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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문, 최수영 사랑한다. 당신들이 희망이다"

함안보 타워크레인에 선 두 사람의 투쟁, 소시민들이 촛불을 들게 하는 힘

등록|2010.07.29 19:03 수정|2010.07.29 19:10

함안보의 고공농성"낙동강을 흘러야 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린 함안보 타워크레인 위 농성장에 이환문 국장과 최수영 처장이 서 있다. ⓒ 정수근


고공농성장 위의 두 사람"낙동강을 흘러야 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린 함안보 타워크레인 위 농성장에 이환문 국장과 최수영 처장이 서 있다. ⓒ 정수근


일주일째를 맞은 함안보 고공농성장... 이어지는 시민들의 발길   이포보와 함안보에서의 고공농성이 일주일째를 맞은 28일, 함안보 고공농성 현장을 다시 찾았다. 4대강사업 저지 대구연석회의 차원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함안보 고공농성을 지지하고자 현장을 다시 찾은 것인데, 농성지원단의 베이스캠프에는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농성지원단은 농성을 시작한 22일부터 이렇게 지지방문을 온 시민들과 매일 촛불을 밝히며 타워크레인에 오른 두 명의 활동가들에게 힘을 북돋우고 있었다. 이날 저녁에도 부산, 대구, 사천, 울산, 창원, 진주 등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촛불을 밝히며 이 불볕더위에 40미터 상공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있는 이환문(진주 환경련 사무국장), 최수영(부산 환경련 사무처장) 두 명의 활동가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촛불들의 행진함암보 고공농성지원단이 차려진 곳에서부터 촛불집회 장소인 낙동강 제방으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 정수근



사람들은 농성지원단의 베이스캠프에 모여 상황실로부터 농성상황에 대한 간략한 보고를 들은 뒤 촛불을 들고 함안보가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제방을 향해 1킬로미터 가량 침묵행진을 했다.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감병만씨는 촛불에 불을 밝힌 뒤 "이 싸움이 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아마도 그런 심정으로 저 두 사람이 크레인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에게 우리가 힘을 실어주자"고 말했다.
오전에 내린 장맛비로 후텁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땅거미가 진 낙동강 제방에서 100여 개의 촛불들이 불을 밝히고 낙동강을 향해 섰다. 그리고 같은 시각 조금 '다른' 공간인 크레인 위에서도 두 사람이 손전등으로 불을 밝히며 '촛불'에 화답을 해왔다.

'촛불'들의 함성함안보 촛불집회 현장에 선 시민들이 타워크레인 위의 두 사람을 향해 촛불을 흔들며 "이환문, 최수영 힘내라, 사랑한다"를 외치고 있다 ⓒ 정수근



전국에서 몰려운 '촛불'들이날 부산, 대구, 울산, 진주, 사천, 창원 등지에서 온 시민 100여명이 촛불집회에 함께했다. ⓒ 정수근



농성지원단의 감병만씨에 따르면 점점 많은 시민들이 농성현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살인적인 더위 속에 뜨거운 쇳덩어리 타워크레인에 오른 이들의 막막함을 알기에 그들에게 이심전심의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이어 감씨는 "7·28 재보선 결과에 따라 곧바로 강제진압이 떨어질 것"이란 '소문'도 시민들을 농성현장으로 불러 모으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감병만씨는 집회를 시작하면서 "새벽에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이 180도 회전을 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다행히 크레인의 두 사람은 조종실에 있어서 별탈이 없었다"며 위험한 고비를 한 차례 넘긴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이환문, 최수영 힘내라! 이환문, 최수영 사랑한다!"
 
"함안보 고공농성, 소시민들이 촛불을 들게 하는 힘"
 
100명의 '촛불'들이 함께 내지르는 함성이 그대로 크레인 위로 전해졌는지 고공농성장의 두 사람은 연신 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 40미터 상공에서의 화답을 보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촛불'들의 간절한 염원어른에서부터 아이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촛불'들이 모여서 '4대상 삽질'이 중단되고, 크레인 위의 두 사람이 내려오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 정수근




부산에서 온 신라대학 교수는 자신을 소시민이라 소개하며 자신이 "노후를 위해서 꼬불쳐 둘 정도로 이곳 길곡면의 낙동강은 너무도 아름다운 곳인데, 이곳에 보가 들어서고 그 현장에 두 사람이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공농성 중인 저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소시민들을 촛불을 들게 만든다"며 "소시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두분의 투쟁에 화답하는 길이다"는 소회를 밝혔다.

촛불집회는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지지방문을 온 사람들이 자유로이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하는 '따뜻한' 자리가 되었다. 역시 부산에서 온 '부산한살림'의 박영관 선생은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고, 다들 그러하듯이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앞으로도 이곳에 지속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천에서 여러 명의 회원들과 함께 온 김종관 사천 진보연합 대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사전에 (4대강 사업을) 막았어야 했는데도,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이환문 처장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진주에서 온 채수영씨는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한 이러한 투쟁에 저 위에 계신 두 분의 활동가들의 생명이 다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두 활동가들의 신체가 허술하게 관리되지 않기를" 빌었다. 채씨는 이어 "위에 있는 동안 두분이 좀 더 유쾌하게 있다" 올 수 있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하늘정원'의 두 사람최수영 처장이 '하늘정원'으로 명명한 크레인 위 농성장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다 ⓒ 정수근




이에 상황실의 감병만씨는 최수영 처장은 타워크레인 위를 '하늘정원'이라 부를 정도로 든든히 버티고 있다면서 "(두 사람은) 저 위에서 세상과 유쾌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그들의 바람을 소개했다. 감씨는 "이환문 국장은 26일 자신의 생일을 저 위에서 맞았고 최수영 처장은 8월 1일이 생일"이라면서 다시 크레인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환문, 최수영 사랑한다. 당신들이 희망이다."

함안보가 들어서는 길곡면의 낙동강오전부터 장맛비가 내린 낙동강은 높은 습기로 인해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였다. 강물 위로 무용지물의 오탁방지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정수근

낙동강의 촛불낙동강을 따라 길게 들어선 '촛불'들이 간절히 낙동강과 두 사람의 생명평화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 정수근

촛불집회는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집회는 이렇게 함안보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이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함성, 구호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갔다. 오후 7시 반부터 시작한 집회는 정확히 오후 8시 반에 마무리되었는데, 그곳에 선 '촛불'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저 위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그 짧은 시간의 교감을 끝으로 헤어지기가 아쉬운 것일 터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모여 촛불을 들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시도 읽으면서 생명의 강, 크레인 위의 두 사람과 좀 더 교감하는 가운데 깊어가는 밤을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바람을 남기며 돌아선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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