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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과 부추김...누가 집값으로 장난하나

관료는 건설단체 편들고 언론은 엉터리 전문가 손잡아

등록|2010.08.06 18:46 수정|2010.08.09 14:29
[기사수정 : 9일 오후 2시 30분]

▲ 신영증권은 2일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부동산 불패의 불씨는 살아있다"고 밝혔다. ⓒ 신영증권



'부동산 불패의 불씨는 살아있다'

지난 2일 신영증권이 발표한 '스페셜 리포트'의 제목이다. 리포트는 "주택 가격이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아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격하락에 따른 부담 완화·공급부족·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인해, 내년 초부터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은 다른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중립적 분석 결과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소득대비 주택 가격이 높지만 외국과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2001년 이후 다른 자산군의 수익률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상승을 호도할 필요 없다' 등 리포트의 내용이 전형적인 부동산 불패론자의 주장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불패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거래량 급감 등 부동산 대세하락기의 전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융규제 완화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된 탓이다. 예전과 달리, 가계부채 증가와 거품 경제의 비극보다는 부동산 부양만을 강조하는 부동산 불패론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건설관료가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부동산 광고에 대한 이해관계가 큰 일부 언론이 집값 상승과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상황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거품, 개발관료가 끌고 건설업체가 밀고

▲ 지난해 1월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한승수 국무총리,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과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005년에 펴낸 책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에서 개발관료·건설업계·정치인·부동산 언론·부동산 전문가 등을 개발 5적으로 지목하고 이들이 부동산 불패신화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건설업체들과 유착된 국토해양부 등의 개발관료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책이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선대인 부소장은 "국토해양부가 지난 몇 년 간 대다수 국민들을 지탄에 빠뜨린 부동산 거품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23일 산은경제연구소가 "서울의 물가 대비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미국·일본의 부동산 거품기 때보다 확대됐다", "2008년 서울 아파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지수(12.64)가 미국의 뉴욕(7.22)보다 월등히 높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국토부가 이를 반박했다.

국토부는 "1987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소비자물가가 178% 상승한데 비해, 전국 주택 가격은 141% 상승하는데 그쳤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년간 한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4.7%)과 주택가격 상승률(3.7%) 감안 시, 버블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거품이 없다'고 반박하는 국토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국토부'"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건설업계의 유착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건설단체에 많은 국토부 퇴직공무원들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참여연대가 발표한 '퇴직 고위 관료의 재취업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01~2006년에 퇴직한 당시 건설교통부 관료 111명 중 45명이 민간 건설사나 각종 건설단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동 단장은 "보통 개발관료들이 퇴직하면, 각종 건설단체에 상근 부회장 등으로 재취업한다"며 "아직 현직에 있는 후배 관료들을 상대하는 로비스트 노릇을 한다, 그러니 국토부에서 건설업체 편향적인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전문가와 '집값 선동' 언론의 공생... "염치없는 짓"

▲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6년 11월 24일 오후 국회 본청앞에서 `부동산 투기 5적 규탄및 서민주거권리 10대 선언 선포식`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동산 불패론을 외치는 또 다른 축에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과 부동산 광고에 대한 이해관계가 깊은 언론이 있다.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나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등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리포트를 내면, 이들 언론에서 여과 없이 보도하는 식이다.

건산연과 주산연은 태생적으로 건설업계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언론은 이런 속사정을 독자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건산연은 건설사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대한건설협회의 부설기관이고, 주산연은 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서 공동 출연해 설립한 곳이다.

이들 연구원의 일관된 주장은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부양이다. 지난 6월 23일 '2010년 하반기 주택·부동산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출구전략까지 시행되게 되면 수요가 현재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가 위축되는 부분은 소폭의 DTI(총부채 상환비율) 규제 완화로 완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건산연이 지금껏 집값 상승의 근거로 지목한 공급부족론을 보금자리주택사업 시기 조정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외면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가격) 하락세는 재고 적체에서 시작된 것이며 시장을 정상화를 위해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시기·물량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공급 감소를 통한 시장정상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집값 하락 시기만 되면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부르짖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도 부동산 불패론자의 일부다. 부동산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목소리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부동산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확대·재생산 된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시절 고액 부동산 상담으로 물의를 빚어 해임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지난달 30일 <매일경제>에 쓴 글에서 "무주택자는 폭락하기만 기다리지 말고 저점매수 기회가 올 때 내 집 마련 계획을 짜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3일 MBC <마감뉴스>에 출연해 비슷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선대인 부소장은 "언론이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지금 집 살 때'라고 말하는 사람을 전문가로 등장시킨다는 것은 '집값 안 떨어지니, 이 사람에게 상담 받아라'라는 내용을 전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부동산 언론들은 대책 발표 전에는 '집값 폭락으로 나라가 절단난다'며 온갖 대책을 요구하더니, 관련 논란이 사그라들자 이제는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다, 최소한의 판단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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