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한민국 모든 삽질은 MB로부터 나온다"

[현장-고공농성 사흘째] 이포보 농성장에서 두 번째 촛불집회 열려

등록|2010.07.24 17:32 수정|2010.07.25 01:01

▲ 휴대전화와 확성기를 이용한 '이원생중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연결된 농성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최지용


[3신 : 24일 오후 9시 55분]

두 번째 촛불집회 열려... "대한민국의 모든 삽질은 MB로부터 나온다

이포보 농성장에 사흘째 밤이 찾아왔다. 온 종일 뜨겁게 내리쬐던 해가 지고 오후 8시가 되자 이포보 위에는 어림없이 세 개의 촛불이 켜졌다. 농성장이 바로 보이는 곳에 차려진 상황실에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포보 농성장에서 두 번째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첫날밤 집회가 조금은 어수선하게 진행됐던 것에 비해 이날은 참가자들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이포보 위 농성자들과 전화 연결을 통해 발언을 듣는 등 집회다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노원 촛불', 진보신당 당원, 고양환경운동연합의 회원들이 결합해 전날보다 많은 20여 명이 함께 했다. 이포보와 상황실 양쪽에서 서로 함성을 주고받으며 시작한 집회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노랫말을 "대한민국이 삽질 공화국이냐, 대한민국의 모든 삽질은 MB로부터 나온다"로 개사해 부르며 한바탕 웃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가장 웃음 짓게 만든 것은 이포보 위의 농성자들을 '이원생중계'로 연결한 순서였다. 한 환경단체 회원이 재치를 발휘해 휴대전화로 연결된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틀고 거기에 확성기를 갖다 대 모든 사람들이 농성자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세 명의 농성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저렇게 착한 사람이 없는데... 너무 고생한다"

▲ 이포보 농성장 촛불집회 참가자가 멀리 농성장을 바라보며 촛불을 흔들고 있다. ⓒ 최지용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은 후대에 대한 우리들의 큰 죄악"이라며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4대강 사업을 꼭 저지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장동민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함께 촛불을 들어준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날이 더운데 몸조심 하시라"고 오히려 밖에 있는 사람들 걱정했다. 발언을 마친 농성자들은 함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합창했고 참가자들도 따라 부르며 집회는 절정에 달했다.

그렇게 흥겹게 진행되던 촛불집회는 고양환경운동연합의 한 회원이 박평수 위원장을 생각하며 "저렇게 착한 사람이 없는데... 너무 고생한다"라고 눈물을 지어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해 각자의 각오와 농성자들을 향한 격려를 이어가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포보 농성 나흘째를 맞는 25일에는 여주군 군내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여주군민대회가 열린다. 집회를 주최하는 여주환경운동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마치 모든 여주군민이 찬성하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어 남한강을 사랑하고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여주군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는 여주군 여주농협 앞에서 오후 4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2신 : 24일 오후 7시 25분]

4대강 찬성 주민들, 도의원들에게 "니 입 찢어버린다" 욕설  

▲ 경기도의회 안혜영 민주당 의원이 60대 남성에게 왼쪽 팔을 가격 당한 후 아픈 듯 팔을 감싸 쥐고 돌아서고 있다. 주변에 있는 동료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 최지용


"당신이 경찰 해봤어? 우리는 상부의 지시와 명령이 있어야 움직여."

눈앞에서 폭행이 일어나도 꼼짝 안하는 경찰들이 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XX년아, 니 입 찢어버린다", "니 엄마는 창녀냐, 어미애비도 없어?", "XXX들, 왜 떼거지로 몰려와 지랄이야"라며 욕설을 퍼붓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경기도의원들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민주당 안혜영 도의원(수원)의 팔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왜 싸움을 말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상부의 '지시와 명령'만을 운운할 뿐이었다.

이포보 공사현장 입구에 또 다시 폭언과 폭행이 난무했지만 경찰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24일 오후 3시 30분, 경기도의회 의원 20여명은 이포보 농성장을 조사하기 위해 공사현장을 방문했지만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방해로 현장에 한 발자국도 들여 놓지 못했다.

