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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흡교사로 평가한 사람은 누구일까?

등록|2010.07.17 17:51 수정|2010.07.17 17:53
2010년 상반기에 초중고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사평가(교원 능력 개발 평가)를 실시했다. 교육청은 교사 평가를 해서 교사 스스로 부족한 부분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교사 평가를 할 때 결과를 수치화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교사의 학급운영이나 수업에 대해 각자 장단점을 서술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나는 반 아이들한테 '선생님의 성적표'를 받아서 다음 학기 수업과 학급운영에 참고하곤 하는데, 결과를 보면 수업 준비를 많이 했던 과목은 호응이 높았고, 수업 준비가 적었던 과목은 호응이 낮았다. 아이들은 마치 내가 수업 준비 많이 하는 과목, 적게 하는 과목을 아는 것 같았다.

교사의 태도에 대해서는 친절한 것, 잘못했지만 야단맞을 때 섭섭했던 것을 솔직하게 썼다. 발표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멈춘 것도 아이들은 그냥 섭섭하다고 썼다. 잘못해서 야단맞은 것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좀 실망도 되었지만 더 효과적으로 꾸짖는 방법을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4학년 정도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교사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서술식 평가와 더불어 요즘 문제가 되는 성추행교사, 폭력교사, 비리교사들을 고발했을 때 빨리 제대로 해결되는 제도가 꼭 있어야만 교육의 질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29년 경력 초등교사인 나는 2010년 상반기에 실시한 교사 평가 결과를 받았다. 평가내용은 교사상호 평가 36항목, 아동평가 18항목, 학부모 평가 9항목으로 되어 있고, 각 항목당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 통계수와 비율이 나와 있었다. 교사상호평가는 대체로 학년 군으로 나뉘어 실시되었는데, 내가 속한 그룹에는 교감선생님과 동료 교사 몇 분이 있다. 아동은 5,6학년과 그에 해당하는 학부모님이 나를 평가하는 그룹이었다.

내가 받은 평가결과를 살펴보았다. 아동 187명이 한 평가 중 수업항목은 평균 95%, 학생지도항목은 90% 정도가  우수, 매우우수이고  미흡, 매우미흡은 2%정도였다. 학부모평가 결과는 항목 당 평균 90% 이상 우수, 매우우수로 나와 있었다. 아이들이 한 평가 결과는 학교 평균이나 학년 평균보다 꽤 높은 비율에 해당되는 결과이다.

그런데 교사평가는 달랐다. 평가항목 36개 중에 미흡, 매우미흡이 20개에 표시되어 있었다. 동료평가로 참여한 네 분 중에 어느 한 분이 항목의 반 이상을 미흡으로 평가를 한 것이다. 어느 분이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하여 평가를 한 같은 그룹의 동료 교사 두 분에게 물어보니 본인들이 나를 평가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미흡으로 평가하지 않았단다. 그럼 한 분은 교감선생님과 또 한 분이 남았다. 그럼 절반 이상 항목을 미흡으로 평가하신 분은 교감선생님이실까? 교장선생님이실까? 아니면 평가그룹이 다른 학년의 교사일까?

결국 나는 학년평균보다, 전체 평균보다 훨씬 아래인 결과가 나와서 교사 상호 평가에서 우리 학교 꼴찌가 되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평가에서는 우수가 높은 비율이 나온 교사가 교사상호평가에서는 꼴찌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한 분은 왜 항목의 절반 이상을 미흡으로 나를 평가를 하셨을까?

나의 1학기 교육활동을 돌아보았다. 나는 올해 5,6학년 실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실과 과목의 기능이나 지식을 익히면서 삶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랐다. 담임일 때는 진도 때문에 하기 어려웠던 모둠 조사, 모둠 발표, 놀이학습,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습 성취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 교과 담당을 하면서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적어지지 않도록 교과일지를 기록했다. 1학기 교육활동에 대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만족한다.

또 나의 1학기 학교 근무 활동도 돌아보았다. 나는 학교운영위원으로 학교교육과정과 예산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학교 예산이 아이들의 교육활동에 적정하게 쓰이도록 여러 방면의 노력을 했다.

1학기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는 교사들의 의견이 있었다. 질이 낮아지는 이유를 찾아보던 중 8kg 수박이 18000원 정도 하는 시기에 32000원에 납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식품재료도 학교 급식 납품 단가와 시장가격을 비교 해보니 납품단가가 아주 높은 편이었다.

교사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조정하면서 식단에 따른 식재료에 대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7,8월에는 전체 납품가의 10%를 낮추어서 계약하게 되었다. 모니터 활동도 꾸준히 해서 이제 급식의 질도 개선되어서 교사들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한다. 2학기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식재료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동료들과 함께 한 일이다.

