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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옥수수 120g... 황제의 식사가 아닙니다

북한, 화폐개혁 실패와 국제지원 중단 등으로 식량난 심각

등록|2010.08.10 18:49 수정|2010.08.10 18:49

▲ 야5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7월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으로 대북 쌀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통일쌀 보내기 운동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북한이 예년에 비해 더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이 세계식량계획에 보고한 1인당 식량 배급량은 하루 350g입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북한을 왕래하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현지 취재원에 의하면 현재 북한의 배급 상황은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보다 훨씬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원에 따르면 함경북도 라선지구나 회령시를 기준으로 할 때 북한의 실 배급량은 성인 남성이 한 달 출근할 경우 옥수수 하루 600g씩 엿새치가 지급되는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이는 북한 공식 발표치의 1/3수준인 하루 120g 정도입니다. 이같은 식량 사정은 군대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 군인 한 명당 하루 식량 배급량은 감자 세 알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배고픔을 못 이긴 군인들이 주둔지 주변의 식량을 가져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고 심지어 탈영병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식량난 심각... 군인 한명이 감자 세알로 하루 나

▲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 기자회견'이 6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지난해 북한의 식량사정을 촬영한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이같은 식량난의 원인은 북한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식량 수입가격 상승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 축소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장이 무너진 북한 정부의 식량 배급을 어느 정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화폐개혁 실패 이후 북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식량 수입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고 이는 시장에서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으로 수출하는 농산물에 대해 무관세 정책을 유지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에는 쌀 1톤(3200위안)당 900위안, 옥수수 1톤(1700위안)당 100위안, 밀가루 1톤(2250위안)당 200위안 등 수출 농산물에 10~30%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북한 현지의 식량 가격은 더욱 오르고 있습니다. 실제 얼마 전 발표한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달 평양 시내의 시장 물가는 다섯 달 전인 2월과 비교할 때 쌀과 옥수수는 2배, 콩과 닭고기 등은 거의 3배 가까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의 식량 가격이 오를 것이 분명한 경우 상인들이 시장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시장에 식량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공급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식량 가격은 더욱 높아지고 주민들은 점점 시장에서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지난 해 화폐개혁 이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시장에서의 식량 값이 60배 가까이 폭등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당시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농촌뿐만 아니라 평양과 회령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서도 아사자가 속출했습니다.

북한 환율이 계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위해선 결국 가을걷이로 시장에 식량이 유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봄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와 최근 있었던 장마 피해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북한에 필요한 최소 식량은 약 540만 톤입니다. 이 중 북한의 올해 총 수확예상량은 약 432만 톤입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외부로부터 최소한 110만 톤 이상의 식량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봄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와 얼마전 발생한 장마 피해를 고려해 보면 110만 톤을 훨씬 상회하는 양의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 북한에 국제사회의 원조가 절실함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레나 사벨리 북한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WFP가 대북 사업과 관련해 확보한 예산은 전체 필요액 9600만 달러의 6%인 69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식량으로는 앞으로 두 달간의 지원만 가능하고 9월 이후에는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쌀 지원 전면 중단... 북한주민은 어떨까요

▲ 영화 <크로싱> ⓒ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국 중 하나였던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전면 중단하였습니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매년 보내던 쌀 40만~50만 톤의 반출을 지난 2년간 전면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대북 인도적 지원도 모두 막아 버렸습니다. 현 정부의 이와 같은 대북 식량 지원 중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2년 전 북한 내부의 실상과 탈북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다룬 <크로싱>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 머릿속에 숫자로 입력되어 있던 북한의 현실을 일상의 삶으로 풀어주었습니다. 하루 120g의 식량배급이 얼마나 모자란 것인지, 식량 110만 톤이 부족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수만 명의 아사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숫자가 아닌 한 사람의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현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들과 다를 것 없이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부모이며, 그들의 자녀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많은 숫자를 언급했습니다.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에는 이러한 숫자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저 숫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님을 현 정부가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말을 하며 같은 방식으로 숨쉬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향해 도움의 손을 내미는 것은 굳이 성경의 예수님의 말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일 것입니다. 부디 이명박 정부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본성을 기억하고 행해 주길 요청합니다.

당부의 말씀
사단법인 하나누리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가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하나누리는 현재 함경북도 지방에 위치한 두 곳의 고아원에 정기적으로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경북도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장에는 30명의 북한 현지 주민들이 고용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고 있으며 농장 수확물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쓰이고 있습니다. 문의 : 02)743-4113 (사)하나누리(www.hananuri.org)

덧붙이는 글 고재근님은 사단법인 하나누리 간사입니다.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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