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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음악으로 공포의 금기를 깨다

인디밴드 공연 전문 루비살롱, 프린지 인 클럽 마지막 무대 펼쳐

등록|2010.08.15 17:10 수정|2010.08.15 17:10

▲ 13일 오후 8시, 루비살롱에서 열린 ‘프린지 인 클럽’ 무대가 가수 이장혁과 빅터뷰의 선율로 대미를 장식했다. 1인 오케스트라 밴드 ‘빅터뷰’의 연주 모습. ⓒ 이정민


"음악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 내 음악은 나를 치유하고 위로하기도 하지만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무리가 아닌 오롯이 혼자서 구현하는 1인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연가 속으로 언제든 초대하고 싶다"(빅터뷰)

공포의 금기 설화가 서려있다는 '13일의 금요일' 오후 8시. 부평역 번화가 상권 거리를 지나 모텔촌의 화려한 네온싸인으로 뒤덮인 '레이블 루비살롱'이 잔잔한 음악의 선율로 출렁거린다. 1인 밴드 '빅터뷰'가 기타와 하모니카, 리듬다이의 배경 음악으로 영화음악·재즈·오케스트라 풍 연주를 시작한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10명 남짓한 관람객들이 이내 그 선율에 빠져든다.

지난 7월 23일 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시민 모두의 축제라는 의미를 담고 이어지고 있는 인천펜타포트페스티벌. 그중 프린지페스티벌 프로그램 일환인 '프린지 인 클럽' 루비살롱 공연이 대미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다. 서드스톤, 불루니어마더, 아마츄어증폭기, 소히를 이은 그 마지막 음악 파티의 주인공은 빅터뷰와 이장혁이다.

'물 좀 주소'의 음악 거장 한대수씨를 연상하게 하는 인상과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앳돼 보이는 여린 눈빛이 빅터뷰의 음악 세계를 말해주는 듯했다. 빅터뷰는 2008년 재즈공연장에서 공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한 연주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9년 디지털 앨범을 시작으로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주최하는 6월의 '헬로 루키'로 선정됐으며, 2009년 펜타포트록페스티벌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비롯해 여러 클럽과 공연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원맨밴드 빅터뷰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며 하모니카 연주자다. 빅터뷰의 음악은 제한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언제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음악을 선보인 가수 이장혁의 무대. ⓒ 이정민


빅터뷰에 이어 등장한 가수 이장혁. 허름한 반바지 차림에 그만의 아이콘이 돼버린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기타 튜닝을 마친다. 이웃집 형 같은 분위기에 관객들에게 던지는 작은 한마디가 웃음을 자아내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조금 썰렁하다. 하지만 그의 전문 특허인 음악 공연이 시작되자 숨죽인 관객들 속에서 놀라움과 감동의 탄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게 전화하지 마. 난 받지 않을 거야~. 누구라도 이런 날이 있다는 걸 알잖아'

어디 하나 빛이 들지 않는 세계에 절망이라는 시를 새기는 독특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기도 한 가수 이장혁. 1998년에서 2010년으로, 얼터너티브에서 포크로, 아무밴드에서 그냥 이장혁으로, 외침에서 독백으로, 사막의 왕에서 코끼리맨으로… 시간은 흘렀고 소리는 낮아졌고 등장인물은 달라졌을지라도 이장혁의 음악 세계는 일관되다. 일관되게 어두우며 고립된 세계 그 자체다.

싱어송라이터 이장혁이 1996년 결성한 아무밴드는 사이키델릭 성향의 음악을 담은 단 한 장의 앨범 '이.판.을.사'를 통해 당시 인디음악씬(scene)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졌다. 2002년 '스무살'로 다시 등장한 이장혁은 아무밴드 시절의 섬세한 가사와 독특한 정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규 1집 'vol.1(2004)'를 발표했고, 이 앨범은 한국의 100대 명반(경향신문ㆍ가슴네트워크 선정)에 선정돼 여전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추억을 모두 토해내는 것처럼 울컥한 그 무엇이 담겨져 있는 그의 음악, 우울ㆍ슬픔ㆍ애절함 등의 아픔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기타 사운드, 그리고 하모니카 소리의 강렬한 음역대가 내면의 파랑 모드를 이내 빨강의 정열로 물들여 놓는다. 마치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기라도 하듯.

▲ 20명 남짓한 젊은 관람객들은 가수 이장혁과 빅터뷰가 선사하는 음악의 선율에 금방 젖어들었다. ⓒ 이정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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