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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피해 방지, 이제 지방정부의 책임

등록|2010.08.02 09:40 수정|2010.08.02 09:40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선거를 통해 약속된 무상급식이나 광장사용 개방을 포함한 다양한 공약들은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에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약속된 공약들을 조례로 만드는 일은 예산상의 문제나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인해 그다지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의 벽은 항상 높은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성찰해본다면 비록 선거 때 공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의외로 좋은 정책을 만들 수도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아무도 공약한 적이 없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하나있다. 이 정책의 시행에는 큰 예산이 들어가지도 않고 이념적 논쟁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게다가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면 이 정책 시행 후에 심장병의 발생이 크게 감소한다.

이 정책은 바로 '실내 및 공공장소 전면흡연금지'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에 못지않게 건강에 많은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폐암과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어린이들에서 천식, 아토피피부염, ADHD 같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 영국에서는 1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침에서 코티닌(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 몸 안에서 대사되어 생기는 물질)을 측정한 후 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21% 증가했다고 한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활동은 1990년대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식당과 술집을 포함한 일체의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일부 도시에서는 개인 주거지를 제외한 도시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04년 식당과 술집을 포함한 모든 실내공간에서의 흡연을 전면금지 시켰는데 이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공공장소 전면흡연금지 조치이다. 이후로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뒤를 따르고 있고 미국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주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

공공장소 흡연금지정책의 성과는 학술적으로도 검증이 되고 있다. 작년에 미국심장학회지에서 공공장소흡연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17%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심근경색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6만명이 넘는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키면 거의 만명에 가까운 심근경색환자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폐암, 천식 등의 감소효과를 모두 계산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간접흡연 문제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이용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고 대형건물이나 큰 식당에서는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성인남성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담배연기를 안 맡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길거리, 버스정류장, 공원, 식당, 술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공간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조사를 보면 54%가 넘는 국민이 매일 간접흡연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하루 평균 50분씩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5월에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권한이 중앙정부에만 있었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이 금연버스정류장, 금연공연 등의 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사실은 법적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는 단순 권장사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제9조 5항에 "지방자치단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공원뿐 아니라 번잡한 거리, 식당, 술집, PC방 등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켜 주민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지방정부에도 생긴 것이다.

그런데 과연 유권자인 주민들이(특히 흡연자들이)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에 찬성할까? 지난 2008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가 넘는 국민이 실내 및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에 찬성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흡연자 중에서도 50% 이상이 찬성한다는 것이다(흡연자도 남의 담배연기 냄새는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흡연자의 67%를 포함한 응답자의 91%가 간접흡연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흡연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예를 보면 2006년에는 독일 흡연자의 26%만이 술집과 레스토랑에서의 흡연금지를 지지했으나 제도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난 요즘에는 지지자가 46%로 증가하여 비흡연자를 포함하면 전체 국민의 74%가 전면흡연금지를 지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실내 및 공공장소 흡연금지정책은 성공이 보장된 정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달면. 발암물질과 심장마비를 초래하는 유해물질이 가득한 독가스를 다른 사람에게 뿜을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은 마치 흉기를 자유롭게 휘두르게 하는 것만큼 이나 위험한 일이다.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머지않은 장래에 주요 선진국의 전례를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실내 및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전면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느 개그프로그램의 대사마냥 우리는 지금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이 정책을 시행한 지방자체단체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라는 프리미엄을 상당기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실내 및 공공장소 전면흡연 금지' 조례를 서둘러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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