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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만 다니는 대안학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한성 외 14인의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

등록|2010.08.11 16:01 수정|2010.08.12 11:40

▲ 책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 ⓒ 글담출판사

며칠 전 김영란 대법관과 강지원 변호사 자녀들이 대안학교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안학교라 하면 학교에서 사고치는 애들이 다니는 독특한 곳이란 인식이 깊었는데, 사회 유명 인사의 자녀들도 대안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니 좀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대안학교가 어떤 곳이기에 다양한 아이들이 이 곳을 선택할까? 그리고 대안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그 교육 방법에 만족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이라면 책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금담출판사 펴냄)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풀무학교, 간디학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하는 대안학교 졸업생 15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대안학교가 어떤 곳인지, 그곳의 교육 방법은 어떠하며 대안학교를 선택한 아이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에게 구체적인 도움과 정보를 제공한다.

간디자유학교 교장인 양희규씨는 책의 서문을 통해 대안학교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대안학교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전한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사람들은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비합리적인 이기심과 좋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벗어 던진 이들이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청년은 산청 간디학교 졸업 후 한신대 광고홍보학과를 나와 하자센터의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에 근무하는 김한성씨다. 아버지는 완벽주의 성향의 교수시고 어머니는 검소한 주부, 17년간 맏아들로 자라면서 이렇다 할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는 그는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야간 자율학습은 왜 하는 걸까, 왜 매를 맞으면 성적이 조금이라도 올라갈까, 왜 내 가방은 이렇게 무거운 것인가, 학교에 다녀와서 코를 풀면 휴지가 새까매지는데 참 신기하구나, 그런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왜 특수반(상위 반)에 가서 수업을 받고 오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걸까, 저 선생님은 왜 날 무시하나, 기타 등등."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지방 명문고등학교에 그냥 입학한 그는 입학식 날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학교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간디학교 신입생 모집 공고를 우연히 접한 한성 씨는 바로 이곳을 선택하게 된다.

그가 간디학교에서 얻은 것은 인간과 인간이 하루 종일, 3년 내내 부대끼며 살다 보니 사람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서로 부대끼는 관계로 인해 몇몇은 상처를 입고 도중에 학교를 떠나기도 했지만, 한성씨는 오히려 더 성장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학교의 선생님들께 '놓아 먹여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간디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다.

나도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간디학교야 유명한 곳이라 많이들 알고 있지만 농업과 노작을 중시하는 풀무학교와 양업학교 등의 대안학교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로 제도권 학교에서 '사고 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존재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학교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점이다. 형식과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은 아이들이 하기 싫은 일도 함부로 강요된다. 반면에 대안학교의 경우, 모든 의사 결정이 학생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기 싫은 일들은 강요되지 않는다.

얼핏 보면 참 엉망진창일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의외로 학생회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서 일반 학교에 있는 여러 규율들이 실제 대안학교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 것, 어떤 이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면 제재를 가할 것, 스스로 학교를 치우고 음식을 만들며 노력할 것' 등의 지침이 일반학교와 동일하다.

양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를 다닌 이서연씨는 여성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위해 양업고를 선택한다. 시골에 자리한 이 학교는 교과외 활동을 중시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도록 권장하여 서연씨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조용히 여름 밤에 학교 옆 도로에 누워 가로등 하나 없는 상태에서 별과 달을 보는 경험은 이 학교 졸업생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기숙사형 대안학교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 기숙사가 없는 도시형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성남에 위치한 이우학교는 문교부 인가 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청의 제한을 따라야하므로 완전히 자율적인 대안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 교과 외의 인턴십, 농사, 통합 기행 등의 학습을 중요시한다.

보충수업도 없고 교복도 없는 자유로운 학교라는 말에 캠프를 통한 심층면접 등을 거쳐 이우학교에 입학한 최선률씨는 토론 수업과 발표 수업 등을 중요시하는 이 학교의 교육 방식이 자신을 성장하게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 능동적 인간을 키우고 전인교육을 중시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깨우침을 주는 학교라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학교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라고 하면 '끼'가 넘치는 아이들이나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제도권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장점을 많이 가진 독특한 형태의 교육 기관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답답한 교육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이라면 한번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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