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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요강과 신문이 필요한 이유

환경을 생각한다면 화장실부터 바꿔보자

등록|2010.07.28 15:09 수정|2010.07.28 15:09

▲ 화장지 걸이 한쪽에 신문지도 같이 걸었다. ⓒ 오창균

얼마 전에 지방에 갔다가 속이 불편하여 공공시설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깨끗한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고 입구 자판기에서 구입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동전(300원)도 부족했다.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던차에 신문 한 장이 눈에 띄어 바로 집어들었다. 신문을 꾸기며 안도의 숨을 쉬면서 휴지가 없을 때 대처하는 방법의 황당한 화장실 유머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결심을 했다. 하얀 화장지 대신에 검은 신문지를 사용하기로.

집에 돌아와 신문을 모두 찾아서 가위로 잘랐다한 면을 두장으로 만들면 사용하기에 적당하다.비닐봉지에 신문을 담아서 화장실 휴지걸이 옆에 매달았다. 이미, 유별난 화장실문화(?)를 즐기는 아빠라고 생각했는지 물어보는 가족들도 없었다. 나 역시 가족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알아서 해주면 고마운 거다.

농사를 시작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수세식 화장실이 그리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깨끗하다는 느낌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활용하면 훌륭한 자원이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페트병에 오줌을 모으기 시작한 지 2년이 된다. 그동안 집안에서는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가 텃밭에다 거름으로 내다 주었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페트병은 줍는것이 습관이 되기도 했다. 옥상 텃밭에 오줌이 든 페트병을 쌓아두기도 했는데 옆집에서 궁금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 자칫 시비거리라도 될 것 같아서 목초액이라고 둘러댔는데 몇 병 얻자고 할까봐 조마조마 한 적도 있었다.

▲ 모아둔 오줌은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모았다가 한번에 버리면 물을 절약한다. ⓒ 오창균


귀농한 친구 집에 가면 화장실이 두개 있다. 집안에 있는 수세식과 바깥에 있는 재래식이다. 재래식이라고 해도 옛날방식이 아니다. 요즘은 생태화장실이라고 해서 사용하기 편하게 좌식변기처럼 되어 있다. 통 안에다 변과 함께 나무를 태운 재 또는 왕겨를 같이 넣어주면 냄새도 없고, 친환경적인 거름이 된다. 갈 때마다 이곳을 이용한다. 생태화장실은 판매도 하지만, 간단한 목공 기술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직접 제조도 가능하다.

▲ 귀농한 친구집의 생태화장실. 유기순환의 첫 단계라고 본다. ⓒ 오창균


환경문제는 이미 인간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동안 무한한 공기처럼 마구 사용해도 될 것 같았지만, 공기도 오염되었고, 물도 땅도 인간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스스로 생(生)과 사(死)를 반복하며 무한한 생명을 유지하여 다른 생명체들까지 함께 아우른다. 인간만이 그 법칙을 무시하고 공멸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 것 같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것이 사람의 몸인 것 같다. 농사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페트병에 소변을 모았다가 한번에 변기에 버리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변기 한번 내리는데 10리터의 물이 버려진다. 깨끗해 보이는 흰색 화장지가 각종 화학물질로
염색된 것을 안다면 검은 신문지가 오히려 더 위생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집안에 모아둔 오줌이 들어있는 페트병. 일주일 이상 되면 밭에서 바로 사용할수 있는 거름이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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