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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화? 교과부는 사사건건 간섭말라,  시국선언 막는 조직은 내부 붕괴될 것"

[인터뷰] '무지개 학교' 만들기 나선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록|2010.08.02 09:48 수정|2010.08.02 09:48
"교과부는 학생의 결석처리 방식과 교사에 대한 징계 양형과 같은 문제는 일선 학교와 교육청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 전남도교육청

장만채(52) 전남도교육감이 "(정부가) 큰 흐름에 대해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더라도 사사건건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자율화 정책'을 내세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언행불일치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일제고사 불참 학생에 대한 무단결석 처리와 민주노동당 후원 의혹 교사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교과부의 '간섭 행위'에 대해 포문을 연 것이다.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 참여에 대해서도 장 교육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공공을 위한 것인데 그것을 막는 조직은 내부로부터 붕괴될 것"이라면서 "시국선언 교사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해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 스스로도 국립 순천대 총장 시절 광우병 미국 쇠고기 협정 파기 선언과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석방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한 달을 맞고 있는 장 교육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논란이 된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학생 입장에서 자신의 전국 (성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등 진보교육단체와 선긋기를 시도했다. 반면 그는 "시험 결과를 공개해 과잉 경쟁을 조장하는 등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일제고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교과부와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개혁 성향 시민단체들의 추대를 받고 범도민 후보로 6·2 교육감 선거에 나선 장 교육감은 55%의 지지율로 상대 후보를 압도했다. 장 교육감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화학과, 카이스트를 거쳐 1985년부터 순천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교수 재직 21년째인 2006년엔 국공립대 최연소 총장으로 당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 교육감은 순천 YMCA이사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회원, 전국교수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보수단체인 한국교총 회원인 점은 그의 정체성에 대한 뒷말을 남겨왔다. 그는 이날 인터뷰 도중 전화로 교총 회원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한손엔 '무지개 학교'와 같은 학교 혁신을, 또 다른 손엔 '부패 척결'을 들고 나선 장 교육감. 그의 속마음을 들어보기 위한 인터뷰는 지난 7월 26일 오후 3시부터 전남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1시간 10분 동안 진행했다.

"도민추대위에 빚짐 셈, 솔직히 부담되기도"

- 취임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교육감 한 달 해보신 소감은?
"교육감이 돼서 제일 놀란 것이 초중등교육체제가 생각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교육감이 스스로 차를 운전하고 식판을 들고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순천대 총장 때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런 것이 기사가 될 정도다. 교육은 수평적이고 대등한 것이 중요하다. 인사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주민 추천 교육장 공모제를 5개 지역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공약한 대로 '무지개 학교'라는 새로운 혁신학교를 만드는 데도 힘을 쏟아 왔다."

- 교육감 선거 기간, '장만채 돌풍'이란 얘기가 돌 정도였다. 지지율 55%라는 압승 요인은 무엇으로 보나?
"도민추대위에서 지지하고 함께 해줬기 때문이다. 이 분들에게 빚을 진 셈인데 이것이 솔직히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내가 선거하는 와중에 진보라고 공격을 받았는데… 교육계에서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이런 논의가 있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자녀들이 국가의 미래 인재로서 행복하게 삶을 살도록 하는가' 이것이 중요한 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그런 열정을 갖고 일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교수노조 조합원과 한국교총 회원을 병행해왔다.
"지금도 교총 회원이다. 탈퇴를 안 했기 때문에. 교수노조와 상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교총은 친목단체이고….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일도 했고 전교조 초창기 89년엔 전교조 소속 교수노조에 가입하기도 했다. 약자들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

장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 도중 전화를 걸어 한국교총 회원에서 탈퇴했다. "대학 교수를 그만뒀으니 교총 회원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게 기자에게 말한 탈퇴 이유였다.

- 취임하자마자 '교육장 사표 요구' 건으로 언론에 두들겨 맞았다. 이명박 정부의 '기관장 사표 제출 강요와 다른 게 무엇이냐'란 소리도 나왔다.
"교육감이 바뀌면 철학을 함께 할 수 있는 임명직들의 신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달리 적법한 근거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이다. 교육장은 임기제가 아니다. 인사관리규정 보면 3년까지 할 수 있다고 상한선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임기가 보장되었다면 임기를 지켜줘야 한다."

"교육감협의회 참여해보니 진보·보수 실감"

▲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 전남교육청


- 교육장 공모제는 전남에서 스타트를 끊고 있는 것 같다.
"5개 시군교육청 교육장을 주민 추천 공모제로 뽑고 있다. 목포, 무안, 해남, 곡성, 고흥 교육청에서 서류접수를 마쳤다. 원래 교육장은 교육감이 마음대로 임명했는데 이 교육감의 권한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려는 것이다."

- 사실 공모제 말은 좋은데, 이전 기관 공모제 살펴보면 요식 행위도 많았다.
"우리는 명실상부한 주민 추천 교육장 공모제를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 11명 가운데 6명이 지역인사다. 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사람은 2명뿐이다. 내가 입김을 불어넣을 수가 없는 제도다."

