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벌벌 떨게 하는 폭로 웹사이트
[해외리포트] <위키리크스>, 아프가니스탄 전쟁 진실을 공개하다
▲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일지를 보도하고 있는 <뉴욕타임즈> 인터넷판. ⓒ 뉴욕타임즈
정보 폭로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또 한번 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아프간 전쟁일지(AWD: Afghan War Diary, http://wardiary.wikileaks.org/)를 공개하면서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들을 고발한 것이다.
이 전쟁일지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이 관여한 일들을 묘사하는 9만1천여 건의 군사기밀 보고서 모음이다. 이중 7만6천여 건의 보고서가 지난 25일 1차로 폭로되었고, 나머지 1만5천여 건은 보고서에 나타난 정보원 및 개인들의 보호차원에서 2차로 폭로될 예정이다. 전쟁일지는 공개되기 수 주 전에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독일의 <더 슈피겔>에도 보내졌으며, 위키리크스의 공개 후 대부분의 언론들이 일지의 내용을 보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 일지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사람은 이라크전 참전 미군 정보관인 22살의 브래들리 매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매닝은 23만여 건의 이라크전 기밀정보를 외부에 제공한 혐의로 구속돼 있으나, 위키리크스 측에서는 정보원을 밝힐 수 없으며 앞으로도 이들이 폭로할 정보는 수없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전직 해커가 만든 '위키리크스'... 구성원들 베일에 가려져
▲ 위키리크스 운영자 줄리언 어산지 ⓒ 위키리크스
협업 양식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양식을 따라, 문건을 공개하려는 사람은 익명으로 포스팅할 수 있으며, 포스팅된 내용은 포럼을 통해 업데이트 되고 검증된다. 위키리크스는 검열 및 추적이 불가능한 최첨단의 암호기법을 이용하여 반체제 단체 및 익명의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120만 개의 문건을 보유하고 있다. 서버도 호주나 스웨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소문만 존재한다.
위키리크스는 사라 페일린의 이메일 해킹건, 기후변화 게이트라 알려진 기후과학자들간의 이메일 교신의 폭로로 유명하며, 특히 지난 4월 이라크에서 미군헬기가 전자게임을 하듯이 민간인을 살상하는 2007년 동영상을 공개하여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어산지는 자신을 정보 활동가라 칭하며, 위키리크스를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이고, 베트남전 기밀 폭로 사건으로 유명한 <펜타곤 페이퍼>건에 대한 미 대법원 판례를 인용, "오직 자유로운 언론만이 정부의 비리를 효과적으로 폭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허핑턴 포스트>는 국가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는 그림자 엘리트인 위키리크스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보도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냐?"며 베일에 가려져 있는 위키리크스 구성원들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개인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성을 지적하는 견해, 국가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는 무정부성과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에 대한 지적 등에 이르기까지 위키리크스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바뀐게 없는 추악한 전쟁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수천 수만의 죽음이 주류언론을 통해서는 통계로만 보여지는 데 반해, 이 일지는 각각의 죽음 뒤에 숨겨진 사실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키리크스는 전쟁일지를 공개하면서 "우리는 일지의 공개가 아프간 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불러 일으키고, 전쟁의 경로를 바꾸기 위한 기초자료로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군과 정보담당관들이 작성한 일지는 각 전선으로부터 보고되는 사건과 사실들로 채워져 있다. 작전단위, 전초기지, 지역 명은 물론 폭발물 조우, 공격작전, 마을 원로와의 대화, 부상자수, 사상자수, 포로수, 납치, 정보수집, 라디오 교신 중 엿들은 위협 경고, 지역정보원, 아프간 경찰, 장비부족 등의 불만접수, 호송 건 등 매일의 사건들이 담겨있다.
특히 위키리크스는 미 비밀 특수군의 암살 단위인 태스크포스 373의 작전수행으로 7명의 아이들이 죽은 사건을 예로 들면서 "이런 작은 규모의 비극들은 주류언론에 다뤄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상자는 이런 비극들에서 왔다"고 밝혔다.
또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아프간 전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호도했던 데 반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일지는 보여준다. 파키스탄의 고위 군정보기관인 ISI와 탈레반 고위간부의 연계, 1980년대 아프간을 점령했던 소련을 물리치기 위해 아프간 무자헤딘에 지원했던 미군의 열감지 미사일이 이제는 동맹군을 저지하는데 쓰인다는 증거 자료 등 다양하다. 이는 파키스탄이 믿을만한 동맹군이라 했던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주장에 반하는 증거다.
결국 전쟁의 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아프간전이 베트남전처럼 실패한 전쟁이며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아프간 대통령 "정보원들이 위험에 빠지게 됐다"
▲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매닝 일병 ⓒ 위키리크스
한편 진보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의미가 "미국과 나토군의 점령이 아프간과 파키스탄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있다"고 보고, "미국정책 뿐만 아니라 미국인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킴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분석은 앞으로 유럽, 캐나다, 호주, 터키 같은 나라들에서 반전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현재 군대를 파견중인 나라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가할 것이고, 결국 오바마 정부는 전쟁을 빨리 끝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폭로된 보고서들이 대부분 부시 정부 때 발생한 일들이며 새로운 사실이 없다고 폄하하면서도, 일지가 다국적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위키리크스를 비난했다. 국가안보위 자문위원인 짐 존스 장군은 "미국은 미국민과 그 협력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개인이나 조직의 기밀공개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을 비롯하여 여론은 기밀정보가 쉽게 노출되었다는 것에 경악하고 있다. 비록 일급기밀은 아니지만, 기밀로 분류된 정보들이기 때문에 일개 정보원이 컴퓨터로부터 기밀문서를 쉽게 다운로드 받아 외부에 전달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가능했던 시스템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한국'을 다룬다면?
일지는 충분히 잔인한 전쟁의 면을 폭로하고 있으며, 다만 외부로 전달되지 않았을 뿐임을 의미하고 있다. 전쟁당사자인 아프간과 파키스탄인들은 이미 자기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는 한국전의 비극과 닮았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한국전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보수성향 위원들로 바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용서를 구하지도 않은 미국에 면죄부를 주었고, 과거사는 다시 그늘에 가려졌다.
"투명하고 공개된 정부가 도덕적 타락과 부패를 줄여줄 것이며, 보다 나은 정부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고 있는 위키리크스가 한국의 역사를 다룬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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