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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당신에게 바치는 책

[서평]<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를 읽고

등록|2010.07.28 14:57 수정|2010.07.28 14:57
현대예술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2008년 부산 비엔날레 때였다. 부산비엔날레에 가게 된 계기는 동아리 친구들이 "우리 동아리도 문화생활 좀 같이 하자"라는 의견이 나와 가을 나들이로 미술관에 가게 된 것이다.

현대예술이라고는 문외한인 나는 작품 하나하나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 앞에서면 경직된 사고를 탓하기 바빴다. "현대예술은 무슨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돼"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며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을 감상했었다.

▲ 2008 부산비엔날레 현장에서 현대 예술 작품을 보고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필자와 친구. ⓒ 배성민






하지만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나와 친구들과 짧게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뜻밖의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현대예술이 작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되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현실과 작품을 보는 대중들에게 너무 괴리감만 주잖아.", "도대체가 현대예술을 보고 극찬한 비평가들이 이해가 안 되. 꼭 현대예술 작품에 대단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있나? 내가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야.", "그들만의 리그같이 안보이나? 대중들은 예술품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하고 말이야." 등 대부분 현대예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관객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프라임 키숀, 마음산책> ⓒ 마음산책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저자 에프라임 키숀은 이 책을 통해 현대 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를 쏟아 낸다. 그 중 현대 예술은 관객을 소외 시키고 비평가들의 고귀한 취미로 전략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 비판한다. 먼저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비평가들의 리그에 대해 언급을 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작품을 해석하기 위한 용어에 대한 얘기한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런 미술 용어들을 모으면 물론 사전 한권을 모두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노리는 의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표현들을 사용하여 장황하고도 무의미한 마라톤-설명을 통해 예술 애호가들을 지치게 만들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한 후 자기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마음 속으로 인정하도록 만들거나, 아니면 귀가 멍할 정도의 소음으로 마비시켜 놓고는 이제는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비평가들이 현대예술에 대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용어 뿐 만이 아니다. 언론/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평가들은 현대 예술 작품의 의미를 과장하며 시대의 혼란을 표현한 대단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단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나 자신의 예술을 감상하는 관객에 대한 사랑 없이 진정한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을 위하는 배려나 애정이 빠지게 되면 이기주의나 오만, 허영심, 아니면 효과만을 노리는 마음만이 중요하게 된다. 예술은 관객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고,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 호소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 예술은 그림을 보는 관객에 의해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관객이 소외 되어 있는 충격적, 도발적인 현대예술 작품은 2010년 지금 현재에도 많이 생성 되고 있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비평가와 예술 전문 집단, 부유층들을 만족시키고 그들만의 예술 감상을 위한 작품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피카소와 같은 현대 예술은 대가들이 충격적, 도발적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피카소가 남긴 유언을 통해 저자는 밝히고 있다.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더 이상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 도식자, 인기를 쫓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창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이 나의 익살과 기지에 경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들은 점점 더 나의 익살과 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중략)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의 유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비평가들이 말하는 현대 예술의 예술성은 허구 라는 것이다. 현대 예술이 충격적, 도발적 작품을 만들었던 것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혼란, 욕망, 허영, 어리석음을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롱하고자 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현대 예술은 감상하는 현대인들은 경직된 사고와 신체를 조롱했던 작품 앞에 찬사를 보내고 비싼 돈을 지불하며 작품을 사기도 하는 등 숭배 하는 게 급급했던 것이다.

현대 예술 작품 앞에서 그 작품의 대단한 의미나 비평가들의 해석을 찾아내기 전에 내 안에 숨은 찌질한 욕망과 허영심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떻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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