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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님, 취임사대로 성미산부터 살려주세요

성미산학교 학부모 268명 연명한 청원서 제출

등록|2010.07.23 15:58 수정|2010.07.23 17:55

▲ 2010년 7월 홍익재단에 의해 벌목된 성미산 ⓒ 성미산대책위


7월 23일 성미산학교 학부모들이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화해달라는 청원서를 서울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에 접수했다. 성미산학교 학부모들이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화 하는 문제를 유독 서울시장에게 청원한 이유는 아래 두가지다.

먼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와의 몇가지 인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2009년 서울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주민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만일 협의가 여의치 않을 때는 대체부지 마련도 고민하겠다는 의사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단 한 차례의 간단한 소개모임을 하고 난 뒤, 충분히 협의했으니 허가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이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기습적으로 안건을 상정, 심의하여 홍익학원의 사유지를 체육부지에서 학교부지로 용도 변경해주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건축 허가를 내려서 지금과 같이 성미산이 훼손될 위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성미산학교 학부모들은 오세훈 시장이 성미산에 보였던 관심을 회상하여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미산학교 학부모가 실질적으로 청원서를 쓰게 된 계기는 그의 취임사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월 1일 취임사에서 "앞으로 4년 동안 동네 뒷산 공원화 사업 등을 통해서 서울의 공원과 녹지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공원, 녹지, 수변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서 누구나 집 가까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민 여러분의 삶의 질을 높여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그는 소통과 통합의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 "일의 선후를 정하는데 시민의 목소리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을 것",  "모든 시민이 공감하는 시급한 현안을 중심으로 일의 완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미산학교 학부모들은 오세훈 시장에게 그가 하겠다는 '동네 뒷산 공원화 사업'로 일순위로 성미산을 선정하여 빨리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홍익재단 사유지를 매입하여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화하여 서울시민에게 돌려주고, 홍익재단에게는 대체부지를 마련해주는 것만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권을 지키고, 학생들의 교육권까지 지킬 수 있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이러한 성미산학부모들의 요구에 어떤 답을 줄지 성미산학교 학부모는 물론, 마포구에 하나뿐인 자연숲 성미산이 온전하게 지켜지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성미산 학부모가 드리는 청원서 전문
시장님, 우리 마을 뒷산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화' 해 주십시오!

오세훈 시장님, 다급한 마음을 누르며 우선 두 번째 임기의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첫 번째 임기 당시 '대체부지까지 검토하겠다'며 성미산에 보여주셨던 관심과 두 번째 취임사에서 말씀하신 '마을 뒷산 생태공원화'에 대한 의지를 성미산에 보여주세요!

저희는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터를 잡은 성미산학교 학부모들입니다. 성미산학교는 도심에서 생태교육과 마을학교를 꿈꾸며 만들어져 이제 7년이 된 대안학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과정까지(현재 10학년까지 있음)의 우리 아이들은 성미산과 성미산마을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진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익재단의 학교공사로 아이들의 안전에서부터 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절박한 심정으로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은 성미산 마을을 관통하는 3차선 도로 옆 자전거도로와 산자락 주택가 골목길로 통학을 하고 놀이를 다니며 방과 후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6월 달부터 이 도로로 덤프트럭, 포크레인이 등하교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이 공사는  1년 6개월(공사회사 측 추산)이나 지속될 것이라 하고, 이 기간 동안 이 도로로 드나드는 덤프트럭만 5000대가 넘을 것이라 합니다. 주5일 공사를 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수십 대가 이 곳을 드나든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1년 6개월이 지나면 이 도로로 홍익초, 중, 고등학교 2,300여명 아이들의 등하교 차량(자가용, 스쿨버스)과 학원버스들이 드나든다고 합니다.

이 동네 관통 3차선 도로는 산을 돌아 만들어져서 굴곡이 심하고 주택가 가운데를 관통하는 옛날도로라 폭이 좁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도로를 넓히지 않고 교통량을 줄여 쾌적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포구청과 함께 몇 년 전부터 자전거타기운동을 적극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서 2,300여명의 학생들이 일거에 이사를 오고, 이 아이들을 실어 나를 통학차량과 학원버스들이 드나들면 동네의 3차선 도로는 주차장이 될 것이 뻔합니다. 듣자하니 홍익초등학교는 사립이어서 65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절반이 자가용 통학을 한다더군요. 이 동네 도로로는 등하교 시간에 이 정도의 차량을 소화해낼 능력이 안 되니, 시간에 쫒기는 차량들은 빠른 길을 찾아 동네 골목길 여기저기로 진입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이 도로로 등하교를 하는 우리 아이들, 1000여명이나 되는 성서초등학교(현재 홍익학교 공사부지 바로 옆에 위치) 아이들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오세훈 시장님.
우리학교 아이들의 '한해살이'는 시장님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마을 뒷산' 성미산과 그 주변마을을 빼고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매주 산으로 '자연놀이'를 가고 생태를 관찰하며 그곳에서 도시락을 먹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 작은 야산에서도 살아남은 다람쥐, 토끼, 딱따구리와 전나무 군락지에서 도시와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번듯한 아파트 단지 하나 없이, 산과 사람 사는 집을 훼손하지 않고 만들어진 좁고 굴곡진 옛날도로를 보존하면서 온 가족이 자전거를 일상 교통수단으로 하는 살고 있습니다. 정월대보름에는 성미산에서 지신밟기를 하고 식목일에는 가족들 이름이 새겨진 나무를 성미산에 심고, 단오에는 산에서 놀이를 하고, 명절에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산에서 해돋이를 봅니다. 기존의 산과 건물을 부수어 '더 번듯하게, 더 크게, 더 현대화하는'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산과 집과 길을 보존하면서 인간이 겸손하게 비켜 사는 삶을 산과 마을에서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님께서는 첫 임기 시절, 마을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성미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뜻에 공감하시면서 '대체부지'를 알아보겠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결과로 산의 3/4를 시에서 사들이고 1/4에 홍익학교를 세우는 안이 나온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1/4의 훼손이 성미산과 마을을 전체로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노예가 주인(홍익재단)의 소유이니 완전 해방은 안 되고 팔다리 4개 가운데 다리 하나만 자르자'는 절충안 같은 느낌입니다. 산은 불구가 되고 산을 둘러 살던 사람들은 벌써 2달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산이 서울시 소유였을 때, 한양대 소유였을 때, 홍익대 소유였을 때를 가리지 않고 마을사람들은 산에 오르고 그 산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공사하는 분들은 그렇게 심고 가꾸고 키운 나무들을 굴착기로 쓰러뜨리며 '사유지 침해'를 말라고 합니다. 그 산이 언제부터 '사유지'였나요? 왜 시유지가 아니라 사유지가 되었습니까? 이제라도 '마을뒷산 생태공원화'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에 '성미산'이 예외는 아니겠지요?