지난 23일 야당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공사 직원들이 공사현장 입구를 막았고 그 앞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진을 쳤다. 주민들과 도의원들의 충돌이 뻔히 예상됐지만 경찰은 시공사 직원들 뒤에 서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 눈 앞에서 도의원들과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지만 경찰은 바라만 보고 있다. ⓒ 최지용


▲ 4대강 사업 찬성 주민이 발로 밟아 부러트린 환경단체 피켓. ⓒ 최지용

결국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여성의원이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나서야 경찰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시늉만 할 뿐이었다. 충돌하는 양측을 갈라놓겠다고 서있는 10여명의 병력은 멀뚱하게 서 있을 뿐, 폭력행위를 제지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안동섭 민주노동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주민들이 의원들을 과도하게 적대적으로 대하며 의도적으로 싸움을 걸고 있어 의원들이 신변상의 위협을 느꼈다"며 "의원들이 도의회 의정활동을 하는 데 신변보호를 요청해도 나서지 않는 경찰에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장책임자로 나와 있는 여주경찰서 경비과장은 오히려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장에 경찰병력이 배치된 후에도 환경단체 회원들이 들고 온 피켓을 발로 밟아 부러트리고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는 등 난동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도의회, 4대강 사업 검증위 구성하겠다"

의원들은 농성현장 조사와 함께 계속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4대강 사업 찬성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보자마자 욕설을 퍼붓는 주민들과 대화가 될 리 만무했다. 의원들은 대표를 뽑아 일부만이라도 현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 역시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실패했다.

의원들은 농성장에서 필요로 하는 비닐과 우비 등의 물품도 전달하려고 했지만 결국 공사현장 입구에서 간략한 기자회견을 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이포보 농성장을 방문한 경기도의회 의원 20명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공사현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지용


경기도의회 민주당 고영인 대표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의회 민주당 내부에 '4대강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의회 차원으로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 구성을 발의했다"며 "사업을  재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주민들에 의해 의정활동을 방해 받은 것과 관련 "저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조직된 사람"이라며 "경찰이 소극적으로 방관만 한 것에 대해 경기경찰청에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상황실로 이동해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을 떠났다. 상황실에는 오후 8시부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두 번째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서울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이포보 농성장 상황실을 찾아 농성자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지용


[1신 : 24일 오후 5시 21분]

줄잇는 이포보 농성 지지방문... "강물도 아프면 우리도 아파요"

환경운동연합 상근자들의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공사현장 고공농성이 24일로 3일차에 접어든 가운데, 주말을 맞아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포보가 바로 보이는 이포대교에 올라 농성자들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펼쳤고 현장을 방문한 초등학생들은 응원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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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서 며칠 동안 간간이 내렸던 비가 완전히 그치고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기온이 올라 날이 더워지자 상황실을 지키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은 이포교에 올라간 농성자 3명의 상태를 염려했다.

농성자들은 비닐과 천으로 그늘을 만들었지만 햇빛이 강하고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해 체력이 상당히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농성장 상황실은 농성장으로 물과 음식물, 비닐과 우비 등을 올려 보내기 위해 경찰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 기자회견... 찬성 단체와 마찰 예상

▲ 여주지역 초등학생들이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 교사모임'의 선생님들과 함게 이포보에 올라 농성자들을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최지용


더위에 지쳐있을 농성자들에게 힘이 된 것은 끝없이 이어진 사람들의 지지방문이었다.

오전 10시엔 농성 중인 박평수 집행위원장의 가족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또 구리YMCA 회원들, 안산시 민주당 시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화성지역 초등학교 환경동아리연합 소속 학생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 교사모임'과 함께 온 학생 등 오전에만 2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해 농성자들을 응원했다.

구리YMCA 회원 15명은 이포보가 바로 보이는 이포대교에 올라 농성자들을 향해 '환경운동연합 힘내세요'라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사랑해요"라 외치며 농성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경찰이 현수막을 펼친 모습을 보고 쫓아와 현수막을 뺏으려고 해 잠시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 영상통화로 전송된 학생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박평수 집행위원장과 장동빈 사무국장. ⓒ 염형철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 교사모임'의 교사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여주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 40여명도 이포대교에 올라 농성자들이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응원 노래를 불렀다. "강물이 흐리면 기분도 흐려요, 강물이 아프면 우리도 아파요, 강물도 우리도 모두 다 건강하게~"라는 학생들의 노랫소리를 들은 농성자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학생들은 "저기 위에 누가 계신 거예요?"라며 놀라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니까 기분이 좋아요, 아저씨들이 힘냈으면 좋겠어요"라며 의젓하게 농성자들을 격려를 하기도 했다.

한편, 오후 3시 30분경 공사현장 입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과 경기도 차원에서 꾸려진 '정당·종교·시민사회 단체 4대강 시국회의' 주관으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기자회견장 근처에서는 지난 며칠 동안 환경단체와 마찰을 일으켜온 '여주녹색성장실천연합'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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