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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는 밥 말고 친구집에서 내놓은 주안상

소박한 밥상

등록|2010.07.09 14:09 수정|2010.07.09 14:12

소박한 밥상음식점 음식이 아니라 친구집에서 내놓은 반주상 ⓒ 박건


경기도에 사는 친구가 차린 밥상입니다. 자격증 갖춘 요리도 아니요 돈벌이로 만든 음식도 아니라 차원이 다르지요.  정과 성이 푸지게 담긴 음식으로는 사먹는 음식맛을 뛰어 넘지요. 친구가 내놓은 소박한 밥상이 그리울 때가 있지요.

친구 작업장을 찾아 저녁 밥을 먹으며 술 한 잔 했죠. 반찬겸 안주로 차린 밥상은 똑 부러지고 온전했어요. 은어를 꾸둑하게 말린 구이는 쫄깃 담백 고소하고요. 곁들인 된장깻잎과 마늘 장아지와도 찰떡 궁합이네요. 맑게 끓인 두부 된장국은 마음까지 편하게 적시고요. 치즈 채소 깻잎 쌀전병 말이는 와인안주로 딱이군요.

단촐한 것 같지만 바다, 산, 들에 있는 것이 고루 다 있고요. 오방색에 남김 없이 먹을 양까지 섬세함이 느껴져요. 식당에선 살 수 없는 정갈하고 정성이 담긴 밥상이죠. 후식은 석류 한 알. 창 밖으로 띄운 휘영청 밝은 보름.

휘영청창밖에는 보름달 ⓒ 박건


이번에는 여수. 여수하고도 끝자락 백야리 섬마을 친구집에 이르니 해가 떨어졌다.

찬이 없다며 쑥스러워하며 자꾸 나가서 먹자고 한다. 사 먹는 것은 내일 할 수 있으니 오늘 저녁은 찬이 없어도 좋으니 자네가 차린 음식을 먹고 싶다고 앙탈을 부렸다.

밥 뜸냄새가 방안에 퍼지더니 저녁술상이 나왔다. 한 때 위암에 걸려 죽다 살아난 친구라 소식을 한다. 급한 성격도 낙천적이고 훨씬 자연에 가까워져 있고 느긋한 모습이다.

▲ 친구가 저녁 주안상으로 내온 밥상 ⓒ 박건


환경운동 하는 친구 답게 농약, 화학첨가물, 조미료를 안쓴다. 수퍼에서 산 재료는 거의 없다. 집 가까이 있는 수산물 공판장, 마을에서 나는 유기농 곡물, 밭에서 뜯은 야채들이다.

흑미와 검정깨로 갓 지은 향기 그윽한 밥. 강진서 공수한 피조개. 소금간을 해둔 짭초롬한 굴. 삽싸름한 머위댓. 고추장, 레드와인. 김치와 더불어 조촐하지만 일품이다.

사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남 부러울게 없는 행복한 만찬이다. 후식으로 내가 들고 온 토마토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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