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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뜀박질, 유재석이 애처롭다

뚜껑 연 SBS <런닝맨>, 게임 버라이어티와 추격극 사이에서 방황

등록|2010.07.12 15:24 수정|2010.07.12 15:24

▲ <런닝맨>의 유재석 ⓒ SBS

유재석이 돌아왔다. <무한도전>에서는 요즘 레슬링하고, <놀러와>에서는 김원희와 6년째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해피투게더>에서는 여전히 목욕탕을 주름잡는 그가 어딜 가기라도 했단 말인가. 1주일에 3일, 그를 만나는 걸로 충분하지 않단 말인가.

5개월만이지만 컴백은 컴백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 얘기다.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에서 '국민 남매' 이효리와의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작년 SBS 연예대상을 공동수상했던 유재석을 SBS가 놔줄 리 없음은 자명한 사실.

그간 SBS 복귀를 둘러싸고 팬들과 연예기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 말도 많았다. <무한도전>에 집중해야 한다, 휴식이 더 필요하다 등등. 그런데, <골드미스가 간다>에 이은 <패떴2> 단기간 종영 때문에 그 기간이 심히 단축됐다. 무려 반 년이라니.

여하튼 그런 유재석을 SBS가 또 뛰게 만들었다. 이름하야 '런닝맨'이란다. '새로운 액션 버라이어티'가 모토라는데, 그래서인지 예고편을 보면, <추격자>의 김윤석, 하정우의 골목길 추격신 버금갈 정도로 숨 가쁘게 편집해 놨다. 낯익은 김종국, 하하도 보이고, 아니나 다를까 이효리가 첫 게스트에다, 요즘 대세라는 황정음도 얼굴을 비춘다.

일단 호기심 유발엔 성공했다. 1인자 유재석이 들고나온 액션 버라이어티는 어떤 포맷인지, 리얼 버라이어티의 유행은 지속될 것인지, 또 <패밀리가 떴다 2>로 시청률 바닥을 친 SBS가 기사회생을 할 것인지.

그러나 말해 무엇 하랴. 관전 포인트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지 모르지만, '예능은 재미있어야 한다'가 제작진이나 연기자들의 지상 목표. 11일 방송된 첫 회 전국 시청률 10%(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런닝맨>의 성적표다. 유재석 효과로 인해 한 자리로 떨어졌던 시청률이 반등했다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유재석이 밤새도록 뛰어다니던 <런닝맨>, 재미있으셨습니까?

새로운 액션 버라이어티, 게임 버라이어티 아냐?

먼저, SBS가 직접 밝힌 새로운 액션버라이어티 <런닝맨>이 기대되는 3가지 이유를 들춰보자. "'예능신' 유재석의 새로운 모습 기대, 예능 새내기 출격! 신선한 활약 약속,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라"가 그 면면이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배려의 아이콘' 유재석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테고, 사석에서 그리 웃긴다고 소문난 '리쌍'의 개리, <지붕뚫고 하이킥>의 '광수' 이광수와 신인 연기자 송중기가 김종국, 하하, 지석진과 호흡을 맞춘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누가 최고 승자가 될지 앙케트에 참여하고, 또 맞힌 이들은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공익성을 추가한단다. 미안하지만, 이것만으로 재미를 보장하기엔 심히 부족해 보이는데?

에둘러 가지 말자. 핵심은 '액션 버라이어티'다. 한 밤 폐장된 대형쇼핑몰에서 양 팀으로 나눠, 쇼핑몰을 탈출하기 위한 비밀번호를 찾고자 추격하고, 경쟁하며, 그 사이 이런저런 게임을 벌이는 것. 이를 위해 방송에서 유재석이 밝힌 녹화시간은 무려 12시간 이상이다(실제  제작진의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제작 시간은 그 시간을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그 사이 유재석을 위시한 9명의 연기자들은 뛰고, 달리고, 일반인들과 닭싸움을 하고, 비밀번호를 찾아 쇼핑몰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그리고 가끔 그들은 <X맨>의 '당연하지'를 연상케 하는 말장난을 하고, '말 못하는 광수', '나이 먹은 지석진', '싸움 잘 하는 김종국' 처럼' 캐릭터를 구축에도 신경 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배려 넘치는 진행을 펼치는 유재석이 자리한다.