또 운영위 회의를 하면서 민간참여 컴퓨터 업체 계약이나 예산 집행을 할 때 업체에게 적정이익이 돌아가며 학교와 아이들이 쓸 수 있는 기자재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과정이 공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운영위원 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나는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운영위 활동이 아이들 교육에 꼭 필요하기에, 함께 하는 동료교사가 있기에 퇴근 시간 후의 시간까지 학교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에게 미흡교사가 되었다. 교사들이 하는 상호 평가에서 36개 항목 중에 20개를 미흡과 매우미흡을 받았다. 나와 함께 급식이며 학교 예산 문제에 관여하고 일을 한, 한 교사는 미흡 17개, 또 다른 교사들은 미흡 9개, 7개를 받았다. 학교의 나머지 교사들은 상호 평가에 미흡, 매우미흡까지는 없다.

과연 나의 교육활동을 미흡, 매우미흡으로 평가한 분은 누구일까?
덧붙이는 글 [교과일지]

4/9/ 소중한 나 찾기 수업

5학년 6학년 소중한 나 찾기 수업을 진행했다.

'서울에서 나랑 같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은 있니 없니? 생물체가 살고 있다면 우주에서 나랑 같은 사람은? 나는 우주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은 더 소중하지? 옛 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고 했어.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유일한 사람 그래서 나는 참 소중하단다. 공부를 못해도 좀 야단을 맞아도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어. 소중한 나를 확인해보자.' 로 시작했다.

가운데 내 이미지를 찾아 그리기를 했다.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오늘은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자, 오늘 두 시간만. 사랑이 많으니까 하트로 이미지를 정했어. 다리만 두 개 확대해서 그릴 수도 있지, 숫자를 쓸 수도 있고, 번개를 그릴 수도 있어.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반에서 6명 정도 자기의 이미지를 선택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미지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늘 이 시간에 내 이미지를 만들자고 했다. 긍정적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린이의 이미지로. A는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B도 자기 이미지를 잘 정하지 못했다. 이미지를 정하지 못하는 대여섯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격려해주고 이미지를 그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다음은 내 자신이 보는 나의 소중함을 찾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내가 누구보다 수학을 못하지만 나는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수학을 잘해. 나는 밥을 잘 먹어. 밥을 잘 먹는 것은 복을 불러오는 것이야.' 하면서 자신의 좋은 점을 5개 찾기 했다.

C는 '공부를 못해' 라고 찾았다. 옆 아이가 그걸 보고 그래도 되냐고 물었다.

"공부를 못하니?"

"네."

"공부를 못하지만 기죽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야."

"기죽어요."

"그래? 그럼, 좋은 점이 아닌데. 음... 공부를 못하지만 잘 하려고 노력은 하니?"

"네."

"그럼, 공부는 못하지만 노력을 해 라고 하자. 그건 좋은 점이고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야."

C가 처음에는 자기를 생각하기 꺼리고 장난이나 싫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이야기를 하니 소중한 점을 찾았다.

D도 못 찾았다.

"마음이 착하니?"

"아니오."

"잘 생겼다고 생각하니?"

"아, 네."

"키가 크다고 생각하니?"

"네."

"그런 신체 조건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니?"

"네."

그렇게 해서 소중한 점을 찾았다. E도 찾게 해주었다.

D는 좋은 점을 찾기 어려워했다. 뜻밖이었다. 드럼을 그리고 있었다.

"드럼을 잘 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해도 되나요?"

"그럼,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주 좋은 점이야."

그런데도 쓰기 어려워했다. 격려해주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시선을 생각하지 말고 나는 나야 생각하라고 말해주었다. D는 눈물을 흘렸다.

소중한 나를 모둠별로 발표했다. 오늘은 무조건 아, 그렇구나 생각하고 무조건 친구를 인정해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습했다.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반복해서 말하는 연습을 하고 발표를 듣고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구나.' 말을 했다. 쑥스러워서 말을 잘 못했다. 다니면서 한 모둠에 한 명씩 해주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표정이 보였다. E도 좋다고 한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경험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 때문이다. 누구보다 잘 해야 하고 남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들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기의 상태에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경험을 두 시간 만이라도 하도록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눈빛을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G반 아이들은 싸웠다. 니가 왜 수학을 잘 하냐고, 여기저기서 말다툼하고 장난하는데 하나하나 말려도 계속 나왔다. 할 수 없이 발표하는 수업을 중단했다. 다음 날부터 아이들 자리를 모둠자리에서 앞을 보는 자리로 바꿨다. 아홉 반 중에 한 반은 실패였다.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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