르는 서울' 행사에 참석해 디카시를 낭송하고 있다. ⓒ 이상옥


<경향신문>에 '디카시'를 연재하고 있는 이상범 시조시인도 '디카시 예찬론'을 편다.

"디카시의 탄생은 가만히 눈여겨보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창출되었다고 본다. 디지털 카메라 필름이 아닌 칩이 나오면서 사진 인구가 급속히 확산되어 누구나 다 지니는 휴대품이 되었다. 쉽게 말하면 전 국민이 사진작가(?)일 수도 있겠다.

그것이 얼마만한 작품성과 새로움을 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20대와 30대는 인터넷으로 신문을 본다. 이들에겐 읽는 것 반, 보는 것 반인 셈인데 이것이 곧 디카시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듯이 보인다. 현대시의 진로나 디카시의 진로는 한 배를 탄 배의 진로는 아닌지. 동일선상에 놓고 봐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는 시도대로 작품성과 예술성은 갖추어야 하고 시단의 한 장르로서 자리매김을 해야 된다. 이를 위해선 외연의 확대와 함께 다른 한 편에선 장인 정신을 지닌 이의 부단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겠다. 그래야 디카시에 긍정과 수긍의 눈길을 보낼 것이니까."

이상옥 교수는 <앙코르 디카시>에서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가 한 몸이 되는 시, 영상은 영상대로 문자는 문자대로 따로 존재하지 못해도 둘이 온전히 하나의 텍스트가 되는 시, 마치 인간이 정신과 육체로 하나의 텍스트로 존재하듯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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