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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마당과 열애중

'목포마당페스티벌'을 다녀와서

등록|2010.07.25 12:26 수정|2010.07.25 12:26

행사장에서 바라본 목포 시내 전경유달산 자락에 있는 극단 갯돌의 공연장에서 바라본 목포의 전경이다. 구름이 유달리 멋진 날이었다. ⓒ 김영학


항구도시 목포에 큰 마당이 열렸다. 올해로 10회 째를 맞는 '전국우수마당극제전'이 '목포마당페스티벌'이라는 새 이름으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새 이름만큼이나 풍성한 공연이 준비되었고, 관객 참여 행사도 늘어나 그야말로 관객과 하나되는 페스티벌로 꾸며졌다.

주 공연장인 좁쌀 마당극단 갯돌이 상주하고 있는 유달예술촌에 있는 야외무대이다. 마당극과 규모 있는 공연이 주로 올려진다. ⓒ 김영학


행사는 7월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나흘 동안 목포 유달산 자락(유달예술촌, 유달산 주차장)과 시내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초청된 다양한 장르의 30여 공연팀이 관객을 맞고 있었고, 모두 무료 공연이었다.

자원 봉사자들의 망중한주로 밤에 공연이 되기 때문에 낮에는 한가하게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담았다. ⓒ 김영학


행사는 전국에서 모인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원활히 진행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행사도우미뿐 아니라 직접 프로그램도 운용하는 등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부산대 채희완 교수한국 민족극 운동의 산파 역할을 하고, 무용평론가로도 활동하고 계신 부산대 채희완교수가 '마당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 김영학


채희완 선생의 강연은 '마당'과 '신명'의 개념을 천착하는 내용이었다. 강연을 요약하면,

1. '마당'에 대하여

마당은 신(神)을 모시는 곳이므로 모시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다. 마당을 벌일 때 터닦음을 하는데 이는 놀 땅을 거룩한 땅으로 만드는 행위로 신(神)을 제대로 모시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같은 것이다.

마당은 신(神)을 모시고, 신과 같이 놀고, 신을 보내고 뒷풀이를 하는 공간이다. 이때 뒷풀이도 중요하다. 뒷풀이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잘 해야 공연이 잘 된 것이다. 뒷풀이는 신명의 일상화요, 신명의 기약이기 때문이다.

2. '신명'에 대하여

우린 살아 있기에 춤을 춘다. 죽은 것은 춤출 수 없기에 살아 있을 때 신명나게 춘다. 나는 그래서 죽음의 반대를 신명이라 생각한다.

우린 일하기 싫어 논다고 말하는데 원래 일과 놀이는 한 몸이었다. 노동과 예술이 분화되는 과정이 예술의 역사인데 이는 신명과 일이 분화되는 것이다. 지금 딴따라가 할 일은 일과 놀이를 합체하는 것이다.

지금 생태계 이변은 '신명'이란 이름으로 마음과 몸이 통하는 세계를 찾으라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육체는 정신 작용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정신 그 자체이다. 육체적 사고를 통한 세계 인식을 마당에서 해야 한다. 삶의 모습을 직관, 감성, 육체적인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 요망되는 시기이다.

신명의 즉발적 표출 외에 내재적 축적, 신명의 내향성도 고민해야 한다. '생활실천의례'같은 개인 또는 생활공동체 차원의 신명을 모색해야 한다.

전문가 토론회축제관련 전문가들이 10년 간 치러진 행사의 문제점과 전망을 토론하고 있다. ⓒ 김영학


채희완 선생의 강연이 끝나고 축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10년 동안의 '전국우수마당극제전'의 활동 내역을 '갯돌' 예술감독인 손재오씨가 발제를 했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

1) 긍정적인 평가

김소연(연극평론가): '갯돌' 단원들의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진지함에 감동 받았다.

윤성진(안양대 겸임교수): 축제는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부족 축제처럼 인간 본성에서 일어난 공동체적인 문화활동이라 생각한다. 목포의 축제는 추렴(개인 후원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공간의 상징성을 살리면서 공동체 문화의 전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축제 고유 성격을 잘 살려 냈다고 평가한다.

류정아(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축제의 성패는 텍스트(공연)와 컨텍스트(주민 혹은 관객)의 조화가 관건인데 목포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2) 이색 발언

정희섭(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 사람을 많이 불러 모으는 것이 축제의 본질은 아니다. 우린 너무 외양 확대 콤플렉스가 있다.

이희진(전 국립극장 기획팀장): 서울이 마당극 소외지역인데 자꾸 중앙이란 표현 쓰면 안 된다. 오히려 이곳 목포가 마당극의 중심이라 생각해야 한다.

마임의 대가 유진규 선생한국 대표 마임이스트이자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인 유진규선생이 토론회에 참석차 목포를 방문했다. ⓒ 김영학


유진규 예술감독은 토론자로 참여했지만 오랫동안의 축제 경험 때문인지 발제자처럼 얘기를 많이 했기에 따로 소개한다.

* 앞을 보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그램도 관객에 맞추면 정체되고 비전 찾기 어렵다.
*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게 미래 지향적이다. 우린 빈 손일 때 잡을 수 있잖아요?(행사가 끝나면 모든 오브제나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면서)
* 시민에 대한 바람은 허상이다. 홀로 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논리보다는 직관을 중시해야 한다. 흐름을 주시하면 판단이 선다.
* (손재오 예술감독이 초심을 지키겠다고 하자) 저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체도 변태를 하듯 우리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올해 명칭을 바꿨는데 그만큼 변했는가 고민할 때이다.

멀리서 본 좁쌀무대토론회를 끝내고 차를 타려고 걷다 공연장을 돌아보니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 김영학


3시간 30분 동안 치러진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니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닫힌 공간에서 열기를 뿜는 선풍기 땜에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왔던 '마당의 미학'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민족미학과 마임의 대가인 두 선생님을 함께 뵌 점은 평생 못 잊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주관: 목포마당페스티벌 추진위원회
주최: 극단 갯돌, 목포 MBC
후원: 목포시,목포시 의회, 호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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