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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생명 깃든 '오래된 강'의 세월, 지우지 마세요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

등록|2010.08.14 15:13 수정|2010.08.14 15:13
8월 4일, 19개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한 범문화예술계(인) 간담회를 통해 제안된 '강을 강처럼 흐르게 하라'라는 '(가칭)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 참가 요청을 받았습니다. 기꺼이 동의 의사를 보냈습니다.

저는 한강 고수부지가 만들어지고 강 언저리가 콘크리트 블록으로 경계 지어진 이후부터 대한민국 대부분의 하천들이 급격하게 콘크리트로 정비되는 모습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하천들도 콘크리트 제방이 만들어지고, 제가 피라미와 붕어를 잡던 고향의 작은 하천들조차 콘크리트로 덮여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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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집중호우 후 범람을 막기 위한 방편이겠습니다만 인공으로 정비된 하천은 다음해 폭우가 지나가면 더 크게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천 바닥의 돌을 걷어내고, 콘크리트 블록으로 정비한 곳은 유속이 빨라져 더 큰 피해를 유발했던 것입니다. 자연하천을 물의 흐름에 대한 과학적인 고려 없이 인공으로 정비하는 것은 자칫 오히려 큰 위험을 부를 수 있습니다.

모든 하천은 그 물줄기가 그리되기까지 수천 년의 세월이 있었을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한 후 정비한다하더라도 수십 년의 간격이 있을 수도 있는 큰 자연의 변화를 다 고려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고향마을의 돌을 돌아 흐르던 물은 시멘트로 바닥으로 정비된 후 미친 망아지가 날뛰듯 쏜살같이 하류로 달려갑니다. 비가 그치면 돌과 강바닥에 괴였던 물조차 남지 않고 바닥이 말라버립니다.

▲ 콘크리트로 정비된 마을을 개천 ⓒ 이안수


이곳에 어찌 생명이 살 수 있겠습니까. 개울가 버들가지아래에 놀던 참붕어도, 여울을 즐기던 피라미도, 모래톱에 몸을 숨겼던 모래무지도, 돌 틈을 들랑거리던 가재도, 조약돌을 타고 오르던 다슬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작은 개천도 이럴진대 하물며 남한의 거의 모든 물줄기가 모이는 4대강을 파헤치는 일이라면 소름이 돋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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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중장비로 강바닥을 파서 홍수피해를 막는다는 것도,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다른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일로 사람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도 모두 말문이 막히는 일입니다. 강바닥을 파내고 보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큰 환경재앙일 수 있는 지는 뱀 한 마리 죽어 몸을 쉬고 있는, 고향마을 실개천 콘크리트바닥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콘크리트로 정비된 마을을 개천에서 생믈 마감한 뱀. 개천가를 지나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 녀석은 수직화된 이 옹벽을 올라오지못하고 기진한 상태로 굶어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안수


'4대강 살리기'로 죽은 강을 되살리기 위해 쏟아부어야할 다음 세대의 돈과 노력은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쏟아 부은 세금의 몇 배가 될지,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난 6월 달 영월과 울진의 여행길에 장윤호 권사님댁에 들렀습니다. 권사님께서는 잠시 천렵을 즐기라며 집 뒤 하천으로 갔습니다. 물잠자리 가득 앉은 갯버들아래 그림자에 반두를 들이대자 붕어·쏘가리·메기·빠가사리·피라미 등 다양한 고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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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산자락이 슬그머니 물가에 몸을 담근 그 경계에 인공구조물이 설치된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넌더리가 났습니다.

"과연 어떻게 손을 대야 굴삭기로 이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친환경 생태하천'을 조성할 수 있을까!"

▲ 방태산 아래의 계류. 자연과 세월이 빚은 이 자연하천의 아름다움을 어떤 인공의 솜씨로 따라 올 수 있을까. ⓒ 이안수


저의 어릴 적 하굣길, 길 대신 하천을 따라 오르며 고기 잡던 그 추억을 상기시켜준 장권사님과의 천렵을 떠올리며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 참가자들의 한 줄 성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제발, 온갖 생명 깃든 '오래된 강'의 세월을 지우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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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가칭)생명의 강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
"강을 강처럼 흐르게 하라"

