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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자전거사업 백지화...진정성 있었나

충남도, 천안시 자전거사업 예산 지원 제외...자전거 조례 유명무실

등록|2010.08.03 17:02 수정|2010.08.03 18:34
천안시 자전거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야심차게 새 사업을 마련했다가 시행도 않고 철회를 해 버렸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꾀하는 범정부적인 노력과 상반되는 행보이다.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물 건너가

▲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 윤평호

천안시는 올해부터 공용 자전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었다. 도심 주요 지역에 공용 자전거를 설치,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이용토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자전거를 구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전거의 대여와 반납을 모니터하는 관리 시스템 도입도 동반된다.

지금까지 천안에서는 한 번도 선 보인 적 없다. 창원시와 대전시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사업이다. 공용 자전거 사업 대열에 뒤늦게 합류하기 위해 천안시는 지난해 말 '2010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관련 사업비를 반영했다.

시가 올해 본 예산에 책정한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비는 5억 원. 이 예산으로 공용자전거 50여 대를 구입하고 자전거 대여 및 반납 관리 시스템을 갖춰 연내에 운영을 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중앙시장과 천안역, 터미널, 천안IC, 천호지 등 5개소에 공용 자전거 정류소를 설치하고 이들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예산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의 의도와 달리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은 출발부터 삐끗했다. 시비 4억 원에 도비 1억 원 등 총 5억 원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도비 지원은 물거품됐다. 충청남도는 공용 자전거 사업 대상지로 공주와 부여를 선택, 천안은 도비 지원에서 제외했다.

도비 1억원 확보가 무산된 천안시 앞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시비 4억 원에 맞춰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하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의욕을 품고 도비 미지원분 1억 원까지 시비로 충당, 자체 예산 5억 원으로 관련 사업을 본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두 번째. 이도저도 시행을 않고 손 놓는 것이 세 번째.

천안시 선택은 세 번째였다. 시는 지난 달 열린 천안시의회 임시회에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제출했다. 추경안은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비를 전액 감액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시의회가 시의 추경안을 원안 가결함에 따라 천안시 공용 자전거 사업 예산은 5억 원에서 0원으로 변경됐다. 사업비가 한 푼도 없게 되면서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은 자연스레 백지화됐다.

천안시 자전거 정책, 인접 자치단체에 뒤처져

천안시가 공용 자전거 연내 설치·운영을 계획했다가 백지화를 결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시는 '돈'과 '사람'이라고 밝혔다.

1억 원의 도비 지원이 무산된 처지에 시비로만 사업비를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용 자전거 설치·운영 사업의 내실과 성공을 위해서는 자전거 전담 부서 설치와 인력 배치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요원해 사업 시행 포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천안시 자전거 업무는 이원화 돼 있다. 공용 자전거 사업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이나 자전거도로 시설 계획은 시 본청 건설도로과에서 맡는다. 자전거도로 사후 관리는 2개 구청이 담당한다. 시 본청이나 구청 모두 자전거 전담 부서와 인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천안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수차례 총무 부서에 자전거 전담 부서 신설과 인력 배치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용 자전거 사업이 취소되고 자전거 전담 부서 신설과 인력 배치가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는 관련 조례의 유명무실한 운영도 한몫한다.

천안은 도병국 시의원의 발의로 지난 2007년 11월 '천안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자전거조례)가 만들어 졌다. 조례에 따르면 시는 공용 자전거인 시민자율자전거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자전거 이용 시설의 설치와 운영, 관리를 위해 자전거 전담부서도 둘 수 있다. 조례가 제정된 지 2년 여가 넘게 흘렀지만 핵심 과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투자가 인색한 천안시와 달리 인접 자치단체는 녹색성장산업 시대 흐름에 발맞춰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주시는 2008년 11월 일찌감치 자전거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천안과 맞닿은 아산시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됐다. 아산시에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자전거 이용 활성화 명목으로 100억 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천안시 자전거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과 관련 조례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김우수 천안YMCA 시민사업팀장은 "제정만 해 놓고 실행력이 수반되지 않을 바에야 자전거 조례를 과감히 폐기하고 현실 가능한 시책부터 원점에서 다시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8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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