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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원평가 '독촉장'이 날아왔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는 '과목별 교사 수업준비 내용' 어떻게 평가하나

등록|2010.07.26 15:39 수정|2010.07.26 17:05

▲ 교원평가를 하기 위해 창을 열면 이런 창이 보인다. ⓒ 문경숙


어느 날 막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안내문을 전달 받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안내. 부모님께! 더운 날씨에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참여와 소통을 함께하는 교육문화실현은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행복해집니다.

이번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자녀들의 도움을받아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림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생 및 학부모의 임시 비밀번호는 학생주민번호 맨뒤 4자리입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사이트 또는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학부모 평가를 실시하고 맨 밑에 있는 완료를 누루면 평가가 끝나며, 다시 수정은 불가합니다.(대상 학부모의 설문지 자체가 나타나지 않음)

사실 일방적인 교원평가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터라 몇 번의 안내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지금의 교원평가 방식은 오로지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미루어 짐작하여 평가지에 체크를 하는 방식이라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참여하지 않았더니 방학이 다가오자 안내 쪽지가 전달된 것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혹여나 막내아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조금은 염려된 마음으로 평가에 참여했다.

평가항목을 열어보니 이것이 평가내용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항목들이 대부분이다. 맞벌이 학부모는 사실 자녀의 담임교사 얼굴도 한번 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항목엔 교사들의 수업준비 내용 등 학부모 입장에서 전혀 파악하기도 힘들고 접근하기도 힘든 항복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나마 담임 교사면 한번이라도 봤을 수 있겠지만, 각 과목별 교사들도 다 평가대상이다. 어느 학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전 과목의 교사와 접촉할 수 있으며 수업준비와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질문 항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전과목 교사 그리고 학교장 및 교감을  평가 체크리스트에 표시하게 되어 있다. 또한 한 번 체크한 것은 수정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체크지를 가지고 어떻게 교원평가를 한단 말인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어느 누구의 부모가 참여하지 않아서 참여 독려 쪽지를 개별적으로 전달 받는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인가? 결국 내키지 않은 체크를 하고 나왔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어떻게 수업 한번 참관하지 않고 자녀의 생각 몇 마디에 의존하여 전체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학교 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하고 능력있고 성심을 다하는 교사가 우대를 받는 교육 현장이 되어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형식적인 평가가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또 이런 방식으로 교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교원평가 참여 안내 독촉을 받는 부모 입장도 썩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교원평가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 교원평가창을 열고 들어가면 담임교사, 각 과목교사, 학교장, 교감까지 평가항목에 체크하게 되어있다. ⓒ 문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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