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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이상득 때문에 사찰? 검찰 수사해야"

총리실 사찰 맹비난... "당이 진짜 걱정된다"

등록|2010.07.22 16:16 수정|2010.07.22 16:57

남경필 "누가 불법사찰 지시했는지 밝혀야"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부인에 대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조직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검찰은 누구 지시에 의해 이런 불법사찰이 벌어졌는지, 얼마나 광범위하게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여당 중진의원의 부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 당사자로 꼽힌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2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검찰이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 사건을 인식하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한 시간 전까지 파일이 삭제되는 등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를 갖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남 의원은 아울러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땐 (본격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 일각에서 자신과 더불어 사찰을 받았단 의혹이 제기된 정두언 의원에게 "(이 사건을)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공조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2008년 4월 총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퇴진 및 2선 후퇴를 요구한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당시 직접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불출마를 종용했던 남 의원과 함께 '2선 후퇴'를 언급한 정두언·정태근 의원들이 사찰 대상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 남 의원은 "차라리 내가 사찰을 당했다면 덜 화가 났을 텐데 부인에게 그랬다고 하니 화가 많이 났다"며 "먼저 고분고분하게 정치를 하지 않는 아들과 남편을 둔 가족에게 많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가족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남들에게 책 잡히지 않으려고 조심히 살아왔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오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사찰이건, 뒷조사이건 전혀 무섭지 않단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어 "보수가 가장 지켜야 할 자유와 인권 부분에서 일반인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사찰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남 의원은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얘기가 왜 없겠느냐만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 한나라당이 현재 매우 어렵다"면서 사찰 이유 및 배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 당한) 강용석 의원 파문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불법 사찰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짧게는 보궐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국민들이 당을 보는 시선이 따갑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당시 이상득 의원 불출마를 종용했기 때문에 사찰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제가 판단할 몫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그러나 "오늘 언론에도 (그와 관련해) 보도가 많이 됐는데 국민들이 그런 의혹과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대통령,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도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이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찰 인지하고 있었지만 누가 하는지 몰라서 대응 못했다"

▲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부인에 대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조직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검찰은 누구 지시에 의해 이런 불법사찰이 벌어졌는지, 얼마나 광범위하게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 사찰 사실을 언제부터 인지했나?

"누군가가 날 조사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낌새는 있었다. 왜 내 주변이나 나의 일에 대해 근거도 없는 이야기들이 (증권가) 정보지에 떠다니고 정치권 내에서 회자되는지, 사실 굉장히 악의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고 해서 뭔가 좀 이상하단 생각을 그 무렵 중에 하게 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사찰)하는지, 어느 기관이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7, 2008년에 있었던 부인의 소송 처리 과정을 알아봤다는데.
"(어떤 소송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진 않다. 사업하다 송사가 걸렸다. 상대방이 2005년 횡령혐의로 걸었는데 무혐의로 결론났고 같은 사람이 지난 해에 또 횡령혐의로 고소됐는데 이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깔끔하게 처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고생 많이 했다."

- 처음 사찰 정황을 인지했을 때 왜 대응 안 했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대응할 수 없었다. 사적 라인을 통해 누가 뒷조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확하지가 않았다."

-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나.
"나름대로 깨끗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찰) 했으면 좀 덜 화가 났을 텐데 집사람을 그랬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났다. 어머니도 많이 걱정하신다. 집사람은 이런 일이 다시 불거진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 계좌추적도 진행됐던 것 같나?
"돈 문제로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잡스런 소문이 당시 많이 났다. 그 소문의 진원지가 항상 궁금했다."

"'형님 불출마 종용' 때문에 사찰했단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몫"

- 그렇다면 사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을 밝히지 못하면 검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 남 의원이 2008년 총선 전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했기 때문 아닐까?
"그것은 제가 판단할 몫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수사하는 것이 옳겠다. 오늘 언론에도 보도가 많이 됐는데 그것은 국민들이 그런 의혹과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부와 대통령,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도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가 더욱 더 중요해진 것 같다."

-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제기했던 '친박 사찰론'과 이번 사찰 관계 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 언론보도를 보면 정태근, 정두언 의원도 뒷조사를 받았단 의혹 제기되고 있다. 이들과 공동대응할 것인가.
"아직 얘기를 안 해봤다. 정두언 의원은 지금 외국 나가 있는데 오늘 귀국하면 얘기할 것이다."

-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검찰 수사를 우선 지켜보겠다. 사실 당이 진짜 걱정스럽다. 이 사안은 단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길게 보고 가겠다."

- 검찰 조사도 봐야겠지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때 아닌가.
"수사를 지켜봐야겠다. 검찰이 제대로 밝혀낸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그때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도 모르면서 누가 했다고 예단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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