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가 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노동부 손을 들어주자 전공노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3일 전공노(위원장 양성윤)가 설립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고용노동부(옛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옛 전공노에 가입돼 있던 해직자 가운데 윤진원씨가 대변인을 맡는 등 해직자 6명이 주요 직위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이 형식상 조합원이 아니라도 실질적으로는 노조 활동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노조법에 근로자가 아닌 이들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조합의 주체성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윤씨 등이 공무원이 아님에도 자주성과 직결되는 직위를 담당하고 있고 전공노는 근로자가 아닌 이들의 가입을 허용한 노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노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가 적합하게 작성된 설립신고 서류를 정치적 목적으로 휴짓조각으로 만들더니 사법부마저 국제노동기구(ILO) 등 유엔기구가 정한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고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짓밟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설립신고 이전, 규약개정을 통해 해직자와 관련된 부분은 노동관계법에 따른다고 명시한 바 있다" 며 "노동부가 업무총괄자라고 지적한 부분은 해당 기관에 따라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반려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한 월권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번 판결에서 이름까지 거론된 전공노 윤진원 (전)대변인은 "노조 활동하다가 해직됐으면 복직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며 "이걸 빌미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받지 않는 것은 해직자를 매장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기에 사회적 통념, 도덕적 잣대로 보더라도 이번 판결은 부당하고 법원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밝혔다.

지난 2009년 9월, 옛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통합 출범했다. 이어, 12월과 2010년 2월 고용노동부에 조합설립을 신고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보완요구 및 해직된 공무원들이 조합원으로 포함돼 있다는 등의 사유로 조합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전공노는 "노동부는 노조 설립신고에 대해 설립신고서와 규약만을 기준으로 형식적 심사만 하고 실질적 심사를 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부가 주장하는 해직자들은 노조 전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위원장으로부터 업무집행 권한만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