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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려고 9시간이나 달려왔단 말인가

[실크로드 역사 탐방⑧] 악수에서 카스까지

등록|2010.08.12 19:03 수정|2010.08.12 19:05
실크로드 역사 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사막, 대초원, 대고비, 대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을 연재 중 입니다. <기자주>

▲ 카슈가르 동쪽 40킬로미터에 있는 모르불탑 ⓒ 오문수


카스는 실크로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 중 하나로, 옛 소련과의 국경선에서 약 164㎞ 떨어진 곳에 있다. 베이징에서 서부로 출발한 기차가 최종적으로 멈추는 종착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 고원 끝에 위치해 있고 옛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악수를 떠난 일행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카스까지의 장장 9시간의 길을 떠났다. 20년 만의 사막 홍수를 경험한 일행은 다시는 그런 새로운 옵션(?)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며 창밖에 펼쳐지는 광경에 눈을 돌렸다.

▲ 뜨거운 사막을 달리다 쉬고 있는 현지인. 얼마나 뜨거웠으면 홍수 시 물이 빠지도록 만들어 놓은 터널 속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쉬고 있다 ⓒ 오문수


보이는 건 끝없는 사막과 드문드문 보이는 풀들. 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 사는 풀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몸 속에 있는 수분을 조금이라도 덜 발산하기 위한 지혜로 가시가 돋아 있다. 그걸 뜯어먹고 사는 낙타는 어떤 생명력을 지닌 동물일까.

카스로 가는 314번 도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중앙이 아닌 천산산맥의 가장 자리를 따라 간다. 하지만 지도상으로만 가장자리지 몇 시간을 가도 끝없는 사막이다. 사람의 생리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세상에서 가장 넓은 화장실이라는 사막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 일행의 눈에 위구르인들의 묘지가 들어왔다. 아픈 다리도 뻗을 겸 내친 김에 구경을 나섰다.

무덤을 신성시하는 위구르인

둥그런 돔형의 묘지와 집 모습, 계단처럼 생긴 집 등 다양하다. 그런데 거의 모든 묘 앞에 나무가 꽂혀 있었다. 궁금해 가이드에게 장묘 풍습을 들었다. 위구르 말로 무덤은 '마자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노인을 공경하고 연장자를 대우했던 위구르인들의 전통이 이슬람과 결합되면서 무덤을 신성시 여기는 전통이 나타난 것으로 추측한다.

▲ 위구르인의 남자묘 형태 ⓒ 오문수

▲ 위구르인의 여자묘 형태 ⓒ 오문수

이슬람은 사람이 죽었을 때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고 믿기 때문에 정토에 간다는 의미로 깨끗이 목욕시켜 지하 2~3미의 땅 속에 묻는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무덤 형태가 다르다. 무슬림들은 죽을 때까지 구원의 확신이 없다. 죽어 심판자 앞에서 그가 이 땅에서 행한 선행과 악행을 알라의 천칭에 달아 선행이 많으면 천국에 가지만, 악행이 많으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다.

이들은 어떤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루고 나면 살아있는 나무의 가지를 꺾어서 무덤 앞에 꽂아두는 관습이 있다. 그렇게 하면 나무 가지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그 영혼의 천칭심판이 연기된다고 믿는다. 이렇게 연기된 시간 동안 가족들은 망자를 위한 선행을 쌓는데, 이렇게라도 해서 망자가 많은 선행으로 천국에 가길 바라는 것이다.

▲ 위구르의 묘지. 묘지 앞에 나무가 꽂혀있다. 부자는 크고 화려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은 작고 볼품없다. 죽어서도 차별할까? ⓒ 오문수


중국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불교유적 모르불탑

각자의 소개를 하고 박원순 상임이사의 사회관에 대한 얘기를 듣는 동안 목적지인 모르불탑에 도착했다. 카슈가르 남쪽 30㎞에 있는 모르불탑은 당대의 불교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교통이 불편해 좀처럼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누군가 '이걸 보려고 9시간이나 달려 왔나!"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병훈 박사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어떤 여행사에서도 코스에 넣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시간을 달려왔는데 허허벌판에 달랑 불탑 두 개만 있다.

생물이라곤 없을 것 같은 사막. 군데군데 소금기가 말라붙어 있는 것으로 봐 해저지형이 융기한 것 같다. 갑자기 발밑에서 뭔가 꿈틀거린다. 잘못 먹으면 탈이 난다는 야생수박 나무 밑으로 순식간에 달아난다. 몇 가지 난 야생수박 줄기 사이로 손가락만한 도마뱀이 보인다. 어찌나 빠르던지 잡기는커녕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가 없다.

▲ 위구르 현지인이 도마뱀을 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 오문수


그때 저 멀리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방인이 와서 불탑을 찾는 것이 신기한지 찾아왔다가 도마뱀을 잡아 주머니에 넣어준다. 모든 생물은 지역에 맞게 진화하는 게 맞는가 보다. 한국 도마뱀과 다르며 색깔도 영락없는 모래색이다. 일행이 모인 곳에는 민 박사의 유적 강의가 열리고.

▲ 바다가 융기한 땅. 소금이 말라 붙었다 ⓒ 오문수

높이 15m 가량의 불탑은 도굴로 한쪽 면이 파헤쳐진 것을 흙으로 메워 뒀다. 20m쯤 떨어진 곳에 사원이나 선방으로 보이는 정방형 흙벽돌 유물이 앙상하게 남아 있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일찍이 이곳에 들렀던 현장 스님은 이곳 사람들은 독실하게 불법을, 그 중에서도 소승법을 믿으며, 이곳에는 가람 수백 개소와 승도 1만여 명이 있다고 <대당서역기>에 적었다. 혜초 스님도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

두 개의 불탑 외에는 황량한 사막뿐인 유적. 1만여 명의 승려가 살았던 흔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후변화 때문인가? 아니면 이슬람세력의 파괴 때문인가? 역사를 움직이는 요인은 무엇인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불탑 방문을 마친 일행이 탄 차가 카슈가르 시내로 향한다. 자작나무와 비슷한 포플라 사이로 민가가 들여다보이고 순박한 아이들이 이방인이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 누군가 '카슈가르에 오지 않으면 신장에 왔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서 이곳 신장까지 왔다. 야! 카슈가르다! ⓒ 오문수


카슈가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의 북로와 남로가 만나는 길목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과 서역을 오가는 교역물이나 사람이 반드시 통과하기 마련인 이곳. 현장이나 마르코 폴로, 스타인이나 르콕 같은 실크로드 방문객들이 꼭 들렀던 이곳, 혜초 스님과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원정을 떠났던 곳 카슈가르. 카슈가르는 신장을 응축한 곳이다. 누군가 '카슈가르에 오지 않고는 신장에 왔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는 카슈가르! 그래! 이제 신장에 왔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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