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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뭐드셨수?

토하탕과 먹는 막걸리 맛

등록|2010.07.31 13:51 수정|2010.07.31 13:51
우리마을 바로 옆, 도랑 하나 건너 신포마을이라는 동네가 있다.

그 마을에는 나처럼 단감농사를 하고 있는 형님, 아니 '행님'이 한 명 있다. 그렇다. '행님'이라고 불러야 좀더 그 의미가 잘 전달될 그런 느낌의 사람이 있다. 이두호 만화의 '머털이'를 닮은 캐릭터에 힘이 실재로 장사다. 물론 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단감을 대규모로 하고 있지만 그 형님도 친환경저농약 단계의 인증을 받아 놓고 있다.

나보다는 세살이 위니까 내년이면 50이 되는, 지역의 토박이 중의 토박이이기도 하다.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지역활동에도 열심이어서 의령농민회를 만들고 지금까지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거기다 더해서 내게는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사람이다. 단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약치는 기계 설치부터 가지치기, 거름작업, 솎아내기, 단감포장까지 도움받은 걸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물론 사람 사는 일이 일방적으로 누군가는 도움만 주고 또 누군가는 도움만 받는 관계야 있겠는가? 또 그런 관계가 있다하면 그게 오래 가겠는가? 궂이 셈법을 따져보면 나도 이 지역에서 4년 정도 동안 지역의 현안에서 나름 도움되는 역할을 하였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형님과의 관계로만 보면 내가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아왔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늘 고마움과 정겨움을 가지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서로 막걸리가 생각나고 왠지 출출하다 싶을 때는 그냥 편하게 전화한다. 이 행님도 나처럼 막걸리를 무지 좋아한다. 소주도 잘 먹지만 막걸리는 대단한 주량을 자랑한다.

그날도 무지 무지 더웠던 며칠 전 중복날 전날이다. 저녁이 다 되갈 즈음에 전화가 왔다.

"뭐 하노?"
"예- 저녁 먹을려고 합니다."
"아직 안 무우스모  우리집으로 오이라. 한잔 하자."
"뚜뚜뚜..."

그냥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렸다. 안주가 뭔지 막걸린지 소준지 물어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주지 않고 일부러 빨리 끊어 버렸다. 일단 아내에게 옆마을에 가서 한잔 하고 온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등 뒤로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면서...

그 뒤 그 행님 집에서 벌어진 풍경은 이러하다 .

막걸리와 토하탕복날 하루 전에 먹게된 토하탕 ⓒ 서재호



막걸리와 토하탕! 오늘의 메뉴는 울산에서 공수된 생동동주 '태화루' 막걸리와  마을 위에서 잡은 민물새우탕이다. 메뉴를 보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오늘 술 한번 제대로 먹게 되겠구나. 이 정도 메뉴면 기본으로 막걸리 네병은 그~~~~~냥  절단 내고 들어갈 것이다.

막걸리가 좋은 점은 여러가지이지만 웬만한 안주면 다 막걸리 안주로 어울린다는 거 아니겠는가? 별 안주 없이도 좋은 발효막걸리는 분위기를 돋우는데 이런 별미중의 별미인 '토하탕' 이라니. 그것도 오늘 마을위 저수지에서 잡은 싱싱한 것들을 재료로 양념에다 땡초 썰어넣고 끓인 것들이니...

토하탕갖은 양념에다 땡초를 쏭쏭넣고 끓인 토하탕 ⓒ 서재호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킬 때마다 토하탕 한숟가락씩 입안에 털어넣는 그 맛!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새우의 그 향과  진~한 맛. 몇 병 먹을 때까지는 그 맛의 기억이 또렷한데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술술 잘 들어간다고 막걸리를 얼마나 먹었는지 그 뒤는 대충 이렇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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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   는  비틀 비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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