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스템은 민노, 정책은 진보, 싸움은 한나라에 배워라"

['민주당 똑바로!' 트위터 토론회] 비난 의견 봇물... 천정배 의원 "분노와 꾸지람에 진땀"

등록|2010.07.31 17:00 수정|2010.07.31 17:00

▲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8일 밤 영등포당사에서 7.28 재보선 개표결과를 지켜본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진짜 야당"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1. 당 시스템은 민노당에서 배워라 2. 정책은 진보신당에서 배워라 3. 싸우는 방법은 한나라당에서 배워라."(@doax)

트위터리안들이 7․28 재보선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에 십자포화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제안해 30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민주당 똑바로!"란 주제로 진행된 트위터 토론회 분위기는 한마디로 흉흉했다.

지난 13일 4대강 토론회에 이어 열린 이번 트위터 토론회는 재보선 결과에 대한 민심을 반영해서인지 트위터 태그 검색에 1위에 오를 만큼 정치 트위터리안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또 김진애 의원 외에도 민주당 천정배, 조배숙 의원, 진보신당 김혜연 고양시 시의원 등도 토론회를 지켜봤다.

트위터리안들의 맹비난 "대안 없으면 국물도 없다"

결론부터 논한다면, 참혹했다. 정치 트위터리안들의 민주당에 대한 인식은 이미 분노를 넘어선 상태였다. 토론회 말미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긴 천정배 의원(@jb_1000)의 글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 천정배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권우성

"천정배입니다. '트친' 여러분의 분노와 꾸지람에 진땀이 나네요. 토론을 마련해주신 김진애 의원님, 면도날 같은 의견주시는 '트친'들 정말 고맙습니다. 귀한 의견들을 민주당이 과감하게 받아들여 변화하도록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토론회 제안자인 김진애 의원 또한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를 토론회 전날(29일) 저녁부터 들어야 했다. "사실 지난밤에 이미 트위터 토론 워밍업을 했었어요. 2시간 동안, 공천방식, 당내선거방식에 대해서 많은 제안들이 있었지요. '당원에게~'가 키워드. 대의원 줄 세우지 말라는 말씀들. '국민에게~'도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요. 글에서 욕 배불리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회 열기는 그렇게 토론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일찌감치 트위터 아이디 @pspdkks의 "세력은 연합하되 민주당이라는 기득권 구조는 해체해야 근본적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라는 글에 아이디 @peterchung92가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외부와의 연합과 내부의 쇄신을 동시에 진행함이 가능하겠냐는 문제가 있네요"라고 답을 했고, 여기에 다시 김진애 의원이 "두 마리 토끼는 같이 쫓아야. 민주당 내부 룰을 민주적, 대승적으로 만드는 것도 그 하나"라는 글로 논쟁의 불씨를 당겼다.

이 김진애 의원의 글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번 재보선 패배에 대한 분노에 찬 직업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아이디 @echo1004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봅니다. 김 의원님은 1. 이번 은평에 장상후보를 낸 것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2. 천호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옳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당 지도부와의 관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답은 트위터리안들의 논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이디 @withoutpole는 "민주당이 재보궐에서 진 이유? 쉽습니다. 국민은 지방선거 후 두 달 동안 지켜 본 거죠 그런데 대안이 안나왔잖아요. 백만 번 이야기해도 중요한 대책, 대책이 정치의 핵심입니다. 찬성이나 반대가 중요한 게 아니구요"라며 민주당의 대안부재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대안이 없으면 국물도 없다, 라는 것입니다. 이제 국민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한나라당 민주당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대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군소정당이라도 대안이 있으면 어느 정당이든 집권할 수 있습니다"라고 거들었다.

이러한 날선 비판은 끝없이 이어졌다. 아이디 @jiyunia는 "민주당 구성원의 민주적 의식과 실천의지, 지향하는 가치의 최소한의 동질성, 개혁과 진보에 대한 진정성이 동지애를 가지고 함께 나갈 수준인지 모르겠음. 한마디로 이해에 따른 집단이 아닌가의 의구심이 강하게 듬"이라며 총체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는 또 "'good to great'에 위대한 조직은 우선 버스 즉 시스템보다는 누구를 어떤 사람을 태우는가를 우선한다고 하는데, 광주에서 민노당에 색깔론을 제기한 사건이 상징하듯 민주당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같은 버스에 탄 것이 이해 불가함"고 덧붙였다.

아이디 @cinekwon는 "저는 민주당이 아무런 이슈를 못 만들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파격적인 정책도 없고 투쟁력도 없고. 하다못해 '똘끼' 있는 젊은 의원도 없고. 중간에서 눈치만 보는 게 중도 정당은 아니잖습니까"라고 일갈했다.

아이디 @dogfood0는 "고창군수 건부터 먼저 해결하죠. 고창군수는 왜 그대로 둡니까? 한나라당과 차별점이 없는 정당이라는 걸 그렇게 강조하고 싶은 건가요?"라며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며 한나라당과 비교하기도 했다.

