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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이재오가 내각·여의도 군기반장에 등극한 느낌"

친정체제 개각에 '화합 역행' 비판 지배적

등록|2010.08.09 12:09 수정|2010.08.09 14:08

▲ 8월 8일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하는 인사들. 왼쪽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오마이뉴스


젊은 총리와 대통령 측근의 전진배치로 요약되는 8·8개각에 대해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에서 '지방선거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친정체제', '친이-친박 화합에 역행한 개각'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등이 이번 개각이 "친서민정책에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등 호평하는 가운데, 서병수 최고위원은 "내각 추천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쓴소리를 했다.  

서 최고위원은 "당·정의 협력과 견제의 모습이 갖춰진 상황에서 (내각이) 추천됐는지, 당 내 화합이라는 화두를 충족하면서 했는지, (6·2 지방선거 등에서 드러난 민심을) 뒤돌아보고 미진한 점은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의지가 있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인 서 최고위원은 '당·정의 협력과 견제', '당 내 화합'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표현으로 비판했지만, 서 최고위원의 말 속에는 대통령 측근의 전진 배치라는 이번 개각의 속성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녹아 있다.  

먼저,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기용은 결국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6·2 지방선거 패배 후 지난 전당대회의 화두였던 '수평적인 당·정·청 관계'와 '친이-친박 화합'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번 개각에서 '박근혜의 복심'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새 내각에 포함됐지만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았던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현기환 "이재오가 내각과 여의도의 군기반장으로 등극"

마찬가지로 친박계인 현기환 의원은 이런 우려를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현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기용에 대해 "(이 내정자가) 내각과 우리 여의도 정당의 군기반장으로 갑자기 등극한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현 의원은 또 "일각에서는 유정복 의원의 발탁이 '소통의 키워드'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지만, 그것이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빼면서 집어넣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현 의원은 유 의원 기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 사전 상의가 있었다, 없었다는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박 전 대표께서 그분(유정복 의원)을 천거를 했다거나 하라고 하거나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총리 발탁이 '박근혜 전 대표와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현 의원은 "정운찬 총리도 마찬가지였고 현재 도지사를 하고 있는 분(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그렇고 지금 발탁된 김태호 총리도 마찬가지고 끊임없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를 키우려는 노력들을 그쪽 진영(청와대 및 친이계)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박근혜 대항마 키우기'에 대해 현 의원은 "그것이 건전한 경쟁이 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지만, (청와대와 친이계가) 세력을 통해서 '우리가 뭉치면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대선후보(박근혜)도 바꿀 수 있다'는 독선과 오만함에 빠지지 않을까 그런 염려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박계 내에서는 비판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친박계 사정에 밝은 한 의원 보좌관은 "친박계에는 이번 개각을 '돌격내각'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과 청와대가 소통을 하기엔 새 내각이 친이계 중심으로 짜여 있고, 국민 및 야당과 소통보다는 친정체제 강화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이어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면, 6·2 지방선거에서 '하더라도 차근차근히 하라'는 민심을 확인했지만, 새 내각은 4대강 사업을 더욱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진용이고, 이것은 민심을 수용하는 개각, 적어도 칭찬받을 만한 개각은 아니지 않느냐"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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