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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환경행사는 에코투어 아니라 에코테러였다"

태안환경대축제, 예산낭비·사구 훼손 논란 가속

등록|2010.07.12 15:52 수정|2010.07.12 18:39

훼손된 신두리 사구 완충지대태안환경축제를 위해 완충지역의 사구 식물들이 크게 훼손이 되었다. ⓒ 신문웅


천연기념물인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일대에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2010 신두리 샌드에코 페스티벌 태안환경대축제'가 예산 낭비와 사구 훼손 논란만을 낳고 막을 내렸다.

태안군은 축제 준비 단계부터 '3일 동안 1일 1만 명'씩 총 3만 명의 관광객들이 신두리 일대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07년 기름사고 이후 새롭게 태어난 태안의 홍보와 2010대충청방문의 해를 기념하는 대대적인 축제라고 홍보해 왔다.

특히 축제 준비 관계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 수도 있어 굳이 홍보를 안 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 관광객 유치를 자신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에도 실제 3일간 이 축제장을 다녀간 외지의 관광객들은 3000여 명도 안 된다.

인근 지역에 살면서 축제 행사장 식당 운영에도 참여한 한 주민은 "군민의 혈세 1억5천만 원을 비롯해 3억의 예산을 투입해 당초 목표의 10%를 밑도는 관광객들이 다녀갔다면 큰 문제"라며 "주최 측 말만 믿고 음식물을 많이 준비해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큰 손해를 보게 된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신두리 사구에 차량 진입... "에코 테러"

사구 식물 수난신두리 사구 완충지역에 차량들이 무단으로 출입하면서 사구 식물들이 훼손되었다. ⓒ 신문웅


이번 축제는 천연기념물 431호로 국내에 유일하게 원형이 보호된 해안사구로 알려진 신두리 사구의 완충지대에서 열렸는데 이 또한 논란이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신두리 사구 보호를 위해 사구 지역 내는 물론 완충지역에서도 사구의 원형 훼손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제한해 왔다.

이번 축제를 앞두고 신두리 해안사구의 관리를 위임 받은 태안군은 신두리 사구의 원형 보존을 위해 설치된 완충지역에 축제장을 만들면서 중장비를 동원해 사구 식물을 훼손시키는 등 원형을 변형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일 문화재청 관계자가 현장조사를 나와 신속한 원상 복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 조사를 벌인 문화재청 관계자는 "완충지역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태안군이 위임관리를 하고 있다. 샌드슬라이딩장 등 완충 지역에서 가능한 행위의 정도를 넘은 것을 확인했다"며 "행사 이후 원상복구를 지시하는 한편 축제를 준비하면서 이루어진 모든 행위에 대해 태안군에 보고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현재 태안군은 문화재청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두리 사구에 깔려진 혼합석신두리 사구의 완충지역을 가로지는 길에 혼합석이 깔려 외래 식물의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 신문웅


안희정 지사 행차에 펜션 돌며 인원 동원

특히 신두리 사구의 경계에서 불과 10여m도 못미치는 곳까지 혼합석을 깔고 수백 대의 관광객 차량을 통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장을 찾은 서산·태안환경련 이평주 사무국장은 "사구 식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외부의 다른 이물질(혼합석)이 이렇게 많이 반입되면 당장 사구 식생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며 "에코투어가 아니라 에코테러"라고 비난했다.

또 "사구에서 열리는 환경 축제임에도 축제의 준비를 이벤트 연구소에 맡긴 자체가 문제"라며 "샌드슬라이딩장만 봐도 사구에서 이런 행위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관련 공무원들 자체가 사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고 완충지역에 대한 개념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구 전문가도 "자동차 바퀴를 통해 외래식물의 전파가 제일 잘 된다. 사구와 붙어 있는 완충 지역에 이렇게 단기간에 수백 대의 차량이 들어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처사"라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봉사자들의 그동안의 사구 식물 보호 활동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차가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통행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자갈을 깔았다"고 해명했다.

당초 태안군은 사구 보호를 위해 축제장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만들고 셔틀버스를 통해 관광객들을 이동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첫날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내빈들의 차량은 물론이고 일반 방문객들의 차량 수백 대가 신두리 사구 입구까지 운행됐다. 이 때문에 완충지역 곳곳의 사구 식물 위에 차량이 무단 주차되면서 사구 식물들이 수난을 겪었다.

더욱이 9일 개막식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취임 이후 참석하는 첫 공식 행사임을 의식한 태안군이 개막식 참여 인원을 채우기 위해 원북면 각 마을 방송을 통해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또 인근 펜션의 손님들을 개막식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군청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했다. 이같은 활동으로도 부족하자 인근의 원이중 학생, 전지훈련 온 씨름부 학생들, 태안군청 공무원들, 캠페인에 참석한 의용소방대 등을 동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태안군청 서재청 문화관광과장은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 무능하다는 얘기를 듣더라도 내년부터는 이번 축제 관련 예산을 하나도 내려오지 못하게 막겠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서 과장은 충청남도 인사교류의 일환으로 현재 태안군에 파견근무중이다. 이번 축제는 충남도비 1억5천만 원을 지원 받아 치러졌다.

썰렁한 행사장3억 예산이 소요된 태안환경축제가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관광객들이 찾아와 예산 낭비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신문웅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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