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삼권분립'으로 자전거도시 만들자
"부평을 시범지구로, 부평로에 자전거도로 우선 설치를"
▲ 자전거대행진인천시 자전거 정책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다음날 24일, 부평역에는 다시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회원을 비롯한 주민 그리고 공무원과 구의원 등이 매달 셋째 주 진행되는 자전거도시만들기 캠페인에 참가 하기 위해서 모였다. 세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린이는 이 더위가 싫은 모양이다. ⓒ 김갑봉
2009년 6월 인천시가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자전거도시는 성큼 다가오는 듯했다. 2013년까지 5년 동안 2556억원을 투자해 2008년 현재 1% 남짓한 자전거 교통수단 비율을 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부평구 역시 지난해 전용도로 설치 구간을 확정하고 실시설계 직전까지 갔으나, 지방선거를 거치는 동안 자전거도로 설치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이 대부분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다시 자전거도시 부평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평의제21 실천협의회와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23일 오후 부평구청에서 인천시 자전거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인천시가 지난해 추진한 자전거도시 사업들을 점검하고, 부평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인천시자전거이용활성화위원회 이광호 위원은 "시는 기본계획 등 정책수립에는 성공했으나 적용에는 실패했다. 즉, 자전거도시의 방향은 맞았으나 적용에 실패했다. 지난해 자전거도로를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과 연계하면서 결국 정치공학을 자초했다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위원은 "생활자전거 이용자가 많고, 주민참여를 통한 자전거이용 활성화 시민의식의 확대가 가능한 곳,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 협력이 가능한 곳, 전용도로 설치 후 사업효과의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에 자전거도로를 우선 설치해야한다"고 했다.
이 같이 본다면 부평구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남동구와 연수구의 잘못된 자전거도로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부평구는 구청 조직에 자전거팀을 설치해 예상구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실제로 자전거도로 설치가 필요한 곳을 검토했다.
최신현 자전거팀장은 이날 지난해 조사했던 자료와 남동구와 연수구의 사례, 타 지역의 사례를 분석해 부평구 실정에 맞는 자전거도로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차도를 줄여서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인도를 겸용으로 사용해도 문제없는 구간이 있다"며 "부평구 도로 특성에 맞는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어느 곳이든 출퇴근 시 교통지옥 아닌 곳이 없어, 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조직(=행정서비스)과 주민과의 소통이다.
부평구의 경우 언덕이 없는 평지인데다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시민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즉, 행정과 주민을 이어 줄 중간지원조직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부평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는 점도 성공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참석한 필자는 "그래서 우선 부평을 시범지구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시범지구 지정으로 사업의 성과를 낸 뒤, 이를 거울삼아 인접지역과 타 지역으로 점차 확대해 갈 수 있다. 게다가 부평은 자전거도로 설치에 따른 민원을 가장 많이 제기할 상인과도 소통할 수 있는 민주역량을 지닌 주민조직이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자전거도시인천 자전거도시 정책이 지방선거를 앞 두고 표 계산을 의식한 '정칙공학'수렁에 빠지면서 모든 정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자전거도시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대안으로 부평을 인천의 시범지구로 지정해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 김갑봉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첨단교통연구실장은 "주어진 도로 공간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자동차, 자전거, 보행의 각기 공간을 분배하고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하는 '삼권분립'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전거도로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런 뒤 그는 "자전거도로 정책 실패를 행정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미국 자전거도시 포트랜드도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비율을 8%이상 올리는데 25년 걸렸다. 그만큼 자전거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며 "삼권분립을 기초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면 교통체증도 줄고 그만큼 교통사고도 줄어들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김은희 사무국장 또한 "기본적으로 도시를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데도 사람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걷는 데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우린 못했다"며 "자전거도시는 도시에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자전거도시는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에 친숙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 한 뒤 "부평에서 과감히 시작하자"고 했다.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인태연 대표는 "자전거도시는 다양한 계층과 영역의 시민들과 소통해야한다. 소통을 통해 추진한 사업은 신뢰를 얻기 마련이고, 신뢰는 곧 건강한 공동체의 밑거름"이라며 "부평구를 자전거도시 시범지구로 지정한 뒤 소통을 통해 자전거도시를 만들고, 자전거도시를 통해 '사람 사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 시작은 부평로에 자전도로를 우선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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