현재 문수 스님의 눈물겨운 소신공양 이후 종교계를 비롯해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4대강 사업 저지에 나서고, 환경운동단체 회원들이 위험한 망루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반성하지 않는 정권에 부딪쳐 쉽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인 의지 표명을 통해, 4대강 저지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 흐름에 더 강력한 메시지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 선언 개요
① 문화예술인 1550인 선언을 제안합니다. :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지는 전체 강의 길이, 1550km
② 선언자 기금 조성(참가 개인당 5천원 이상) : 신문, 언론 광고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의지를 밝히는데 쓰입니다. 남은 기금은 이후 진행될 문화예술계 4대강 대책 활동에 쓰입니다.
③ 대책모임 구성 : 1550인 선언자와 각계 문화예술계(인)은 힘 있는 선언 과정을 통해, 대책기구를 꾸리고, 4대강 사업이 저지되고, 올바른 강 살리기, 비민주적 정권에게 범국민적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함께 힘을 모아 갈 것입니다.
④ 선언자들은 8월 20일, 서울 봉은사에서, 작가선언69와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진행하는 문화제에 강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해 연대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 참여 방법
- 각 단체나 장르, 커뮤니티별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회원분들이나 주변 개인 문화예술인들의 선언 참여를 조직해 주시길 바랍니다.
- 선언 참가자들은 한 줄 성명을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30자 이내. 필수는 아님)
- 선언은 참가한 개인 명의로 각 장르별 가나다순으로 나가게 됩니다. 단체 이름과 함께 명기를 원하실 경우엔 기재합니다.

■ 진행 및 참여 일정
- 선언자 참여 마감 : 2010년 8월 18일까지
- 언론 광고 : 2010년 8월 20일 게재
- 선언자 대회 및 기자회견 : 8월 20일 오후 5시, 봉은사

■ 보내 주실 곳
- 대표 메일 : ghiskra@empal.com
- 문의 전화 : 02-313-1486(한국작가회의) / 02-739-6851(민예총 황정주) / 02-773-7707(문화연대 최준영) / 010-8278-3097(송경동)
- 입금 계좌 : 1005-001-679592(우리은행 / 한국작가회의)

* 위 선언은 8월 4일, 19개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한 범문화예술계(인) 간담회를 통해 제안되었습니다. [간담회 참여 단체 : 한국작가회의 / 민족미술인협회 / 민예총(저항의 예술위원회) / 문화연대 / 문화다양성포럼 / 스크린쿼터문화연대 / 시사만화가협회 / 민족굿위원회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프레시안연재 사진가그룹 / 음악(개인) / 공공노조 문화예술분과 / 작가선언69 / (위임)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 우리만화연대 / 한국독립영화협회 / 출판노동조합협의회 / 리얼리스트100 등]

[연대행사] "소리영상제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 소개

■ 때: 2010. 8. 20(금) / 전시참여마당 : 17:00, 본 행사 : 19:30
■ 곳: 봉은사 보우당 앞뜰
■ 함께 하는 분들: 작가선언 69와 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
■ 도움 주신 분들: 예스 24,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창비, 음향 자유 외

■ 소리영상제
[사회]김선우(시인) [시인]김근, 신해욱, 황정은, 유희경 [평론가]복도훈 [노래]인디 밴드 레타나 수이사이드, 가수 최고은, 가수 어른아이, 퓨전국악그룹 소리지기 [연극]극단 제비꽃과 연극배우들 [춤]서정숙, 이삼헌 [특별출연]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변영주(영화감독), 이백윤(동희오토비정규직), 000(KBS아나운서), 강을 사랑하는 시민들 [영상]'강은 흘러야한다'(김소연, 심보선 시인), '강강강강'(프레시안 연재 사진가 그룹), 낙동강순례 영상(박채은 감독), 남한강 다큐 영상(주현숙 감독) [총연출] 최창근(극작연출가)

■ 전시 참여 마당
소원등 전시․미술 퍼포먼스(파견미술가모임), 만화전(시사만화가협회), 사진전(프레시안 연재 사진가그룹), 판화 찍기 체험(이윤엽 화가), 시민 캐리커쳐(이동수, 김성희 만화가 등), 4대강 사진관<즉석 폴라로이드>(한금선 사진작가)

■ 사인북 증정 작가들(현재)
고봉준 권여선 권현형 길상호 김경인 김경후 김근 김미월 김별아 김선우 김소연 김현 류외향 명지현 박시하 박채은 복도훈 서안나 송경동 신해욱 심보선 유형진 유희경 윤이형 이기성 이덕규 이민하 이영광 이영주 이은림 이성미 이재훈 이진희 이후경 장무령 진은영 최창근 최치언 한우진 허윤진 황성희 황정은 홍기돈(*추첨을 통해 작가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책을 드립니다.)

▶ 기타
- 소리영상제 참가비 1만원은 지율스님이 준비 중인 범국민 광고 기금으로 보내집니다.
- 행사에 참여하는 강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추첨을 통해 참여 문학인들이 친필 사인한 책을 드립니다.(100권 내외)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과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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