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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재의 정체모를 떼죽음

가재가 살 만큼 깨끗한 계곡에 '무개념' 행락객들, 폐콘크리트-토사 유입

등록|2010.07.13 18:43 수정|2010.07.13 18:43

▲ 엄지손가락만한 가재가 죽어 있었다. ⓒ 이장연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사는 '은둔자' 가재는 환경지표종입니다. 주로 계곡이나 냇가, 강바닥의 돌밑이나 낙옆 밑 등 몸을 숨길 수 있는 상류쪽에 많이 서식합니다.

유충- 벌레-올챙이 등을 잡아먹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데, 지난 주말 한낮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 2단계 증설공사장 인근 작은 계곡에서 가재들이 정체모를 떼죽음을 당해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 한마리가 아니라 20여 마리가 물웅덩이에 죽어있었다. ⓒ 이장연




▲ 가재가 떼죽음 당한 곳은 지난해 말부터 공촌정수장 증설공사를 하는 인근 계곡이다. ⓒ 이장연




간혹 산책삼아 오가는 산길 바로 옆으로 옛부터 계곡이 형성돼, 맑은 물-공기을 찾아 여름철이면 몰지각한 행락객들이 계곡을 더럽히곤 했습니다. 이날도 차를 끌고 계곡 깊숙이 들어온 사람들이 산골논 옆 계곡가에서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락객들이 노니는 곳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은 계곡의 물웅덩이에서 가재 20여 마리가 배를 하늘로 향하고 죽어 있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가재도 몇마리 보였지만, 금세 숨이 넘어갈 듯 힘이 없었습니다. 가재의 사체가 널부러진 웅덩이는 옛부터 송사리 등 물고기가 살던 곳인데, 주변에는 폐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 계곡에는 폐콘크리트가 나뒹군다. ⓒ 이장연




▲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곳곳에 가재 사체가 발견됐다. ⓒ 이장연




계곡을 따라 오르는 비포장 산길에도 작은산 하나를 통째로 깎아버린 정수장 공사장에서 사용한 듯한 폐콘크리트가 여기저기 길을 더럽혀 놓았고, 차가 오가면서 계곡으로 토사가 길 위에서 쏟아져 물길을 막은 곳도 있었습니다.

여하간 가재들이 떼죽음 당한 물웅덩이에서 계곡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봤는데, 곳곳에 가재가 죽어있는 게 보였습니다. 대체 왜 누구에 의해 가재들이 떼죽음 당한 걸까요?

가뜩이나 가재의 서식처가 사라지는데 떼죽음까지 당했으니, 내년에는 이 계곡에서 가재를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 삭막한 공촌정수장 증설공사 현장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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