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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면 어떻고, '박치'면 어때?

<세계악기감성체험전> 오는 8월 22일까지 양재동 aT센터에서

등록|2010.07.27 18:57 수정|2010.07.27 19:33

못, 열쇠 차임.'윈드차임'은 유리, 쇠막대, 나무 등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 못과 열쇠로 만들었다. ⓒ 최육상


"이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지? 듣도 보도 못한 저 건 뭐야? '쇠못'이 주렁주렁 달렸네."

몇몇을 빼고는 모두가 처음 보는 것들인데,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사물들이 모두 '악기'란다. 북, 장구, 꽹과리, 바이올린, 트럼펫, 호른 등을 안다는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허허, 그것 참… 당황스럽군.

1200평에 달하는 <세계악기감성체험전> 공간은 도무지 알 수 없는 4000여 점의 악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체험장은 악기들이 뿜어내는 이런 저런 소리에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더해져 쉴 새 없이 들썩거린다. 수많은 소리들은 얼핏 들으면 '불협화음'처럼 귀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들으면 마냥 즐거운 축제가 된다.

▲ '코끼리코'도 악기? 체험전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악기들을 둘러볼 수 있다. ⓒ 최육상


세상의 악기가 모두 모이니 온몸이 즐겁네

악기체험에 나선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체험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고개를 연방 두리번거리며 악기체험에 나선다.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에는 신기함이 가득하다. 가만 보니 엄마, 아빠의 표정도 상기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악기가 이렇게 즐거운 것이었나?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체험장은 악기박물관, 소리의 숲, 악기공작소, 궁전공연장, 악기체험놀이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악기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국악기를 비롯해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들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예쁜 '악기마법사'의 설명과 함께 몇몇 악기들은 직접 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없지만 실제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그대로 배치해 놓아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교과서나 책 속에서만 보았던 여러 악기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소리의 숲'에서는 '소리마법사'가 나타나 아이들의 감성을 깨운다. 소리마법사는 구성진 이야기를 풀어가며 다양한 악기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완전 몰입한다. 소리마법사의 손짓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물레방아 돌리듯 회전시키면 바람 소리를 내는 '윈드머신', 마치 비를 부르는 듯한 '레인스틱', 생긴 것은 의자인데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카혼', 그 외에도 천둥소리, 파도소리, 딱따구리 울음소리 등을 이상하게 생긴 악기들로 들려준다.

▲ 천둥소리, 비소리 등을 만들어 내는 소리마법사를 향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뜨겁다. ⓒ 최육상


'음치'면 어떻고, '박치'면 어때?

'악기 공작소'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함께 직접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곳이다. 종이, 풀, 스카치테이프만으로 만든 '뻐꾸기피리'는 신기하게도 '뻐꾹' 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기와 한 몸이 된 듯하다. 아이들 몰입 완료! '감성체험'이라는 이름을 괜히 붙인 게 아니군.

'궁전공연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하나씩 챙겨들고 무대 위에서 연주 실력을 뽐내는 곳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아이들은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쑤~욱" '올챙이송'에 따라 노래하고 춤추며 몸을 푼다. 엄마들은 폴짝거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손에서 놓질 못한다. '음치'면 어떻고, '박치'면 어때? '몸치'라도 상관없지.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될 뿐.

▲ 마음에 드는 악기들을 가지고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자. ⓒ 최육상


▲ 나도 드러머예요! ⓒ 최육상


▲ 13.5m 대형 피아노 건반. 아이들의 발걸음에 따라 음계가 울린다. ⓒ 최육상


악기도 둘러보고, 소리의 마법도 익히고, 뻐꾹 소리도 만들어 보고, 악기연주회도 했으니 이젠 '악기체험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차례다. 어느 나라의 어떤 악기인 줄 몰라도 좋다. 손에 잡히고 발에 밟히는 대로 때리고 흔들고 두드리면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응원도구인 '부부젤라'의 소음(?)은 '악기 놀이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 귀 아파.

악기 놀이터를 빠져 나오니, 또 다른 악기 놀이가 한창이다. 아이와 아빠가 누가 먼저 트럼펫 소리를 내는가 낑낑대는 모습이 즐겁다. 13.5m에 달한다는 거대한 피아노 건반 위에서는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는 희한한 장면도 보인다. 드럼을 30초 안에 150번 이상 두드리면 전자드럼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아이들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5살 여자아이도 어설프지만 도전! 지켜보는 엄마는 마냥 행복한 웃음이다.

13.5m 피아노 건반 달리기?

▲ 조희연(3), 조서윤(5) 두 딸들과 함께 체험전을 찾은 가족. ⓒ 최육상


조서윤(5), 조희연(3) 두 딸을 데리고 충남 태안에서 왔다는 엄마는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악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특히 체험 위주다 보니 얘들이 여러 악기들을 직접 만져보고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세계악기감성체험전>을 총감독한 (주)에스씨앤지 이성원 대표이사는 "교육적인 가치를 우선하지만 재미도 있어야 한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악기를 배우면 머리가 좋아져요. 악보를 보는 건 시각으로 '우뇌'를 자극하고, 연주를 하는 건 손과 몸을 써서 '좌뇌'를 발달시켜요. 실제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 중에 천재가 많아요. 후천적으로 영재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독일, 유럽의 경우 '1인 1악기 갖기'를 30년 이상 정부 차원에서 권장했어요. 장기적으로 범죄율도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악기'라니까 두려움을 갖는 분이 계신데 그냥 아이들과 오셔서 즐기면 돼요."

"국영수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올바른 여가생활을 즐겼으면 해요"

이 대표는 그 자신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온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처음 하는 악기체험전인데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며 "3만 5천점 정도의 악기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체험장에서 파손되는 악기가 많기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하면 못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악기는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국영수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올바른 문화생활, 여가생활을 즐겼으면 해요. 한 아이가 '그랜드 피아노'를 보기 위해 왔는데, 악보를 펼쳐놓고 치더라고요. 어떤 분은 아이와 함께 이틀이 멀다하고 다섯 번씩 오신 적도 있어요. 또 어떤 분은 '충격적인 행사'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이번 행사가 잘 돼 앞으로 지방으로 순회를 가는 게 목표입니다."

<세계악기감성체험전>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오케스트라 배치도가 있는 브로마이드를 비롯해 세계악기감성체험전 수료증, 체험노트 등을 선물로 준다.

▲ 이성원 대표이사는 "파손되는 악기가 많게는 하루에 한 차씩 된다"며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최육상


덧붙이는 글 <세계악기감성체험전>은 오는 8월 22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티켓문의 http://www.eqmusicpl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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