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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기업 캐피탈 이자,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22일 미소금융지점 방문한 자리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등록|2010.07.22 17:05 수정|2010.07.22 21:13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기업 캐피탈사의 고이자를 비판하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민 정모씨의 대출서류를 살펴본 뒤 의아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10년 이상 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정씨는 8등급의 신용불량자로, 사업자금 1000만 원을 신청하려고 지점을 방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 (정씨의 서류에 캐피탈회사로부터 대출받은 기록이 있는 것을 본 뒤) 캐피탈회사의 이자율이 얼마냐?
진동수 금융위원장 : 40~50% 정도 됩니다.
이 대통령 : 이자 많이 받는 것 아니냐? 금융위원장, 사채하고 똑같잖아? 사채 이자 아니냐?
진 위원장 : 신용이 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진 위원장의 설명에도 대통령의 문책성 질의는 계속됐다.

"신용 좋으면 여기서 돈 빌리나? 간판도 없는 사채업자나 많이 받는 줄 알았더니 캐피탈 같은 데서 이렇게 이자 많이 받는 줄 몰랐다. 이 사람들이 구두 팔아서 40% 넘는 이자를 어떻게 갚나? 일수 이자보다 더 비싸게 받아서 어떻게 하나?"

이 대통령이 정씨에게 "대출해준 캐피탈사의 모 그룹이 미소금융도 하죠? 이 그룹의 미소금융에서 돈 빌려서 같은 그룹의 캐피탈에 갚는 걸로 해보라"고 하자 그는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라고 반색했다.

대통령의 화살은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다시 돌아갔다.

이 대통령 : 캐피탈 이자가 이렇게 비싸요?
진 위원장 : 불법사채는 이보다 훨씬 비쌉니다.
이 대통령 :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 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냐?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탈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똑같다.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40~50% 이자 받는 게 맞냐?
진 위원장 : 조달금리가 높다. 채권 이자로 조달하니까….
이 대통령 : 큰 회사들이 채권 발행하는데 뭐 그렇게 이자가 비싼가? 나는 대기업 캐피탈이 이렇게 이자를 많이 받으면 나쁘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장사하는 분들이 용을 써서 일하는데 이렇게 이자가 비싸면 어떻게 하냐"며 정씨에게 "미소금융 이자는 은행이랑 비슷하니 미소금융에서 빌려서 캐피탈부터 갚으라. 남는 것으로 운영자금 구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 측에 "빌딩 많은 시내에 열어봤자 창업하는 사람들이나 찾아온다. 시장 골목길에 (지점을) 연 것은 잘했다"고 하면서도 "대기업이 하는 일 중에 작은 일이어서 소홀히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애정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만 하면 미소금융이 참 잘될 것이라고 본다"며 "국가가 이런 것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해야 한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하면 절대 성공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 기대를 많이 하시는데 실적이 잘 오르지 않아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 : 대통령이 중산층ㆍ서민과의 소통과 지원책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기업들도 앞장서서 미소금융을 더 열심히 하겠다. 아직까지 진도가 미흡한데 7월에 기준 바꾼 다음에 조금씩 (대출자가) 늘고 있고, 하반기에 조금 더 기준을 조정해서 미소금융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이 대통령 : (미소금융이라는 것이) 이자를 좀 낮춰서 빌려주는 것일 뿐 아니냐?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만 하면 미소금융이 참 잘될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 시장에서 장사하면 유일하게 빌릴 수 있는 게 일수다. 그게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장사하다 보면 안될 때도 있고 해서 일수하는 사람 얼굴 보기가 겁이 나고 불안하다. 국가가 이런 것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해야 한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몇 천억 원 이익 났다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하니까 심리적 부담이 되잖아요? 그래서 대기업들도 (정부가)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점 방문이 끝난 뒤 홍상표 홍보수석·최중경 경제수석 등 참모들에게 "서민을 위한다는 것은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되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은 인근의 칼국수집에서 시장상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먹여주는 '서민행보'를 펼쳤다. 대통령은 만두값 2천 원을 직접 지불했고, 과일가게에서 수박 1통을 1만2천 원에 사기도 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반응이 아주 좋았다. 모든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데, 배터리가 떨어져서 발을 동동 구르는 꼬마들도 만났다"며 흡족해 했다.

'서민행보'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서 시장상인들과 칼국수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서 행인들에게 먹여주고, 수박을 구입하고,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서민행보'를 펼쳤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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