시장님!
꼭 한 번 성미산에 들러 산과 마을과 공사현장의 상황을 살펴봐 주십시오. 그러면 '산의 3/4을 두고 1/4만 훼손하는데 그것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적인 주민들'의 몽니가 아니라, 당장 아이들의 통학과 안전과 학습을 위협받는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임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홍익학원도 만족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마련해서, 산과 사람을 지켜 겸손하게 살아가려는 마을 사람들과 그 속에서 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성미산학교 학부모들 / 강경선, 강복정, 강상구, 강석필, 강은혜, 강재준, 강진욱, 강진희, 강태중, 강혜련, 고승혜, 고창석, 공진희, 곽석희, 곽은민, 권오성, 권철성, 권희선, 기현준, 김건희, 김경희, 김광근, 김규용, 김기홍, 김대원, 김명집, 김문정, 김미숙, 김미옥, 김미정, 김미혜, 김미희, 김상국, 김상효, 김상효, 김석기, 김선자, 김성욱, 김수란, 김수연, 김수진, 김승녀, 김언경, 김영경, 김영미, 김영식, 김영식, 김왕진, 김왕진, 김우, 김유식, 김유신, 김윤희, 김은주, 김재언, 김정임, 김정진, 김종현, 김주랑, 김주랑, 김지호, 김진희, 김창석, 남상석, 류길석, 류진용, 문병선, 문지용, 문현주, 민동준, 민병욱, 민영구, 민영준, 민주영, 박경란, 박기현, 박노식, 박두순, 박명호, 박문수, 박미라, 박선민, 박성환, 박수진, 박숙자, 박영규, 박용신, 박정훈, 박종석, 박좌용, 박진형, 박행순, 박현중, 박혜란, 배노현, 배성호, 배시병, 백종주, 서복경, 서순현, 서은정, 서인숙, 서평신, 석문숙, 석은정, 성윤혜, 손정란, 송민수, 송정훈, 송하민, 송혜정, 송희경, 스즈키 아키라, 신명기, 신선희, 신승희, 신영근, 신운정, 심미영, 심해미, 심현실, 심형석, 안건호, 안기영, 안정숙, 양동호, 양명희, 양석주, 양선아, 양희경, 양희돈, 여선구, 오용석, 오종환, 오준성, 용계선, 우연창, 원성희, 위상혁, 위성남, 유재영, 유정예, 유행자, 윤대영, 윤성한, 윤수진, 윤종진, 윤창모, 이규봉, 이기휴, 이나엽, 이남실, 이명미, 이명주, 이명희, 이상선, 이상진, 이선주, 이선화, 이설영, 이성섭, 이성우, 이승현, 이신애, 이영기, 이영미, 이영숙, 이영주, 이옥자, 이용우, 이은선, 이은영, 이은영, 이은주, 이인선, 이재근, 이정아, 이정은, 이정희, 이종원, 이종현, 이주영, 이창걸, 이창욱, 이창환, 이천, 이태구, 이헌, 이현의, 이현주, 이현주, 이혜영, 이화전, 임민영, 임은실, 임은주, 임지영, 장병곤, 장상태, 장선미, 장영선, 장원희, 장인형, 장진영, 장판수, 장형욱, 장형욱, 전기수, 전명혁, 전수진, 전수천, 전우선, 전이미경, 전태홍, 정경수, 정덕애, 정수은, 정은경, 정인기, 정주원, 정준, 정지연, 정현영, 정훈, 제윤경, 조동자, 조송자, 조승연, 조영삼, 조정희, 조현주, 조혜승, 조혜원, 주춘용, 차광영, 차옥경, 채미선, 최경숙, 최경화, 최난경, 최대식, 최성현, 최수진, 최윤정, 최윤주, 최정배, 최정숙, 최종만, 최지은, 최창호, 최현삼, 최훈경, 추상완, 편윤국, 하영윤, 하제니, 한기원, 한민호, 한희철, 현석환, 홍금숙, 홍사훈, 홍석훈, 홍수연, 홍순성, 홍현정, 홍형숙, 황윤익  (총 268명/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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