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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연대, 우린 놀면서 배우련다

안성 풀뿌리 사람들이 '놀이학교'를 만든 사연

등록|2010.07.19 11:26 수정|2010.07.19 11:26

식사서울 녹색마을사람들을 탐방한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놀이에 빠질 수 없는 술과 '위하여'를 하는 시간이다. ⓒ 송상호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놀이학교'일까. '놀이'와 '학교', 두 단어를 아무리 조합해도 궁합이 맞지 않다. 놀이는 노는 것, 학교는 배우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겐 그럴 수 있다지만,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안성 시민사회를 열어가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렇다. 안성에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꿈꾸며 풀뿌리처럼 일하던 사람들이 '소통과 연대'의 일환으로 '놀이학교'를 선택했다. 다른 도시의 시민사회단체에서 '팔도 유랑단'이란 이름으로 전국 시민단체를 돌며 배웠다는 걸 착안해서였다. 한 마디로 놀러 다니면서 배워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놀이학교' 이래서 시작되다.

배경은 이랬다. 2010년도까지 십수 년 동안 각자가 속한 단체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던 안성의 시민단체 사람들. 그들이 오랫동안 목말라 하던 '소통과 연대'를 위해 안성 1동 주민자치센터 회의실에서 세 차례 '소통과 연대를 위한 워크숍'을 열었었다. 이때 매회 참가 인원이 30~50 여명을 상회하는 좋은 출석률을 자랑했고, 평소 연대를 염원하는 그들의 열정이 빛을 발했다. 

산행대전 풀뿌리사람들을 탐방한 후 대전에 있는 한 산을 올랐다. 산에 올라서 담소를 나누는 중이다. 소풍온 기분인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 송상호



1월 23일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통해 "현 정세 분석 및 풀뿌리 시민운동의 방향"을 고민했다. 1월 30일은 박흥섭 사람과 마을 대표와 조세훈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을 통해 "지역사례 나누기"를 했다. 2월 6일은 최종덕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대표를 통해 "풀뿌리시민운동의 방향 및 단체 간 소통연대의 방식"을 공부했다. 마지막 시간인 2월 6일은 '소통과 연대'의 청사진을 그리며 '이제 뭔가 되어가는 구나'란 꿈에 부풀기도 했다.

워크숍 후로도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모임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모이는 인원은 적어지고, 동력은 떨어졌다. '소통과 연대'의 꿈은 좋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들어가서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풀뿌리 사단법인'과 '연대체'를 구성하자는 것에서도 합의가 힘들었지만,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실무자 상근과 연대 공간(실제적인 사무실이나 건물) 확보, 그리고 기금조성의 문제로 기결되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뜻있는 일을 하려는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돈'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었다. 어떻게 기금을 모을 것인가, 어떤 명분으로 기금 마련에 동참할 것인가, 기금으로 어떤 형식의 연대체(혹은 사단법인)를 구성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이 생겨났고, 이런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자 모임이 시들해져 갔던 것이다.

공부지금은 대전 풀뿌리 센터의 실무자와 슬라이드를 통해 대전 풀뿌리사람들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 송상호



이에 그들이 선택한 길, 바로 '놀이학교'다. 앉아서 탁상공론 하느니 돌아다니며 배우자는 것. 실제로 그런 문제를 해결했던 전국의 시민단체나 공동체 등을 찾아가 듣고 경험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난관을 극복했는지 그 길이 보일 거라는 의지에서였다. 

대전, 서울 등 유람, 세 차례 이루어져

이렇게 시작된 첫 여행지는 올해 5월 16일 대전에 있는 '풀뿌리 사람들'이었다. 말 그대로 놀이학교라서인지 첫 여행에선 자녀들과 함께 했다. 마치 자녀들과 소풍 떠나는 마음이었다. 대전 풀뿌리 센터에서 슬라이드를 통해 현장을 경험했다. 끝나고 나서 대전에 있는 산으로 가족들과 함께 산행도 했다.

둘째 여행지는 서울 강동구 수유동에 있는 '녹색마을 사람들'이었다. 안성의 촌사람들이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배우고 익혔다. 그들을 통해 기금을 모은 방법과 동기부여 등에 대해서 배우기도 했다. 

단체사진서울 녹색마을 사람들을 탐방한 후 단체 사진을 찍었다. 배우는 기분이 아닌 노는 기분이니 모두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송상호



세 번째로 간 것이 최근에 갔던 서울 성동 주민회였다. 7월 17일, 그들이 찾은 곳은 철거민 운동으로 움튼 공동체 정신을 17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다양한 협동조합의 모습으로 풀어낸 단체였다. 그들의 설명과 현장을 통해 또 한 번의 '소통과 연대'의 길을 모색했다.

아직도 그들은 진정한 '소통과 연대'의 길이 배고프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으니 말이다. 좀 더 다양한 곳을 경험하고, 부대낄 예정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경험한 만큼 생각하고 본 만큼 꿈을 꾸기 때문이리라.

안성 시민사회를 열어가는 풀뿌리 사람들은 8월에도 21일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어디를 갈지 서로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거란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그 무언가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지만, 길을 찾을 때까지 그들의 유랑은 쭉~ 계속 되리라.

뒷풀이서울 성동주민회를 탐방한 후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 주점을 찾아 건배 중이다. 이것이 바로 놀이학교의 진수다. ⓒ 송상호



안성 풀뿌리 http://cafe.daum.net/2006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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