- 지난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뽑았다. 서울시교육감이 관례로 해오던 회장 자리를 인천시교육감이 앉게 됐다.
"서울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데…. 그동안 관례적으로 서울시교육감이 해오던 자리가 맞다. 나도 후보로 추대되었는데 이런 이유로 사퇴했다."

-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고 말하던 보수 교육감'들이 똘똘 뭉쳐 자기 편 교육감을 세운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교육감협의회를 가보고 나서 '이래서 진보 보수 나눠지는구나'하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진보교육감은 우리교육에 대한 진로를 고민하더라. 반면 보수 얘기하는 분들은 기존 틀들을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에 관심이 있더라. 옳고 그름의 문제는 양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진보교육감은 수가 많지 않지만 큰 힘을 발휘하리라고 본다."

- 아직 여파가 남아 있는 일제고사 얘기로 방향을 틀겠다. 7월 일제고사 당시 전남교육청은 강원, 전북, 서울과 달리 조용했다. 일제고사에 찬성하는 것인가?
"나는 근본적으로 일제고사 찬반논쟁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서 하는 일제고사에 대해 부작용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제고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있다. 문제점을 보완하면 괜찮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부차원에서는 교육의 정도를 파악하는 기회가 되고 학생 차원에서는 학생의 전국 정도를 파악하는 기회가 된다. 부작용은 성적을 공개해서 생기는 문제다. 과잉경쟁을 조장하지 않고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일제고사는 좋은 제도다."

- 7월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의 시험 선택권은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전남에선 12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 선택권을 보장하겠다. 큰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 일제고사 논쟁에서 전집이냐 표집이냐가 쟁점이다. 앞으로 일제고사식 전집평가가 내년 3월에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제고사는 최소화할 것이다. 3월 전국 진단평가는 최소화할 것이다. 다만 시험이 없는 세상은 없다. 문제는 시험을 통해 얼마만큼 공정하고 동등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 이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이 곧 교육적인 행위"

▲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 전남도교육청

- 일제고사 논란 속에서 교과부의 지나친 간섭 행위에 대해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학교 자율화 정책을 내세운 교과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이 바로 학교 단위다. 이것이 지역청과 도교육청을 거쳐 가면서 수렴되고 있다. 정부가 큰 흐름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일제고사에서 무단결석으로 하라든가, 시국선언이나 민노당 지원 교사에게 중징계를 하라든가 이런 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학생의 결석처리 방식과 교사에 대한 징계 양형과 같은 문제는 일선 학교와 교육청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행해지기 때문에 교과부가 이런 것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시국선언 참여교사와 민주노동당 지원 의혹 교사에 대해 교과부가 중징계를 요구했다.
"시국선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사표현을 한 것이고 공공의 영역이다.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막는 조직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고 부패된다. 나는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을 보호할 생각을 갖고 있다. 민노당 후원금은 제재를 가하겠지만 그 정도 선까지도 보호해줄 수 있다. 민노당 가입에 대해서는 이미 선을 넘어간 것이다. 교육감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민노당 가입했다면 (교과부 요구대로) 중징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학생인권조례가 뜨거운 감자 노릇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교육적 약자이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말을 넣고 인권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인권조례는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권한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학생인권조례 추진하겠다."

-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일부 언론이 학생들 데모하라고 하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림도 하고 했다.
"인권조례는 데모랑 관계가 없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학생들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권조례 제정 과정이 교육적인 행위다."

- 인권조례 비판 세력의 논리 가운데 '교육청에서 두발과 체벌 문제까지 간섭하면 되겠느냐'는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물론 학교운영에 대한 권한은 교장에게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 문제는 교육청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교육청에서는 아웃라인만 정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원칙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학교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체벌은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너무나 범주를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교육적 차원의 매는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는 정당하게 가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무상급식? 임기 중에 무상교육 만들겠다"

- 무지개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무지개 학교는 대안학교적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패턴에서 새로운 패턴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형 혁신학교라고 할 수 있다. 전남은 학생 수가 줄어들어 이런 환경이 오히려 미래형 교육제도를 접목시키기가 쉽다. 광주 대도시 근방에 무지개 자율형학교를 만들어 선진국형 교육을 해보려고 한다."

- 자신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동의하나.
"나는 실용을 우선하는 교육감이다. 쓸모가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전교조 얘기 중에서도 맞으면 따른다. 교총에서 하는 말도 맞으면 따를 것이다."

- 끝으로 교육감하면서 무엇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말해 달라.
"나는 교육계만큼은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인사권을 주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다. 전남교육 발전기획단을 만들어서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인사제도를 마련하겠다. 미 대통령 오바마를 만든 것은 교육의 힘이다. 불우한 환경과 불편한 신체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인재가 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되려면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육복지다.

무상급식은 물론 임기 안에 중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 중학교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하면 사회인으로 기본 역할을 할 수 있다. 준비물, 학교운영비, 급식비, 수련활동비, 교복비를 모두 무상으로 할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수월성 교육에 대해서도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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