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포스터경남 창녕군 길곡면 ⓒ 김경미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연출 류주연)은 경남에서 사는 한 부부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 일상을 돌아본다. 무료한 주말 저녁,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부부가 등장한다. 익숙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부부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피식'하며 웃음부터 난다. 배달하는 남편(이주원)과 비정규직 판매사원 아내(장영남, 김선영)에게 아기는 마치 사지 말아야 할 그 어떤 무언가로 취급을 받는다.
부부라면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삶을 꿈꿀 것 같지만 그들은 다르다. 서로 부부관계를 갖는 일도 조심스러운 일 중의 하나이다. 그나마 남편과 아내는 함께 있다는 자체에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예를 들면 아내가 만들어온 스테이크에는 아스파라거스 대신 채를 썬 대파가 올라가 있다. 아내는 천연덕스럽게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그런 부부의 일상은 째깍거리는 시간 소리에 맞춰 다양하게 연출된다. 부부는 함께 일터로 출발하기도 하고, 남편의 도박하는 곳까지 쫓아가 잔소리를 하는 아내의 모습, 비싼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는 모습까지 표현해준다.
▲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공연장면 ⓒ 김경미
하지만 평화로운 부부의 일상은 아내의 임신으로 균열이 생긴다. 아내는 임신 소식에 다른 남자들처럼 뛸 듯이 기뻐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낀다. 남편은 아내 몰래 산부인과를 잡아놓고 낙태를 하자며 설득시킨다. 추운 겨울, 아내는 옷을 챙겨 입다가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남편은 선금을 걸어놓았는데 약속을 깼으니 날아갔다며 나가버린다.
남편은 생활비를 계산하므로 자신들의 현실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왜 아이를 지워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의 생활에서 누렸던 소소한 즐거움들은 모두 사치로 표현된다. 현실을 직시하며 생활비를 계산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애처로움이 묻어나 눈물겹다.
연극으로 보이는 부부의 모습 또한 허구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허구보다 더 잔혹한 시간들을 견뎌가고 있다. 8월, 잠시라도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통해 2010년을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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