자, 요약해 보자. <런닝맨>은 스타들이 떼거지로 나와 게임하고 노는 '게임 버라이어티'의 야외 확장판 버전이다. <X맨>이래 SBS가 쏠쏠하게 재미를 보아 온 바로 그 형식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소소한 토크와 맛깔나는 캐릭터 구축을 제외하고는 농촌 가서 게임했던 단순한 포맷임을 잊으면 안 된다. 유재석의 여전하고 안정된 활약에도 <런닝맨>은 그 형식의 답습이 될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추가된 것? 미션 수행 중 이름표를 뺏기면 잠시 멈춰있어야 한다는 룰을 통해 도입된 쫓고 쫓기는 '액션' 형식은 제목에도 내건 핵심 포인트다. 그런데 이거, 왠지 낯이 익다. 그래, '돈을 갖고 튀어라' 특집 이래 <무한도전>의 장기가 된 추격극의 형식이 살짝살짝 내비친다. 그래, 9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게임만 하기엔 무리가 있을 터. <X맨>에서도 댄스 타임에, 짝짓기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나.

10%의 시청률, 승승장구 할 수 있을까

▲ SBS <런닝맨> 출연진 ⓒ SBS


<런닝맨>은 어쩌면 SBS 일요일 예능이 그간 보여줬던 형식의 블록버스터 버전을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금 대부분 예능의 지상목표인 시청률로 돌아가 보자. 작년 봄 인터뷰를 위해 만난 <패밀리가 떴다>의 책임 PD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해 이런 전망을 내놓았었다.

"이 추세가 거의 끝물인 거 같다. 올 겨울까지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지만 내년 봄 정도면 새로운 포맷이 나와야 할 거다.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다. <X맨>처럼 게임하고, 춤추고 하는 포맷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했다. 다 시류가 있는데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는 너무 많아 퇴조하는 느낌도 적지 않다. <패밀리가 떴다>는 이미 인지도를 획득했기 때문에 앞으로 2년은 끄덕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고."

불행히도 <무한도전>은 건재하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이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종영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2년은 끄덕 없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내년 봄 이후 새로운 포맷이 나와야 한다는 예견이다. 그리고 그 계획은 <런닝맨>을 통해 실현됐다. 그렇다면, SBS 일요일 예능이 찾은 '액션 버라이어티'는 과연 새로운가?

미안하지만, '달리고 싶은 그들이 왔다'라는 문구와 함께 공개된 예고편의 활력은 1회에서는 그리 많이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흥에 넘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에서 배경음악을 가져 온 센스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활력을 더 돋워야 할 장면인 비밀번호 찾기 추격극의 4번째 미션은 급기야 편집되고야 말았다.

새로움의 무기로 내세운 쫓고 쫓기는 추격과 달린다는 행위에서 오는 활력은 <런닝맨>의 특화점이 되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것도 이미 <무한도전>이 철거촌도 가고, 서울 곳곳을 누비면서 발전시켜 놓은 장르다.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그만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한 1회의 편집이 지속된다면, 미안하지만 <런닝맨>은 역시 유재석이 MC를 봤으나 조기종영을 맞아야 했던 SBS <기승사>의 전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쇼핑몰이든 대형 운동장이든, 거대한 배경을 매주 바꾸는 건 중요치 않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추격극 대신 스타들이 나와 게임하는 포맷의 분량을 늘리는 순간, 10%의 시청률을 수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SBS는 이미 한순간에 시청률이 폭락한 <패밀리가 떴다2>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나. 요즘 시청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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