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라디오여, 금강 나루 변했거든요?
하얀 백사장 맨발로 밟던 그 나루는 이제 없습니다
"금강의 수많은 나루를 아십니까? 우리고장의 젖줄이 어떻고, 금강의 역사가 어떻고~ 이번 주에는 가족과 금강의 나루로 나들이를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맞다. 금강 물길을 이용한 나루는 백여개도 더 있었다. 과거에야 나루가 상류와 하류를, 강 건너를 잇는 가장 쉬운 교통수단이었으니까. 금강의 대표적 나루로 구드레나루와 곰나루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있지만, 실은 기능과 용도면에서 요긴했던 나루는 그 외에도 실로 많았다.
나루는 사람이 만들어간 역사와 문화가 있었으니까. 나루를 통해 강과 소통한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진정 그들은 지금 나루의 현실을 알고나 그러는 것일까?
▲ 꼬마물떼새포클레인이 파 올려놓은 모래더미 위에서 귀가 찢어져라 울고 있다 ⓒ 최수경
▲ 연미산을 배경으로 한 곰나루연신 수중준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곰나루모래와 꼬마물떼새 ⓒ 최수경
물떼새는 발만 물에 담글 수 있는 수위의 모래나 자갈둔치에서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며 서식하는 새이다. 당연히 곰나루가 이렇게 변해가니 이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기 마련이고 어쩌면 이들에게 곰나루는 새끼를 기르는 금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 금강보 건설현장과 곰나루금강보가 보이는 곰나루의 모래는 한참 준설 중이다. ⓒ 최수경
▲ 하얀 모래가 풍성했던 곰나루 백사장2008년 운하반대 종교인순례시 금강의 곰나루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았던 드넓은 백사장은 곧 금강보로 인해 물에 잠길 것이다. ⓒ 최수경
곰나루에 들면 영겁의 세월 동안 강을 지켜 온 역사의 파편들과 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 발에 밟히는 역사의 흔적들이곳은 선사이래 사람이 터를 잡은 최적의 땅이었고, 때문에 필요한 조사가 선제되어야함에도 역사의 파편들은 모래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최수경
▲ 강가에 흐드러진 석패류모래나 갈대의 수질정화기능 못지않게 조개류의 수질정화능력도 탁월하다. 강바닥의 펄흙이나 모래흙을 서식처로 하고있는 이들에게 준설은 곧 멸종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 최수경
▲ 2008년 곰나루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노는 아이들강가에서 노닐던 아이들의 모습은 역사 속 사진에서나 찾아 볼 일. ⓒ 최수경
하얀 백사장을 맨발로 밟고 가 강가에서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할 것이라 여겼던 그런 곰나루로 알았을까? 그런 곰나루로 알고 가족과 함께 나루로 나들이를 가보라고 한 것일까?
▲ 개미군단처럼 바쁜 곰나루 트럭곰나루 모래를 퍼나르느라 트럭이 바쁘게 줄 지어 움직인다 ⓒ 최수경
그 그 방송 듣고 금강의 나루를 찾아 떠난 가족소풍에서 위법이 만연한 공사판 트럭들의 질주에 치이는 곰나루 아수라장을 맛보지나 않을는지.
▲ 부여 구드레나루터 맞은편의 신리 갈대밭구드레나루를 건너 만나는 신리의 광할한 갈대밭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건만, 이미 쑥대밭이 되어 없어진 지 오래. ⓒ 최수경
공주 곰나루가 그렇다면 또 유명한 부여의 구드레나루터로 가 볼까? 구드레나루 맞은 편의 신리 갈대밭과 드넓던 호암리 백사장도 볼 만은 했지.
▲ 낙화암과 나란히 한 구드레나루터 앞의 신리 갈대밭이 있던 자리이미 갈대가 있던 자리의 모래도 퍼날라 황폐한 부여의 구드레나루 앞 ⓒ 최수경
하지만, 그건 옛말이요. 이 지경이 된 공사판에서 무엇을 본단 말인가. 그러나 금강보호캠페인을 하는 대전MBC 라디오여! 볼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옛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던 강의 나루가 이 지경이 되가고 있음을, 금강의 살들이 이렇게 유린되고 있음을, 누구도 이 참혹한 현장에 관심주지않아 강이 혼자 아파하고 있음을 이번 주말에 가족과 함께 소풍나가서 제대로 보고 느끼며 위로해주라고 하자. 그래서 금강사람들에게 바로 알리자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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