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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천 콘크리트 옹벽 공사장 본 주부들 "돈 낭비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창원천 공사장 답사... "생태하천 복원한다더니"

등록|2010.07.08 14:11 수정|2010.07.08 14:11
"깝깝하다." "콘크리트 옹벽이 생태하천 복원이냐." "돈 낭비다." "하천에 아이들과 놀러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차단됐다."

재해예방시설인 콘크리트 옹벽(파라펫) 공사가 한창인 창원천을 둘러본 주부들이 한결같이 한 말이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소속 '풀뿌리강사'(생태가이드) 20여 명이 8일 오전 창원천을 둘러보고 걱정을 쏟아냈다.

▲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생태가이드 주부들은 8일 오전 콘크리트 옹벽 공사가 한창인 창원천을 둘러보고 우려를 나타냈다. ⓒ 윤성효


▲ 박경숙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회장이 8일 주부들과 창원천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환경수도'라는 구호를 내건 창원시는 환경부 지원으로 500여억원을 들여 창원시내를 흐르는 창원천, 남천, 가음정천에 대해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상당수 시설물이 파괴되어 수정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런 속에 창원시는 행정안전부의 지원사업으로 15억원을 투입해 창원천 하류 700m 구간(명곡광장~홈플러스 창원점 사이)에 걸쳐 재해예방시설을 만들고 있다. 창원천의 범람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도로에서 1m 정도의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에 시작된 공사는 8월말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들은 콘크리트 옹벽 설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창원시는 "생태하천복원사업과 별개로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며 계속 공사를 벌이고 있다.

▲ 8일 주부들이 콘크리트 옹벽 공사가 한창인 창원천을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고 있다. ⓒ 윤성효


▲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회원들이 8일 콘크리트 옹벽 공사가 한창인 창원천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이런 속에 생태가이드들이 창원천 답사에 나선 것이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박경숙 회장을 비롯한 주부들은 공사가 한창인 하천 옆의 도로를 따라 걸으며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주부들은 대개 창원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다.

창원천 바로 옆에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람사르생태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2008년 창원에서 람사르당사국총회가 열렸을 때 경기도가 지원해 만든 생태공원이다. 박경숙 회장은 "람사르생태공원을 만들 때 창원천과 연결통로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옹벽이 생기면서 완전히 차단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호우 때 창원천 인근 일부 주택지가 침수되었는데, 창원천이 범람한 게 아니라 하수관 및 오수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막히거나 물이 역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창원천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낚시를 했다. 그 할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고기가 살고 있으니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올해는 창원천에서 낚시하는 할아버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창원천에는 갈대숲이 있었다. 버들가지나무를 비롯해 온갖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 식물들은 물을 정화하고, 하천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갈대가 잘려나간 상태다."

▲ 창원천에서는 콘크리트 옹벽 공사가 한창이다. ⓒ 윤성효


오랫동안 창원천을 살펴오고 있는 박경숙 회장은 콘크리트 옹벽 공사로 인해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창원천 중앙에 보면 물이 흐른다. 깨끗하지 않은 물로 보이지만, 저 속에는 붕어 등 물고기가 살았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창원천에서는 조류도 관찰할 수 있었다. 주남저수지와 봉암갯벌(마산만)을 오가던 도요가 하천 모래톱에서 쉬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까치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망치며 기계 소리를 사람도 듣기 싫은데 새들이 좋아하겠나."

한 참가자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원천에서 날아다니거나 앉아 있는 새들을 종종 본 것 같은데, 지금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천을 가로지른 다리(두대1교) 아래를 바라보던 한 주부는 "다리 밑에 쓰레기가 보인다. 쓰레기들은 인근 가게에서 사용하는 포장지들이다. 아이들이 저곳에도 간다는 말인데, 그만큼 열려 있는 공간이다"며 "앞으로 옹벽이 만들어지면 단절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정혜(43)씨는 "옹벽 설치공사를 하기 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천에 들어가서 식물을 관찰하기도 했다"면서 "콘크리트 옹벽으로 생태가 파괴되고, 주민들의 접근이 차단된다. 결국에는 돈 낭비다"고 말했다.

▲ 박경숙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회장이 8일 주부들과 창원천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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