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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관계 없는 부부...법원이 혼인파탄 가려야"

"성관계 거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이혼청구 기각 안돼"

등록|2010.07.20 17:25 수정|2010.07.20 17:25
성관계가 없는 부부 중 일방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면 재판부는 어떠한 성적 결함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등을 따져 혼인이 파탄났는지 여부와 그 책임은 누구 때문인지를 가려야지, 단지 성관계를 거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9년 5월 결혼한 A(38)씨와 B(37,여)씨는 7년 이상 성관계를 갖지 못해 불화를 겪다가 2007년 1월부터 별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2월 A씨가 부모에게 그동안 성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린 뒤 B씨는 시댁 식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결국 2007년 8월 A씨는 "아내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아내가 성관계 거부한 증거 없어"

하지만 1심인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김현정 판사는 지난해 4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김 판사는 먼저 "부부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적어도 2007년 1월까지는 성관계가 없는 것이 심각한 혼인 파탄사유로 작용하지 않은 채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온 점,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 피고에게 개선을 위한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은 점, 한편 피고는 현재 원고와의 성문제에 관해 전문가상담 및 치료 등 모든 노력을 할 의사를 표명하며 혼인관계가 유지되길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와 피고의 노력에 따라 파탄이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게다가 성관계가 없었던 것이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등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인지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에게 재판상 이혼 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혼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영길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판단하며, A씨의 이혼청구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대법 "성관계 거부는 혼인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A씨가 "아내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가정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부부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성교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하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부부 간의 성적 욕구의 정상적인 충족을 저해하는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면, 부부 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임을 감안할 때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임에도 쌍방이 결혼 이래 7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한 차례도 성관계를 가지지 못하고 불화를 겪다가 별거생활을 하게 됐다면, 비록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성교를 거부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우에 따라 피고에게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욕구의 정상적인 충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등 부부 간의 정상적인 성생활을 갖지 못하게 한 원인이 원고와 피고에게 동등한 책임이 있거나, 피고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인정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은 원고 및 피고에게 어떠한 성적 결함이 있는지, 그러한 결함이 아니더라도 다른 원인이 있는지, 아니면 그 밖에 정상적인 성생활을 저해하는 다른 원인이 당사자들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관해 더 심리한 후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해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것은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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