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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사"라던 대통령이 이번엔 통일비용?

등록|2010.08.16 12:31 수정|2010.08.17 12:07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통일비용을 마련하자고 했단다.

"통일은 반드시 오며 이에 대비해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 할 때가 왔다."

역겹다 못 해 분노가 치미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그 비용이 2,300억 원이라고도 하고, 그러잖아도 부가가치세 인상이 논의되던 중에,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충당할 거라고도 한다.

참으로 앞뒤도 맞지 않고, 가증스럽기까지 한 발상이다. 진심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떠보려는 건지 알 수도 없다. 진정 통일을 위해 남북대화도 하고, 통일 비전이라도 제시하던 중이라면 지극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햇볕정책으로 잘 진척되어 가던 남북한관계를 부임하자말자 일시에 얼어붙게 만든 대통령이 도무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북한에 단호한 응징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이다. 개성공단을 불안에 떨게 하고, 금강산 길도 막았고, 인도적 원조나 인적 교류도 끊었다. 천안함 사건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국민을 설득도 하지 않은 채 총력안보를 외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 하던 대통령이 아니었는가?

잘못된 지도자가 통일문제를 4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미국으로부터 되찾아오던 국방자주권을 다시 미국에 떠맡기고, 이제는 외교, 국방, FTA, 이란 제재 등등 미국 하자는 대로 따라갈 지경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으려면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아직도 의혹이 많다는데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듯 펄펄 뛰기부터 했다. 단호한 조치를 공언한 뒤로 제대로 된 응징이 있었는가?

개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천안함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가서 실패했다면, 또 국민에게  "김정일에게 가서 살아라"는 망언을 한 외무장관이라면, 국민들은 개각 때 당연히 교체할 줄로 알았다. '영포라인'의 실세로 지목되어 갖은 의혹을 받던 박영준 국무차장은 도리어 차관으로 영전해 갔다. 국민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듯 무시하는 대통령이 세금은 거두겠다 하니, 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보는 독선인가?

따로 통일비용 모은다고 통일세를 거둘 게 아니라 군 병력 24개월로 늘릴 비용 아끼는 등 안보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 남북한의 대결은 미국이 원하는 바이지 우리가 주동할 일은 못 된다. 지금 남북협력기금은 쓰지도 못 하고 있다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통일세라니? 우선,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을 되돌려 지난 10년간 진척된 남북대화를 계속한 뒤에 통일비용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국민들의 각성이 정말 필요할 때다. 이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을 해 왔음에도 국민은 방치했다. 오히려 제각각 분열되어 국민들끼리 이익다툼만 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건 국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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