"정신 좀 차리시오, 민주당!"

▲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제안해 30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민주당 똑바로!"란 주제로 트위터에서 진행됐다. 해시태그 '#민똑토_'로 검색하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이날 토론을 주도한 이는 정치블로거로 유명한 도아(@doax)였다. 지난 3월 트위터로 "원하는 경기도지사 단일화 후보는?"라는 설문을 올린 뒤, 선관위 의뢰로 경찰의 표적수사를 받기도 했던 그는 "민주당이 선행해야 할 일. 1. 당 지도부 교체, 2. 철새(김민새 등) 폐기, 3. 정책정당으로서의 선명성 확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5, 민주당 3을 가져갔습니다. 한나라당이 가져간 5를 다른 야당에게 주었다면 민주당이 이런 욕을 먹을까요? 눈앞에 이익에만 집중, 민노당에 색깔론까치 펼친 것이 민주당입니다. 또 이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라고 성토했다.

이어 김진애 의원에게 "다음부터 민주당의 다른 분들도 (토론회에) 참여시켜 주세요. 시간이 없다는 분에게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이 없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려 주시고요"라고 충언하기도 했다.

이에 김진애 의원은 "저의 소망은 이런 뜨거운 트위터 토론이 의총에서, 최고의원회의에서,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민주당 현장에 가는 것입니다. 치열하게 정책토론 하는 것입니다. 의원들이 선거 때만 아니라 평소에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입니다"라며 "담 주 화요일 의총이 잡혀있는데, 아마 난상토론 될 것 같은데요. 밥상 엎을 각오로~ 전하겠습니다"라고 다짐, 토론회 분위기를 한층 가열시켰다.

뒤이어 토론 후반부는 다양하 문제제기와 함께 향후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줄을 이었다. 

"민노당에 빨갱이 소리 뒤집어씌우는 거 보며 기함했습니다.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네요.  수없이 많은 실망과 분노를 이번선거에서 느꼈지만 이 일은 정말 용서가 안 될 지경입니다. 정신차리시오 민주당!!!"(@Cynicalbaby)

"오늘 김민석에 대한 비판이 많군요. 그러나 저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김민석이 있는 한 민주당은 다시 집권 못합니다. 철새, 철새 그런 철새는 없으니까요. 아마 한나라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Cherry_Rabbit2)

"저는 이번 선거로 멍든 은평구민입니다. 장상 후보 공천과정 공개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공천을 한 분들, 책임지고 당직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BaSSistwalker)

"민주당의 문제를 민주당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정정도 관심이 있는 소시민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사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바보'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생각납니다."(@parkkb74)

"민주당에선 사심이 가득한 세력들과 맞서서 당의 진정한 변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전당원투표제'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사심세력'에 휘둘립니다. 그 다음에 유연한 민노당, 진정성의 참여당과 강력단일야당을 만들어 내야해요."(@pjn6317)

천정배 "완전개방형 전당원투표제 실시, 쇄신형 당대표 뽑겠다"

물론 트위터 토론회가 시종일관 진지한 글만 난무한 것은 아니다. 토론회 중간, 정세균 대표의 사의표명 소식이 들려오자 ""사의"만 표명했답니다. "사퇴"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저도 김태희랑 결혼할 "의사"를 표명하겠습니다."(@DaveRyu)와 같은 유머러스한 글이 날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회 시간이 끝난 31일까지도 트위터 토론회와 관련한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고 또 '돌려보기'되고 있다. 분명한 점은 민주당 지지자이든 반MB에 공감하는 유권자든 "민주당에 뿔났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 

▲ 김진애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이에 토론회를 마친 다음 날인 31일, 소감을 묻자 김진애 의원은 "맞을수록 큰다. 민주당 좀 나서서 맞아라. 피하지만 말고! 트윗 민심을 읽으라! 변화의 맥을 읽고 변화의 핵이 되는 트위터리언, 트렌드 리더들이다"라고 밝혔다.

"늘 격렬하게 토론합시다"라고 운을 뗀 천정배 의원은 "'트친'들 곧 국민들이 민주당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너무 잘 알고 있음을 확인한 토론이었습니다. 당 시스템은 민주노동당에서, 정책은 진보신당에서, 싸우는 법은 한나라당에서 배우라는 충고! 정말 압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많은 민주당 사람들만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거나 모른체하고 있어요. 독과점 기득권에 취해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깨뜨려야죠. 문제는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죠"라고 민주당 상황을 자평했다.

이어 천정배 의원은 "저는 먼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직선으로 뽑는 완전개방형 전당원투표제를 도입하고 과감한 변화와 쇄신을 이끌수 있는 당대표 등을 뽑는 것, 이 두 가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뽑은 당대표 등이 앞장서서 민주당을 과감하게 근본적으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라며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한편 만 하루가 지나도록 끊임없이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민주당 트위터 토론회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민똑토_'로 검색하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