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로가 낮잠을 청한 사이 땅이 울리고 나무를 베는 시끄러운 소리에 낮잠에서 깼다. 그와 동시에 어미를 찾았으나 그 소리와 함께 새끼는 어미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슬픈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7월1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의 개인 사유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주가 조경 업체에 의뢰해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밀었다. 그로 인해 수천마리의 백로들은 집을 읽은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곳에는 수많은 새끼들과 둥지 속 알들이 있었다. 지금은 200여 마리 정도가 죽었다. 갓 태어난 새끼들과 부모 새들의 개체 수를 헤아린 것이다. 알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이러한 동물들이 왜 자본주의속에서 희생을 해야 했을까 하는 것이다. 고양시는 그곳이 개인 사유지일지라도 백로 서식지가 되었으니 법적이거나 어떠한 방법으로 땅의 개발을 막아야 했던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백로가 흔한 새라 하지만 그것은 지금 순간에 흔한 것이지 앞으로도 흔한 새 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작거나 흔하거나 하더라도 생명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촬영을 계기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 백로 서식지 전경 파노라마경기도 고양시의 폐허가 되어버린 백로 서식지의 전경. 사진속 하얀 점들은 백로들이 이미 조경업자들이 베어버린 나무 더미 위에 앉아 있는 것이다. ⓒ 이정선
▲ 동물 테마 공원 쥬쥬에서 치료중인 백로들동물 테마 공원 쥬쥬에서 다치거나 병들어 서식지 내에서는 살아가기 힘든 백로들을 데려와 치료를 받는 백로들. ⓒ 이정선
▲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병이들어 격리 치료 받는 백로와 해오라기동물 테마 공원 쥬쥬에서 이번 사건으로 크게 상처나 병이 든 백로와 해오라기 한마리를 따로 격리하여 치료중이다. 왼쪽 위부터 날개와 발을 다친 백로, 잘 일어 서지도 못하는 새끼 해오라기, 그리고 마찬가지인 백로 새끼, 그나마 많이 치료가 되어 밥도 곧 잘 먹는 세마리의 백로. ⓒ 이정선
지금도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활동가들이 폐허가 된 서식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백로들을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백로들에게는 현재 미꾸라지 정도의 물고기만 제공이 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백로들을 다 먹이자니 먹이 공급지인 물 웅덩이도 많지 않고 먹이 또한 많지 않다.
▲ 먹이를 찾는 백로 한마리활동가들이 파 놓은 물 웅덩이에는 몇마리의 미꾸라지만 있을 뿐이다. 이 웅덩이는 5천평안에 몇개 밖에 없으며, 이곳에 넣어 줄수 있는 미꾸라지는 제한적이다. 먹이를 찾아 또는 새끼를 먹이기 위해 웅덩이를 서성거린다. ⓒ 이정선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몇몇 어미 백로들은 새끼에게 자기가 먹었던 먹이를 개워내어 먹이는 것을 활동가 분이 보았다고 얘기해 주셨다.
▲ 우리끼리라도 모여있자아직 다 크지 않은 백로들이 형제인지 같은 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 어미를 잃은 것일까? 비를 그냥 맞고 먹이를 먹지 못해 힘이 없어 보인다. 다음에 갈때는 미꾸라지라도 한 봉지 사서 가야겠다. ⓒ 이정선
백로라는 새는 나무에 앉지 않는 새인데도 불구하고 있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조경업자들이 베어놓은 나무 더미 위에 앉아 있다. 더군다나 요 며칠 왔던 비를 피할 곳이 없어 계속 맞아야 했던지라 저 체온증에 걸리고 먹이를 먹지 못해 힘이 없어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이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 노을에 비친 백로해는 져물어 가는데 백로는 들어가 쉴 곳이 없어 오늘 밤도 이렇게 나무위에서 앉아 쉬고 있다. ⓒ 이정선
▲ 누구를 찾고 있니?멀리 목을 빼고 누군가를 마중 나온 듯한 뒷 모습이다. 떠나간 님을 찾니? 아니면 둥지에 있었을 알을 기억하니?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같은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 내가 대신 할께...용서해다오. ⓒ 이정선
▲ 달이 떠 밤이 되어도...달이 떠 밤이 되어 사람들은 하나둘 집에 들어가는데 백로는 집이 없어 갈곳이 없다. ⓒ 이정선
▲ 하얀점이 백로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무 더미 위에서 백로들이 잠을 청하려 한다. 어둠 속에 드문 드문 보이는 하얀 것은 백로이다. 하얀 백로를 덮은 것은 더러운 인간의 욕심이다. ⓒ 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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