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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유권자가 바라본 민주당

민주당은 과연 매력적인 정당인가

등록|2010.08.14 12:55 수정|2010.08.15 13:52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가 된 지 어언 3년이 지났습니다. 2004년 4월15일, '지역주의 타파'와 '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모토삼아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때만 해도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획을 그으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완벽하고도 새로운 정치지형을 구현했다고 보여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4년 후 열린우리당의 정치실험은 참여정부의 쇠퇴·몰락과 함께 실패로 돌아갔고, 우리나라 정치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2004년 이전의 호남vs.경상도 구도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각종 계파싸움과 노선경쟁 등으로 쉴틈 없는 세월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반 기득권 세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은 MB정부 출범 이래 오로지 정부·여당의 삽질을 통한 반사적 이익만을 누리는 정당으로서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민주당의 한계는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에서 여실없이 드러났다고 보여집니다.

민주당의 한계는 사실 뻔한 곳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유권자들에게 매력이 없는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이념적 결속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이익집단과 기득권의 결속 등으로 그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진보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꿈과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며, 밝고 새로운 사회의 도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볼 때, 민주당은 이에 관해서는 낙제점을 부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역사적·정치철학적 분석과는 별개로, 특별히 저는 이 점에 관하여 왜 유권자들이 현재의 민주당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대해 주로 20대 유권자의 관점에서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7월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장상 후보가 정세균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한 외면

정동영씨는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 사상 역대 최다득표차로 패배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동영씨의 참신하고 맑았던 이미지는 3년만에 '기회주의자' 이미지로 변모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동영씨는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만들었던 열린우리당을 3년만에 해체시키는 데 주역을 자처했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땅으로 꺼지자 자신을 통일부장관에 앉히고 실세 정치인과 행정전문가로 만들어주었던 자신의 보스 등에 칼을 꽃는 비인간적인 결단을 내립니다.

인기없는 현직 대통령을 최대한 몰아세워, 자신 스스로 대통령 한 번 해보려고 말이지요. 그 여파로 2009년 5월24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쫓겨나, 빈소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때 열린우리당 당의장이기도 했던 정동영 의원의 예를 들었지만, 이는 사실 민주당 지도부가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점입니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분명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사죄를 하며, 실패의 이유와 반성의 메세지를 던져주어야 했지만, 민주당의 기성 정치인들과 지도부는 그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게 홀로 전가시키며 "열린우리당 해체"와 함께 민주당으로 재빠르게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을 지지해주었던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발뺌하고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꿈과 희망이 아닌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게 됐던 것입니다. 한 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현 민주당 지도부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를 노무현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민들의 탓으로까지 돌리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은 추호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의 진보진영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진보정신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념적 성향에 대한 명확한 노선을 정리하며, 노무현 지지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되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분명히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호소하는 집단이 되어야 합니다.

한 두 명의 고해성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정당 근저에 흐르는 정체성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외면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빈소를 찾고 조문행렬에 몸을 담는 행위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그 이상으로 구역질 날 뿐입니다.

참신성의 부족

새 시대는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정당을 요구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40대들이 국가의 지도자 자리를 맡는 것은 단순히 그런 트렌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든 신자유주의 광풍이 휩쓸고 가 폐허가 된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줄 아는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러시아, 독일 등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대통령·수상·국회의원 등을 망라하고 우후죽순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역시 민주당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진보라 외치는 국민들은 지역정당에 대한 입장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지역정당은 결단코 지지하지 않습니다. 설령 표를 던져주더라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한데, 민주당은 엄연히 호남지역 기반의 지역정당입니다. 한나라당이 TK 지역 기반 정당이고 젊은이들이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사실은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그런 면에서는 더 취약합니다.

▲ 2004년 3월 27일 저녁 광화문 네거리에서 탄핵무효, 민주수호 촛불집회가 8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지도부도 박지원·박주선·장상·박상천 등 반독재 및 반공주의와 일평생 싸워 지쳐오신 분들로, 비록 존경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새 시대에 걸맞는 진정한 진보의 가치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개발주의·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참신한 인물들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진보는 국민들에게 (지지자들과 부동층 모두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줄 수 있어야 굳건하고 튼실한 기반이 다져지는데, 반성도 성찰도 없이 계파싸움에만 몰두하여 어떻게든 다음 선거만 치러보려고 하는 민주당에게는 국민들이 진심을 담은 성원을 해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최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5공 청문회 시절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호소력과 언변술, 마음을 담아 사회적 약자를 돕는 행보를 이어가는 그의 참신성과 진정성에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정희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은 많은 부분 베일에 싸여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민주당 지도부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인 정치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2년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철밥통들은 항상 시대를 읽지 못하고 안락한 울타리 속에 안주한다고, 정치인들도 어쩌면 법원·검찰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정당을 바라는데, 기성세대들은 '어떻게하면 민주당을 살짝만 바꿔서 기득권도 유지하고 정권도 잡을지'와 같은 씨알도 안 먹히는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매력이 없습니다. 반성도 없고, 성찰도 없고, 비전도 없는 구시대적인 낡은 정당입니다. 현재까지 보여준 행태만으로는 말입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한나라당만큼이나 매력적이지 못한 정당입니다. 현재로서는 대선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오는 후보에게 별로 표를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우리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를 연구하고 고뇌하여, 다시금 정권을 잡았을 때 국민들에게 실망을 시키지 않을 수 있는 정당과 후보를 원합니다. 또 다시 노선투쟁에 휩쓸려, 당의 정체성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구분도 못하고, 정책 하나 갖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언론에 흔들리고, 보수진영의 저격에 흔들리는 무능하고 나약하며 우왕좌왕하는 진보 여당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겨줬으면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발뺌하고 웃음으로 일관하는 기회주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정치인들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구역질 나게 할 뿐입니다.

며칠 전 정관용씨의 CBS 시사쟈키에서 우상호 전 민주당 대변인이 '삼수회' (셋째주 수요일에 모이는 40대 중심의 모임)가 운영되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할만할 일입니다. 부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국민들에게 마음과 뜻을 다해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치축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도 조중동에 의미없이 휘둘리며 좌충우돌하던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어린아이 모습을 집어던지고, 조금 더 성숙한 시민으로서 진보세력의 고민과 성찰에 진정성을 갖고 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2010년 8월 16일 월요일자 <경향신문> 독자투고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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