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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 또 다른 삽질 계획중?

4대강 수변생태공간 및 지역명소 만들기 사업... 지역농민 삶 터전서 내몰아

등록|2010.08.16 12:26 수정|2010.08.16 12:26
국토해양부가 지난 11일 또 하나의 '삽질'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이름하여 '4대강 수변생태공간 및 지역명소(景) 만들기' 사업.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4개 수계별로 기존 자연경관과 생태하천·습지·갈대 군락지 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연환경의 공간을 확장하는 한편, 자전거길·쉼터·전망대 등을 갖춘다는 것이 그 골자다.

지금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는 거대한 삽질로도 모자라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삽질을 계획중이라니 정말 많은 사람 피곤하게 하는 국토해양부다. 4대강 주변을 수변생태공간 및 지역명소화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데 이게 얼마나 황당한 계획인지 하나하나 따져 보자.

4대강사업 낙동강 강정보 조감도 화려한 개발조감도로 4대강 사업의 반환경성을 감출수는 없다. ⓒ 국토해양부



반생태적 수변생태공간의 조성

국토해양부는 이 계획에서 4대강 수계별로 기존 자연경관과 생태하천·습지·갈대 군락지 등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들이 지금 4대강 주변 식생들을 죽이고 있는 와중에 '일부는 살려주겠다'는 의미로, 자신들이 4대강 식생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연환경의 공간을 확장한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식생들을 죽이면서 '자연환경의 공간'을 축소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수변생태공간 조성을 위해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생태하천 설계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생태하천'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생태적인 하천 아닌가? 생태적이라 함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생태적일수록 인공성이 적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생태'적인 하천을 위해 공간을 '조성'한다느니 '설계'한다는 식으로 인공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모순이다.

설계가 끝난 후 10월부터는 나무심기를 하는 등 본격적인 수변생태공간 조성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 진행과정에서 신나게 나무를 뽑고 파헤쳐 놓았으면서 다시 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국토해양부는 무엇을 조성할 필요없이 지금의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최고의 생태하천이란 것을 알길 바란다.

▲ 4대강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 초의 여주 남한강의 양촌제 ⓒ 4대강범대위


▲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던 지난 3월의 여주 남한강 양촌제. 4대강 공사로 파헤쳐진 나무와 식생이 무덤처럼 쌓여있다. ⓒ 4대강범대위


▲ 최근의 여주 남한강 양촌제. 4대강 공사로 식생과 나무들이 잘려나간 그 자리에 '수변생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또 다시 나무가 심어진 모습. 도대체 병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 4대강범대위


강 고유의 경관은 고유한 '상품성'

또한 이 사업은 경관거점이라는 특이한 개념을 내세운다. 강별 '각 거점마다 형성된 현재의 자연과 문화·역사 자원을 최대한 발굴해 자연 그대로 활용하되, 유실 및 소실된 부분을 보완 및 보강하고 산책로, 자전거길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친환경·친자연 조성방식을 적용한다'고 한다.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그런데 어찌하면 좋을까? 이 계획대로 되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을 당장 멈춰야 하는데···.

한강유역의 세종대왕 능(사적 제195호), 광주미사리선사유적(사적 제269호)과 신륵사(보물 제180호), 낙동강 유역의 도동서원(대구 달성군 사적 제488호)과 병산서원, 금강 유역의 공산성(사적 제12호), 왕흥사지(사적 제427호) 등 4대강 사업 공사구간의 지역 문화재가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국토해양부는 문화재를 훼손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발굴하겠다라는 모순된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자연과 문화·역사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기 위하여 4대강 사업과정에서 문화재 주변을 굴착기로 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친환경적인 조성방식을 위해 산책로, 자전거길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산책로와 자전거길 등의 시설이 늘어날수록 야생동물의 이동경로가 단절되고 행동반경이 축소된다는 것을 진정 국토해양부는 모른단 말인가.

나아가 이 계획에서는 '4대강(江)별 고유의 경관적 정체성(identity)을 부여하여 수계별·지역별로 하천경관을 특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강별 고유의 경관적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경관이 하나의 미적, 지형적 특성을 띨 수는 있으나 그것이 하나의 인위적 정체성의 개념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연을 상품으로 단일한 정체성 안에 가둔다는 의미 아닌가.

'수변생태공간 만들기 및 지역명소(景)'사업은 자연을 '경관'이라는 지극히 인간의 눈으로 의미화된 개념으로 틀지우고 자연은 인간을 위해 소비되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저속한 인식을 투영하는 것이다.

자전거 길 만들어야 하니 농업을 포기하라고?

무엇보다 이 사업내용 중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4대강 자전거도로 중 하천의 협곡부 등 단절된 구간에는 강 전체를 종주할 수 있도록 우회 자전거 길을 설치하고 숙박시설(바이크텔) 등을 만들어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철철 넘치는 이 계획을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자전거도로 조성구간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 두물머리 지역의 주민들은 이 사업으로 수십 년간 해 온 유기농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수십 년간 일궈온 유기농지가 4대강 사업의 자전거도로 및 공원 조성구간으로 편입되면서 유기농민들이 자신의 삶터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환경정책을 시행할 때는 '환경'이라는 공공재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간 이해 조율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하는 이해의 중요도도 해당 환경사안으로 이득을 얻게 되는 쪽의 이익과 피해를 입게 되는 쪽의 불이익을 치밀하게 비교하여 평가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수요가 극히 불확실한 자전거도로와 공원 이용자들이 얻을 이익, 수십 년간 유기농업을 해왔던 농민들이 공사구간에서 내쫓기면서 받을 생존권과 관계된 불이익을 비교해 봤는가?

위락시설의 조성으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유기농 공동체를 파괴하고 남을 만큼 큰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주민의 생존권을 짓밟으면서까지 위락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폭력적 집행과정이다.

집행과정에서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의 합당한 생존권 요구를 '유기농업으로 강의 수질이 악화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밀고 나가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도 팔당의 유기농민들은 그동안 힘겹게 해왔던 단식을 또 차가운 길바닥에서 하고 있다. 강변을 보면서 구름처럼 자전거 페달을 밟게 해주겠다는 그들의 위대한 정책 때문에···.



▲ 4대강사업으로 파괴될 위기에 놓인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요구하며 단식중인 팔당유기농민. 과연 강변 자전거 공원은 이들의 생존권을 흔들고서라도 조성해야하는 절대필요한 시설인가? ⓒ 팔당공대위



모순덩어리 4대강 사업

'수변생태공간 만들기 및 지역명소(景)'사업은 결국 자연을 위락공원화 하는 사업을 지역과 연계해 벌이겠다는 토건사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삶터와 일터를 파괴하여 지역민의 생존권을 흔들고 지역 문화재를 훼손하여 지역의 역사를 흔들며 정말로 중요하고 확실한 지역의 자원인 생태자원을 파괴하여 국토를 흔드는 사업이 어떻게 친환경 사업인가. 그것은 저속하고 야만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명박식 토건중심의 전시행정의 끝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죽이고 있으면서 살리겠다고 하고 파괴하고 있으면서 복원하겠다고 하는 모순덩어리인 4대강 사업을 국정의 핵심사업으로 하면서 국민이 어떻게 국정을 신뢰하기를 바라는가? 모순은 모순을 낳고 참을 수 없이 커져 버린 모순덩어리는 결국 폭발하게 돼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 그렇다면 바닥을 치고 있는 국정신뢰도가 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을 포기한다면 역대 우리나라 지도자 중 탈토건을 선언한 첫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종겸 님은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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