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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싸우는 MB 가신들, 노무현 가신보다 못하다"

[인터뷰] 선진국민연대 공동창업자 김대식 전 평통 사무처장

등록|2010.07.26 19:27 수정|2010.07.26 19:27

▲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입성'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마당발'이었다. 지난 22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호텔에서는 시인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양성우씨가 두 번이나 그를 찾아와 인사하고 갔을 정도다. 본인도 스스럼없이 "299명 국회의원 중 220명과 친하다"고 얘기한다. 

김 전 처장은 그런 친화력을 바탕으로 2007년 대선 당시 박영준 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선진국민연대'를 만들 수 있었다. 대선 직전인 10월 24일 출범한 선진국민연대는 전국 24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네트워크조직'으로 회원수만 4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세종문화회관으로 선진국민연대 간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매우 힘들고 참 어려운 싸움을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저를 믿어 준 덕분에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선진국민연대가 '500여 만 표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그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선진국민연대는 확실하게 권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민연대는 '영포목우회'(약칭 영포회)와 함께 '인사전횡 등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비선조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체된 선진국민연대가 비선조직으로 인사개입? 완전 소설"

이런 의혹과 관련, 선진국민연대의 '공동창업자'인 김대식 전 처장은 "팩트(fact)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선진국민연대는 대선이 끝난 직후 발전적으로 해체했다"며 "공기업 감사가 1200~1300명 정도 되는데 조사해보니 선진국민연대 출신이 20여 명밖에 안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발전적 해체를 반대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YS의 나사본과 민주산악회, DJ의 연청, 노무현의 노사모 등도 대체로 발전적 해체를 했기 때문에 해체가 맞다고 해서 해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처장은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은 세미나만 딱 한 번 하고 활동을 안 했다"며 "유선기 연구원 이사장이 KB금융그룹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그분이 무슨 권한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여권 안에는 '영포회보다 선진국민연대가 더 문제'라는 시선이 여전히 있다. '권력 실세'이자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국무차장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인사에 개입해왔다는 것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선진국민연대 인사개입이 100여 건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선진국민연대가 정관계 요직을 장악했다는 근거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 등을 거론하는데 그렇게 실력이 있는 사람을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라고 해서 안 쓰면 국가적 낭비"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두언 의원도 '인사개입 100여 건' 주장을 다음날 '3000궁녀가 3000명은 아니다'라고 정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거론되는)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은 선진국민연대 대변인을 지냈다. 하지만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은 선진국민연대가 아니라 한국노총 출신이다. 또 (KB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유선기 이사장은 한국노총 정치위원장 출신이고, 조재목 KB금융 사외이사는 선진국민연대 출신이 아니다. 조재목 이사는 리서치 회사 사장이었는데 어떻게 KB금융 사외이사로 갔는지 모르겠다. 조재목 이사는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이 발족하면서 사무총장으로 들어왔고, 정인철 전 비서관은 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던 중간에 들어왔다."

또한 박영준 차장과 정인철 전 비서관 등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고 공기업 등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과 관련, 김 전 처장은 "그런 모임은 있지도 않았다"며 "호텔 CCTV를 보면 다 나올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은 "박영준 차장이 유선기 이사장을 잘 만나지도 않고 만날 시간도 없다"며 "비선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인사 등에 개입한다는 것은 모두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설도 그런 소설은 본 적이 없다. 선진국민연대가 이렇게 뜰 줄 몰랐다. (비선조직과 인사전횡 의혹 제기가) 선진국민연대를 스타로 만들어놨다. 덩달아 저랑 박영준 차장도 '스타'가 됐다(웃음). 언론이 선진국민연대와 우리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선진국민연대의 임무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에서 끝났다."

"정두언-박영준 화해시키는 가교 역할 하겠다"

▲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 권우성


이명박 정권을 '공포'의 수준으로까지 몰아넣었던 촛불시위가 끝난 지난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권력 사유화' 발언은 박영준 차장(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상득-)박영준 라인' 대 '정두언 라인'의 '1차 권력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2차 권력투쟁'의 움직임이 일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비선조직의 인사전횡 의혹'으로 번지면서 '박영준 대 정두언'의 대립관계가 다시 형성된 것.

특히 박영준 차장과 '의형제 사이'라는 김 전 처장이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한 걸 두고 정 의원 쪽에서는 "박영준이 정두언을 죽이기 위해 김대식을 대리인으로 출전시켰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김 전 처장은 "내가 박 차장하고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네트워크 공동팀장을 맡아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박 차장의 대리인으로 나왔던 것도 아니고 박 차장이 나를 대리인으로 세워 얻을 게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정두언 대 박영준'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진행됐던 것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노무현 가신들을 봐라. 그들은 주군을 위해 서로 총질하지도 않았고, 주군이 저세상으로 갔는데도 그 충성심에는 변함이 없다. 내 평소 지론은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MB 가신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만하지 말고 자기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 전 처장은 "내가 박 차장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했지만 그는 일밖에 모르는 일중독자"라며 "그가 사석이나 공석에서 정 의원을 비판하거나 욕한 걸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정 의원에게 '형님이 우리 캠프의 소장파 좌장 아니냐, 동생들이 잘못했으면 뺨을 때려서라도 MB정권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박 차장과 정 의원이 대립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게 '형님이 영준이 인정하고 끌고 가라'고도 했다. 서울시에 있을 때도 정 의원이 부시장으로 국장이던 박 차장 위에 있었다. 지금도 국회의원에다 최고위원인 정 의원이 박 차장을 앞서가고 있다. 그래서 정 의원의 눈에는 박 차장이 어리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정 의원이 박 차장을 이끌고 대통령을 잘 모셔야 한다고 늘 얘기했다."

김 전 처장은 "나는 화해의 전도사, 소통과 화합의 전도사"라며 "정 의원과 박 차장이 그런(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관계에 있다면 두 분을 화해시키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팩트가 없기 때문에 박영준 차장이 사퇴할 이유 없다"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박 차장의 자진사퇴설과 관련, 김 전 처장은 "(각종 의혹과 관련된) 팩트(fact)가 없기 때문에 박 차장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며 "박 차장은 청와대보다는 총리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차장은 만나면 아프리카 얘기밖에 안 할 정도로 아프리카 전문가가 돼서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그는 외교나 자원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박 차장을 "황소같은 사람"이라며 "추진력이 대단하고 정무적 판단도 빠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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