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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봉사한건가요? 오히려 제가 받고 왔는걸요"

인천혜광학교 RCY 봉사단의 소록도 방문

등록|2010.07.22 14:35 수정|2010.07.22 14:35

소록도 봉사에 참여한 봉사단원인천혜광학교 RCY봉사단들의 모습 ⓒ 이상봉


인천혜광학교 RCY 봉사단 36명은 21일 오전 안마와 청소 봉사를 끝으로 2박3일간의 소록도 봉사활동을 끝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이 있었던 시간이었단다. 오전 10시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는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에서 손 흔드시는 어르신들의 아쉬운 배웅을 받으며 소록도를 떠났다. 배웅하시는 분들은 벌써 10년을 함께 하신 분들이다. 이제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들이다.

박한욱선생님은 화장실청소담당이다.박한욱선생님은 처음에는 학생으로 이곳에 참여했었던 1기 봉사단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선생님으로 참석하고 있다. ⓒ 이상봉


시각장애가 있는 박한욱 선생은 "이곳에는 제게 부모님같은 분이 계셔요. 제게 큰 사랑을 갖고 계신 분이시죠. 제가 이곳에서 사고로 눈가를 심하게 다쳤었어요. 치료를 위해 섬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 때 아버님이 저를 차로 싣고 가셨죠. 심한 얼굴모습에 병원 안에는 못들어 오시고 밖에서 서성이시다가 결국 걱정을 참지 못하시어 남에게 보이기 힘드신 모습으로 의사선생님께 잘 부탁한다고 연신 말씀하셨었죠. 그 모습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그분을 아버지라 했어요."라고 말했다.

봉사단 활동으로 올때만 보게 되지만 정말 아버지와 아들같이 정이 듬뿍 들어보인다.
"올해도 아버님의 몸이 전같지 않으셔요" 라고 말하며 매년 나이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것이 이곳 소록도 어르신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내년에 다시 올거지? 꼭 와야해...할아버지는 날 꼭 껴안아 주었어요."
"봉사란 정말 봉사를 하는 것인가요? 저는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제가 봉사를 받고 가는 것인걸요. 얼마나 감사한지요."
"우린 알았습니다. 봉사란 내가 그들에게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어요."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어요..."
"나 우선이었던 내가 너 우선의 마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과거가 너무 가슴 아파요."
"모두 행복하신 것 같아요. 우리보다 더 행복해 하시며 사시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학생들의 입에서는 이번 봉사단에 참가하면서 듣고 보고 느낀 점들이 줄줄나왔다. 모두가 따스한 마음으로 변해있다. '봉사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가?'라는 생각이다. 매년 이곳을 찾는 것은 내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에게서 봉사를 받고 그 기운으로 다시 새로이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다.어르신은 해방된 다음해에 이곳에 들어오셨단다. 대구에서 오셨는데 그때 상황을 이야기 해 주셨다. 그리고 함께 오신 분들의 대부분은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 이상봉


'남을 위해 대가 없이 봉사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보석이 빛나는 것과 같다'
'가장 귀중한 가치는 희생과 헌신이다'

귀중하고 소중한 명언들을 기억해 내지 않아도 우리는 봉사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봉사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수 많은 것들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변하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지도교사인 채태병 선생은 "이곳 봉사는 몸으로 아주 힘듭니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밤 9시까지 봉사하고 그 후 저희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밤 11시가 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즐겁게 참여하고 있단다. 몸은 고되지만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뿌듯함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수많은 봉사단이 함께 하는 이곳 소록도에서 우리 학생들도 많은 봉사단 중의 하나일뿐이란다. "저는 특별하지 않는 봉사단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린 매년 이곳에 특별하지 않은 봉사단으로 오게 된답니다."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봉사가 생활화되는 나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씀하셨다. 이제 이들은 소록도를 떠났다. 그리고 그 곳 주민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러나 양쪽의 마음이 서로를 기억하는 긴 끈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인천혜광학교 소록도 봉사단의 구슬같은 땀들이 감동으로 오래오래 20년, 30년 더 영원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 이상봉


▲ 선풍기를 분해하여 수리하는 방청식(명지대.4)그는 졸업한 선배로서 이번 봉사단에 참여했다.시각장애운동인 '골볼' 국가대표선수이기도하다. 최은영(고2) 전혀 볼수 없는 은영학생은 방송반에서 DJ이다. ⓒ 이상봉


▲ 컴퓨터 정리 및 수리와 안마봉사를 하고 있다.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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