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 먹읍시다, 끝내주는 데 있는데"
국밥이 맛있는 집, 여수 서시장의 '금오곱창'
▲ 재래시장의 장터국밥은 값도 착한데다 인심도 후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별 부담이 없는 곳이다. ⓒ 조찬현
"국밥 한 그릇 먹읍시다. 끝내주는 데 있는데..."
6일 점심 무렵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수 서시장에 국밥을 끝내주게 하는 집이 있다며. '날도 더운데 무슨 국밥, 시원한 콩물국수가 났지 않을까?' 내심 투덜대면서도 모처럼의 호의를 뿌리칠 수 없어 그러마고 했다.
한여름 오후의 아스팔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횡단보도를 건너 여수 서교동의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국밥집이 줄지어 국밥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골목 초입의 금오곱창집이다.
▲ 가게 앞에 놓인 돼지머리가 미소 짓고 있다. ⓒ 조찬현
▲ 오후에 찾아간 여수 서시장 국밥집골목은 한산하기만 하다. ⓒ 조찬현
재래시장의 장터국밥은 값도 착한데다 인심도 후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별 부담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 서민들의 친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냥 막걸리나 소주 한 병만 주문해도 안주거리를 내놓곤 한다. 때로는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푸짐한 안주를 내주기도 한다. 이집 아주머니의 인심이 그러했다. 옛날 국밥집이나 선술집의 인심 좋은 주모를 본 듯 반가웠다.
국밥 한 그릇에 5000원, 순대는 1인분에 3000원이다. 손님을 맞이할 테이블은 달랑 3개, 한쪽 벽에 또 하나가 붙어 있다. 가게 구석구석에서는 소탈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에 정감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 아주머니는 돼지머리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낸다. ⓒ 조찬현
▲ 국밥은 머리고기와 고추 송송, 다진 양념, 들깻잎과 부추 썰어 넣고 후추로 마무리한다. ⓒ 조찬현
▲ 돼지국밥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좁은 공간 탓일까. 곁에 있는 손님들과도 금세 친숙해진다. 주문한 국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웃한 손님이 '이거 맛 좀 보시라'며 음식을 넌지시 건네준다. 그건 다름 아닌 돼지 울대였다. 물렁뼈의 식감이 좋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부위다.
가게 앞에는 돼지머리가 진열되어 있다. 이 녀석이 글쎄 희죽거리며 웃고 있는 표정이다. 아주머니는 돼지머리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낸다. 프라이팬에는 국밥이 맛있게 끓고 있다. 돼지 뼈를 고아 낸 육수와 숙주나물이다. 머리고기를 넣고 고추 송송, 다진 양념 풀어 넣는다. 들깻잎과 부추도 썰어 넣고 후추로 마무리한다.
▲ 양도 넉넉한데다 맛까지 제대로 담겨있어 별 나무랄 데가 없다. ⓒ 조찬현
국밥은 맑고 깨끗하다. 첫맛과 끝 맛이 한결같다. '이게 돼지국밥이야' 할 정도로 그 느낌이 별다르다. 국물 한술만 떠먹고서도 고급스런 풍미에 푹 빠져든다. 밥은 조밥이다. 양도 넉넉한데다 맛까지 제대로 담겨있어 별 나무랄 데가 없다. 신선한 식재료의 특성과 맛을 잘 살려냈다.
"돼지머리뼈를 삶아 육수를 내서 기름기가 없어요. 고기는 하루 팔 양만 삶아요, 다 떨어지면 그냥 문 닫아요."
▲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술안주까지 덤으로 챙겨준다. ⓒ 조찬현
▲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는 차림표다. ⓒ 조찬현
나박나박 썬 무와 함께 담은 좀 색다른 배추김치는 이집의 인기 있는 찬이다. 시원한 느낌이 좋다.
"무시(무)에서 시원한 맛이 나와서 김치가 시원하니 좋아요."
복더위에 땀 뻘뻘 흘리며 먹는 이집 국밥 한 그릇이면 이 더위도 무색해질 터. 그릇을 비워갈수록 스며드는 행복감이 좋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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