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아, 제 권리를 찾아낼 순 없냐?
[서평] 이인의 <청춘대학>을 읽고서
▲ 책겉그림이인의 〈청춘대학〉 ⓒ 동녘
20대는 청춘대학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죠. 예전에 그들은 대학에서 자유지성을 논했지요. 제 살길은 뒷전으로 물렸고 오직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안위에 애를 썼지요. 헌데 요즘 청춘들은 취업에 온몸이 닳아 있지요. 불투명한 미래사회 때문이죠. 한해 등록금으로 1천만 원을 내면서도 졸업 후 보장 받는 건 하나도 없죠. 입시지옥에 이어 취업지옥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요.
그들에게 세종시나 4대강 문제는 어떨까요? 아마 딴 나라 세상이지 않을까요. 나랏일이나 선거나 정치혁명 같은 것들은 귀에 들어 올 리가 없겠지요. 제 살길도 막막한 데 무슨 나랏일 걱정하고 공동체 걱정을 하겠어요. 그런데 그런 그들의 뒤에 뭔가 숨어 있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을까요? 지배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이 그들을 먹잇감으로 곧잘 이용한다는 것 말이지요.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대학에 갈 것을 강요하고 거의 강제로 대학에 가게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요. 그 비싼 등록금을 개인이 알아서 충당하도록 하고 있죠.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기생할 수박에 없고, 그걸 강요하는데 왜 대학생들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상황을 보면, 극히 소수만 좋은 직장을 얻고 절대다수가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적지 않은 수가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죠. 그런데 1년에 대학 등록금을 1,000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234쪽)
이는 이인의 <청춘대학>에서 홍세화 선생이 이야기한 대목이지요. 그 분은 요즘 대학생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투쟁이란 걸 해 봐야 한다고 말을 하지요. 1천만 원 대학등록금도 학생들의 처우나 복지에 쓰이는 게 아니라 대학마다 또 다른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는 걸직시하라는 뜻이겠죠. 그러니 제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뜻을 모아보라는 것이지요.
놀라운 건 그 분만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는 거죠. 그건 한홍구 선생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그 분은 거기에다 한 술 더 뜨고 있어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들이 20대 대표자들을 뽑아 원내에 보내자는 것이죠. 만일 지역구가 불가능하다면 비례대표라로 참여토록 투쟁하라는 것이죠.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때에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구요.
그러니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겠지요. 사실 이 책을 펴낸 이인씨도 대학시절에 취직 때문에 온몸이 닳아 있었고, 그래서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하지요. 그런 그였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여러 스승들을 찾아다녔고, 그래서 얻은 깨달음들을 엮어 낸 게 이 책이라고 하지요.
이 책에 이인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분들은 고미숙 선생을 비롯하여 강신주, 김시천, 한완상, 우석훈, 고은광순, 임지현 선생님 등 우리시대에 쟁쟁한 분들이지요. 또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화씨도 선생님으로 등장하고 있지요. 그러니 뭔가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은광순 선생님은 이 시대의 청춘들이 하루 속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 정신적인 독립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구본형 선생님도 젊은이들이 모두 대기업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고 넓은 세상을 경험한 뒤 진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도록 충고하고 있구요. 그리고 김미화 선생님도 경쟁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스트레스 받기보다 무언가 만족할 만한 일을 개척하도록 자극하고 있지요.
어찌됐든 중요한 건 그것 같아요. 우리시대의 20대는 미래의 동력세대가 아니라 현재의 리더세대라는 것 말이죠. 먼 시대에 우리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모순덩어리들을 항거하고, 모든 젊은이들이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토록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 의식이 없으면 여전히 기성세대가 안고 있는 모순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지배전략에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고서도 무엇을 생각할까요? 기성세대가 쳐 놓은 사다리를 차 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의 무능에 자책하거나 더 좋은 자리를 꽤차기 위해 경쟁하겠지요. 진정 이 땅의 청춘들은 기성세대의 모순을 걷어차고 제 권리를 찾아낼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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