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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을...' 폐지, KBS 윗선의 낙하산식 방송개입"

정재승 교수, 트위터에 "진보지식인들 많다는 이유" 밝혀 ... 진중권 주장 뒷받침

등록|2010.07.11 14:02 수정|2010.07.11 21:11

▲ <TV 책을 말하다> 홈페이지 ⓒ KBS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11일 정오 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 <TV 책을 말하다>의 폐지는 낙하산식 방송개입"이라며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제기한 'KBS 블랙리스트'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정재승 교수는 "평소 트위터는 제게 '일상의 도피처'였는데, 오늘은 좀더 각별한 의미가 됐네요. 트위터가 제 삶에 좀더 깊이 침잠해 들어온 느낌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라고 글을 시작했다.

정재승 교수 "<TV책을 말하다> 폐지는 윗선의 급작스런 결정"

이어 정 교수는 "2008년 12월말 <TV 책을 말하다> 담당 PD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슨,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 결정됐다는 것. 이유를 물으니, 우리 제작진도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가 어제야 들었는데, 제가 자문했던 '2009년 신년특집 다윈 200주년 인류탄생의진화' 패널들을 포함해, 최근 2주간 프로그램에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이유라고 하더군요. 그 안에는 진중권 선생도 포함돼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KBS 'TV 책을 말하다' 폐지 과정을 소상하게 밝힌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트위터. ⓒ 오마이뉴스


그리고 "또 KBS 윗선의 급작스런 결정이라, (1) 가을 개편 때 새MC로 바뀐 지 두 달 도 안돼, (2) "다음주에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한 2009 신년특집 프로그램을 마지막 회로, (3) 정규개편도 아닌 1월초에 마지막방송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제작진들도 어리둥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TV책을 말하다>는 공영방송 KBS에게도, 출판계에도,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너무 소중한 프로그램이었기에, 이렇게 사라지도록 할 순 없었습니다. 제작진과 출판계 분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결정 번복을 노력했으나 속수무책. 그나마 제가 당시 제작진으로부터 들은 위안은 '프로그램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몇 달 후 새 이름으로 새 책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것이었고, 실제로 몇 달 후 <책 읽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지금도 유사한 포맷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TV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의 갑작스런 폐지는 "낙하산식 방송개입"의 극단적인 표출이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권위와 전통을 지닌 소중한 지식프로그램 하나를 잃었습니다. 이러한 윗선의 "낙하산식 방송개입"은 (1)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2) 피디와 작가 분들을 포함한 제작진을 자기검열과 자괴감에 빠뜨리며, (3) 시청자들을 환멸하게 만듭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정 교수는 2004년 5월부터 6개월 여간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을 맡은 바 있으며, 폐지 당시에는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앞서 정 교수는 하루 전인 10일 트위터에 "최근 'KBS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진중권 선생이 '자신의 출연으로 TV 책을 말하다가 없어졌다'고 발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책말의 자문위원으로서, 프로그램 돌연폐지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일, 그 과정의 진실을 자세히 말씀드릴 게요"라고 글을 올린 바 있다.

하루의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이유에 대해서 "바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한 두 가지 사실 확인이 필요하고, 관련된 KBS 내부자들이 저 때문에 피해를 입을수도 있어 미리 말씀을 전하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미리 트윗을 올리는 이유는… 저와의 약속"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KBS는 최초 의혹제기 진중권 고소 방침

한편 확인 결과, <TV 책을 말하다> 폐지 전 2주간의 출연자는 마지막 회인 2009년 1월 1일은 강수돌 고려대 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 박성관 수유+너머 연구원이었으며, 1주 전 2008년 12월 25일은 문화평론가 김갑수, 영화감독 변영주, 외과의사이자 경제평론가 박경철, 출판평론가 한미화씨 였다.

실제로 <PD저널>은 2009년 1월 2일자 'KBS <TV 책을 말하다> 갑작스런 폐지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TV 책을 말하다>의 폐지를 <시사투나잇> 등 잇따른 프로그램 폐지와 연관지으며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논의 과정 완전히 무너져 내려"라는 제작진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또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돌연 폐지에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게시물 400여 건이 그대로 남아있다.

앞서 6일 진중권씨는 트위터에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KBS 책을 말하다'는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하셨다"며 하는 짓들 보면 저질도 (이런 저질들이 없다"며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김미화씨를 옹호하고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TV 책을 말하다> 최종회 당시 '늦은 시간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에 이어 종영 자막과 영상이 방송됐다. 프로그램 노후화와 이에 따른 대체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뿐 그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었다"고 밝힌 뒤, 김미화 씨에 이어 "진중권 씨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정 교수 트윗에 옹호글 이어져... "정말 세상이 미쳤구나, 미쳤어"

한편 정재승 교수의 글을 본 트위터리안들은 즉각 정 교수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리안들은 "당시에 그 프로그램이 폐지될 시기가 <시사 투나잇> 같은 다른 시사프로그램들도 같이 축소되거나 아이템들이 달라지거나 했던 시점 이었던 것 같네요", "왜 요즘 책 관련 프로그램에 이상한 패널들이 왜 이리 자꾸 나오나 했는데, 이유가 있었군. 정말 세상이 미쳤구나, 미쳤어. 나와야 할 분들은 못 나오고, 왜 나오나 싶은 사람들은 나와서 수준 미달 멘트나 치고" 등의 의견을 통해 정 교수를 응원하고 있다.

이에 정 교수는 다시 "저를 걱정해주시고 조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올린 트윗은 제가 지난 8년간 진심으로 사랑해온 <TV 책을말하다>에 대한 마지막 연애편지이자, 그녀를 속수무책으로 보낼수밖에 없었던 그날에 대한 "내밀한 반성"입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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