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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간곡마을에서 여정의 '쉼표'를 찍다

[길 위에서 쓰는 편지 ⑤] 경남 거제에서

등록|2010.07.26 15:42 수정|2010.07.26 15:42

▲ 숙소에서 바라본 섬의 전경 ⓒ 이명주


열기가 완전 가신 저녁입니다. 여전히 하늘빛은 밝고 바람이 선선해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가던 길을 멈추고 온종일 쉬었습니다. 여행도 심신을 쓰는 일이라 과하면 지칩니다. 이럴 때는 쉬는 게 맞습니다. 

방 안의 6월 달력을 걷어내고 대서임을 알았습니다. 이래저래 휴식을 취한 것이 현명했습니다. 오전에 전날 미뤄둔 빨래를 하고 잠시 근처 해변가를 거닐었습니다. 모래는 없고 아기 주먹만한 몽돌이 가득해서 이름도 '몽돌 해수욕장'입니다. 도로 옆 밭에서 더위에 허덕이던 바둑이가 그래도 손님이랍시고 몸을 일으켜 아는 체를 했습니다.

▲ 전날 미뤄둔 빨래도 하고요. ⓒ 이명주


펜션 마당에 앉았으니 주인 내외가 저녁밥을 함께 먹자 했습니다. 아들 하나에 딸 셋 모두 출가시키고 3년 전에 펜션 문을 열었다는데 두 분 다 무척 살갑습니다. 아주머니가 직접 따온 담치(홍합)를 아저씨가 먹어보라며 건넸습니다. 집 밥이 그립던 참에 배는 물론 마음까지 채운 식사였습니다. 

밥을 먹고 산책을 나섰는데 저만치서 배가 들어왔습니다. 어제 타고 왔던 배입니다. 안골에서 거제 장목 오는 배는 아침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7번 있습니다. 노을이 질 거라 예상했는데 하늘은 천천히 조명을 줄이듯 어두워졌습니다. 해 있던 자리에 언제인지 달이 떴습니다.

▲ 더위에 헉헉거리면서도 집 밖으로 나와 아는 체를 하던 바둑이 ⓒ 이명주


낮에 온 대학생들이 마당에서 고기 굽고 술도 마시며 시끌벅적합니다. 잠깐 부럽기는 했으나 곧바로 마음을 접었습니다. 애써 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기질 않습니다. 한나절 넘게 더위와 씨름을 하다보니 몸이 절로 자기방어를 하는 듯 합니다.

초저녁인데 눈꺼풀이 묵직합니다. 다른 생각 말고 일찍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집 떠나올 때 꼭 반이던 달이 그새 제법 배가 불렀습니다. 어느 때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흘러가는 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고 싶습니다.

▲ 몽돌 해수욕장의 낮 ⓒ 이명주


▲ 몽돌 해수욕장의 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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